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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21대 국회의 민생법안 실종사건을 보며

 

'외화 내빈'이라고 비판받은 21대 국회가 지난달 29일 끝나고 22대 국회가 개원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는 역대 최다인 총 2만5849건의 법률안이 발의됐고 이 중 9455건이 처리됐다. 법안처리율은 36.6%로 20대 국회(37.8%)보다도 낮아진 역대 최저치다.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소득세법 개정안, 남녀고용평등법, 간호사법 등 중요한 민생법안들도 줄줄이 폐기됐다. 금융 분야에서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예금자보호법(예보법), 여신전문금융업법 등이 21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폐기됐다. 한국 정치의 민낯이 다시 한번 드러난 것이다.

 

22대 국회에 대한 기대감도 작아지고 있다. 여야가 채 상병 특별검사법과 연금개혁 등을 놓고 21대 국회 막바지까지 대립하면서 22대 국회 전반기 개원 협상이 지지부진했기 때문이다. 개원 협상의 핵심인 법제사법위원장과 운영위원장 자리 문제를 놓고 협상은 제자리걸음이다.


이는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됐다. 지난 주 한국갤럽이 공개한 정례 여론조사에 따르면, ‘22대 국회 역할 수행 전망’에 대해 48%가 ‘잘할 것’, 45%가 ‘잘못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나머지 7%는 의견을 유보했다. 갤럽은 과거 국회 개원 때 여론조사와 비교하면 긍정적 전망이 낮은 편이라고 전했다. 4년 전 21대 국회 임기 시작 직전 조사에서는 ‘잘할 것’ 63%로 ‘잘못할 것’(30%)이라는 응답을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여야가 민심을 제대로 읽고 국회를 민생 중심으로 운영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무엇보다 여야는 22대 국회에서 민생법안에 대해서 만큼 협치의 정치를 보여줘야 한다. 특히 22대 국회로 넘어온 민생법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신속하게 처리해야 할 것이다. 

 
당장 22대 정무위원회에는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산업은행 지방이전 논란 등 어려운 현안이 산적해 있다. 장기적으로는 금융감독원 관리감독 체계 개편, 토큰증권(STO) 등 신금융 관련 제도도 해결해야 한다. 

 

현재 국민과 기업이 처한 경제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금 우리 경제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 위기가 심화되고, 내수 시장의 침체도 길어지고 있다. 가계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지고 있다. 고물가의 영향으로 올해 1분기 소득에서 물가 영향을 뺀 ‘실질소득’이 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 전국의 가구당 월평균 실질소득이 전년 동기보다 1.6% 감소했다. 1분기 기준으로 2021년(-1.0%) 이후 3년 만에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낙폭은 2017년(-2.5%) 이후 7년 만에 최대치를 보였다. 더욱이 저출산·고령화가 심화 되면서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등 한국 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모두를 만족시킬 법안은 없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정치다. 민생에는 여야가 따로 없는 만큼 새 국회에선 여야 협치가 우선이다. 각종 악재 속에서 민생 법안 통과를 위해 머리를 맞대는 모습 말이다. 힘이나 지식이 아닌, 계속적인 노력이 우리의 가능성을 끌어내는 열쇠다. 

 

국민 삶과 연결된 민생 입법으로 정치가 경제를 밀어줘야 한다. 기본이 흔들리면 신뢰를 잃고, 신뢰를 잃으면 설 수 없다. 구축하는 것은 몇 년 동안 느리고 힘든 작업일 수 있고, 파괴하는 것은 하루의 경솔한 행동일 수 있다. 윈스턴 처칠의 말처럼 여야 모두 국민의 지지를 잃을 수 있는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과 여야 의원들은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짧고도 강렬한 구호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를 마음 속에 간직하고 4년 간의 의정 활동을 펼쳐주길 바란다. 대통령과 여야 모두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 미덕을 발휘해야 할 때다. 

 

 

정해균 편집국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