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들의 ATM. [사진 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40728/art_17207419937788_5faeb2.jpg)
[FETV=권지현 기자] 은행권이 200조원이 넘는 퇴직연금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ELS(주가연계증권) 판매 중단으로 수수료이익이 줄어들자 퇴직연금 수수료 확보로 눈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4월부터 퇴직연금 수수료에 수익률을 연동하는 수수료 성과연동제가 시행된 만큼 올 하반기에는 은행권 수익률 경쟁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최근 온라인 여행기업 익스피디아그룹과 손잡고 퇴직연금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여행·숙박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기업은행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을 가입한 기업의 임직원과 개인형IRP(퇴직연금)를 보유한 고객에게 익스피디아 또는 호텔스닷컴 전용 사이트를 안내해 여행·숙박 할인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퇴직연금 고객을 겨냥해 글로벌 여행기업과 함께 혜택 마련에 나선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 5월에도 롯데손해보험과 퇴직연금(DC·기업형IRP) 신규 기업의 근로자에게 상해보험 서비스를 무상 제공하기로 했다. 2개월 만에 퇴직연금 고객 '마음 잡기'에 또다시 나선 것으로, 은행들이 퇴직연금 경쟁력 강화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 은행권은 퇴직연금 고객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총회와 협약을 맺고 올해 하반기부터 백석총회 산하 1만여개 교회에 개인형IRP 등 퇴직연금을 도입하기로 했으며, KB국민은행은 고객 유입을 위해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일임 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은 최근 퇴직연금 고객이 카카오톡을 통해 적립금 운용현황 등을 알 수 있도록 해 '경험 차별화'에 나섰고, 신한은행 퇴직연금 미청구 고객에게 매분기 우편, 카카오톡, 신한 쏠(SOL)뱅크 팝업 등으로 관련 내용을 안내하고 있는데, '퇴직연금 고객 보호'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이달 말까지 안내 서비스 이벤트를 내걸었다.
국내 전체 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올해 3월 말 기준 총 202조3522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권·보험사를 포함한 금융권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385조7521억원)의 53%에 달한다. 은행 적립금은 작년 말(198조479억원)에 견줘 3개월 만에 4조3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은행권은 연내 22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 보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퇴직연금 수수료에 IRP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운용 성과를 연동하는 제도가 시행되면서 퇴직연금부문 강화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려는 은행권 노력은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이 제도 시행으로 은행들은 연금 수익률이 높으면 수수료를 더 많이 받고 반대로 부진하면 수수료를 덜 얻게 된다.
은행권 퇴직연금 적립금의 90% 이상이 초저위험 상품인 원금보장형에 쏠려있는 점도 상품 경쟁력, 수익률 제고 전략을 부추긴다. 3월 말 기준 6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의 원금보장·초저위험 상품 적립금은 18조3937억원으로, 수익률 상위 10개 상품인 비보장·고위험 상품 적립액(2311억원)의 80배에 달한다. 고금리 기조가 길어지면서 예금금리만으로도 적지 않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데다 안정성을 추구하는 은행 소비자들의 투자성향이 반영된 영향이다.
한 대형은행 관계자는 "연내 기준금리가 내릴 것이란 전망이 더 커지고 있어 고위험 상품이지만 가입자 은퇴시점에 맞게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비중을 조절해 주는 TDF(타깃데이트펀드) 처럼 시점에 따라 리스크를 줄이는 상품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은행 소비자의 특성을 고려하면서도 수익률이 높은 상품 위주로 영업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