[FETV=심준보 기자] 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치면서 국내 증권시장이 멘털 붕괴 상태에 빠졌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동반 폭락하며 4년 만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등 투자 심리가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5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8.78% 폭락한 2441.31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역시 11.30% 급락한 691.24로 마감하며 '검은 월요일'을 맞았다.
이날 코스피는 오후 2시 14분 전일 종가 대비 8.10% 하락하면서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이는 올해 들어 처음이며, 역대 6번째 발동이다. 코스닥도 오후 1시 56분 전일 종가 대비 8.05% 하락하며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코스닥 서킷브레이커 발동은 올해 처음이자, 역대 10번째다.
증권가에서는 미국의 경제 지표 부진과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치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주 미국에서 발표된 제조업 지표와 고용 지표가 모두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서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 임박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여파로 우리나라 증시도 급락했고 투자심리 영향으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진 것이다.
다만 대부분 전문가들은 이번 증시 폭락이 과도한 우려에 따른 해석이라고 보고 있다.
서상영 연구원은 "최근 미 실업률 상승은 이민자 증가라는 공급에 의한 결과인 만큼 '삼의 법칙' 적용은 무리가 있다"며 "실업률을 계기로 경기침체 우려를 반영하는 것은 맞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2500선 중반까지 내려온 만큼 추가 급락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지영 연구원도 "고용시장 냉각으로 인한 미국 침체 진입 불안은 과도한 감이 있으며 최근의 주가 급락도 합리적인 매도보다는 투매에 가깝다"며 반도체와 조선 등 이익 모멘텀이 양호한 업종 중심으로 분할매수 전략을 제안했다.
그러나 증시 바닥을 예상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미 코스피가 적정 가치를 밑돌고 있는 저평가 상황"이라며 "유동성 변동이 워낙 예측 불가능한 상황으로 가고 있어 단기적으로 어느 수준까지 갈지 예측이 어렵다"고 말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대혼란을 겪은 상황에서 당분간 여진은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외국인 자금의 복귀를 위해선 한국 시간으로 이날 밤 발표되는 미 ISM서비스업 지수가 시장 예상치에 부합해야 하는데,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해 예고한 보복 공격으로 중동 사태가 급격히 악화할 경우 투자 심리 회복이 늦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수 변동성이 축소되기 위해선 외국인의 현·선물 순매도 강도가 약해져야하는데, 현물에선 외국인이 3주 연속 강하게 이탈하는 모습인 만큼 자금 흐름의 변화가 포착돼야 지수 하락의 진정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