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하나은행이 올해 1분기 '성장성 개선' 숙제를 받아들었다.
2022년 말 하나은행이 '리딩뱅크'에 등극한 직후 수장이 된 이승열 행장은 지난해 1분기, 4분기에도 당기순이익 1등을 차지하며 2024년에도 '리딩' 행보를 굳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올 1분기 경쟁사들보다 수익성 지표가 악화하면서 1등 은행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 행장은 작년 1월 취임 일성으로 '국내 리딩뱅크' 목표를 제시, 임직원들에게 '은행 본업 경쟁력 강화' '오프라인 영업 경쟁력 강화' 등을 강조한 바 있다.
◇'빅3' 중 NIM 유일한 하락세...신한은행과 격차 다시 벌어져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3월 말 기준 순이자마진(NIM)은 전년 동기(1.68%)보다 0.13%포인트(p) 내린 1.55%를 기록했다. NIM은 은행의 성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로, 금융사가 자산을 운용하며 거둔 이자수익에서 이자비용을 차감한 순이자이익을 운용자산의 총액으로 나눠 산출한다.
리딩뱅크를 다투는 KB국민·신한·하나은행 3곳 중 1분기 NIM이 전년보다 하락한 곳은 하나은행이 유일하다. 국민은행은 3월 말 1.87%로 1년 전(1.79%)보다 0.08%p 상승했으며,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1.59%에서 1.64%로 0.05%p 개선됐다.

분기 누적으로 살펴보면 하나은행 하락세가 더 눈에 띈다. 1.68%이던 작년 1분기 NIM은 2분기와 3분기 각각 1.64%, 1.62%로 점점 낮아지더니, 4분기에는 1.59%로 1.60%를 밑돌았다. 올 1분기에는 1.55%까지 하락, 4개 분기 연속 뒷걸음질했다.
특히 신한은행과의 격차 추이가 눈에 띈다. 지난해 3월 말 신한은행에 0.09%p 앞섰던 하나은행 NIM은 2개 분기 연속 하락에 신한은행과의 차이가 점점 줄어들었다. 3분기 이후에는 신한은행에 추월당해, 1년이 지난 올해 3월 말에는 역으로 하나은행이 0.09%p 뒤처졌다.
◇신용대출·저원가성 예금 강화 필요..."향후 대출자산·NIM 잘 관리"
하나은행의 올 1분기 NIM이 하락한 데는 고수익인 신용대출자산이 줄어든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3월 말 하나은행의 예대율(정책자금대출제외기준)은 97.5%로 전년 동기(95.6%)보다 1.9%p 높아졌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기업대출자산 증가에 주로 기인하면서 NIM 상승 효과를 보지 못했다. 실제 하나은행의 가계 신용대출 잔액은 3월 말 기준 16조9910억원으로 1년 전(17조3980억원)보다 2.3%(4070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 일반자금(주택담보포함)대출은 2.5%(1조8083억원) 늘어났다.
경쟁사에 비해 부족한 저원가성 예금 확보도 NIM 개선의 발목을 잡았다. 하나은행의 3월 말 요구불예금(핵심예금+MMDA)은 119조69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및 연초 대비 각각 2.6%, 4.2%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은 4.9%, 4.5% 늘었다. 특히 신한은행은 3월 말 기준 1년 전보다 요구불예금이 1.4% 줄었으나, 연초 대비 10.1% 급증해 하나은행의 2배를 웃돌았다. '요구불예금'은 언제든지 입출금이 가능한 대신 연 0.1%대로 금리가 매우 낮은 게 특징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큰 이자 비용 없이 자금 확보가 가능해 수익성이 큰 대표적 저원가성 예금으로 꼽힌다.
이 행장이 공언한 대로 본업 경쟁력을 끌어올려 은행 성장성 가늠자인 NIM 지표 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살아있다는 점도 이 행장이 수익성 확대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수익 확대는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환원 여력 확충으로도 연결된다.
김영일 하나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분기 실적발표 IR에서 "대출 성장은 2024년 국내 명목GDP 성장률(현재전망치 약4~5%) 수준으로 관리할 계획"이라며 "통상 상반기에는 대출을 늘려 이자이익을 극대화하고, 하반기에는 대출 자산보다는 위험가중자산(RWA), 자본비율 관리 등에 좀 더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NIM의 경우 연내 기준금리가 1~2회 내린다고 가정한다면, 2분기 1.55% 수준을 유지하고 3~4분기에는 1.55% 이상을 나타내도록 연간 NIM을 잘 관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