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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지는 ‘전기차 시대’와 업계의 불안

[FETV=김창수 기자] 5년 전인 2019년 한 점심 식사 자리에서 들었던 말이 기억난다. 의사인 지인이 전기차가 어떤 건지 궁금해서 테슬라 전기차를 '세컨드 카’로 매입했다는 것이다. 이 지인은 테슬라 전기차는 실내 인테리어 마감이 기존 완성차에 비해 좋지 않았다는 언급도곁들였다. 

 

당시는 전기차 유행이 전세계를 휩쓸 때였다. 이 때 전기차는 주로 얼리어답터 성향의 소비자가 주객이었다. 전기차 확산 초기인 탓에 일반 완성차 브랜드에 비해 디테일한 품질이 아쉬운 시절이었다.

 

반면 전기차는 매연을 뿜지 않아 친환경적이다. 또 충전 전기료가 내연기관 대비 저렴하며 보조금을 받으면 차량가 부담을 덜 수 있는 등 장점을 두루 갖췄다. 전기차 붐은 이후 당장 업계 대변혁을 가져올 것처럼 돌풍을 일으켰다. 테슬라, 리비안 등 순수 전기차 브랜드뿐 아니라 현대차·기아,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기성 브랜드도 경쟁적으로 전기차를 출시했다. 

 

잘 나가던 전기차 생태계에 이상이 감지된 건 지난해부터다. 나날이 커지던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성장률은 2023년을 고점으로 반토막났다. 내수에서도 2020년부터 해마다 늘던 판매량(매해 1분기 기준)이 올들어 25%나 빠졌다. 전문 조사기관들은 얼리어답터 대기 수요 급감, 충전 인프라 부족,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실물 경기 위축이 전기차 시장 부진을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다름 아닌 전기차 생산 기업들이다. 전기차가 불티나자 관련설비 투자를 통 크게 하면서 결국 낭패를 봤다. 미국 제네럴 모터스(GM)와 포드는 대규모 전기차공장 가동 시점을 연기했다. 현대차그룹도 제네시스가 2025년부터 전기차만 생산한다고 선언했지만 재검토될 가능성이 읽힌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전기차 배터리 업체의 1분기 성적표도 덩달아 신통치 않다.  

 

우는 사람이 있으면 웃는 사람도 있는 법. 이처럼 전기차가 몸살을 앓는 반면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유럽과 미국 당국 환경 규제 완화 움직임에 힘입어 판매량은 상승세가 꾸준하다. 일찍이 전기차 과대 평가에 회의적이던 일본 토요타는 주력인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를 무기로 판매량 세계 1위에 올랐다.

 

문명의 발전은 필연적이다. 인류 탈것이 20세기 초 마차에서 내연기관으로 바뀌었듯 앞으로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의 진화는 분명하다. 현재의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은 지난 세기 “마차를 없애면 우리 일자리는 어떻게 되느냐”고 시위하던 마부들과 겹쳐 보인다.

 

내연기관·하이브리드차와의 적절한 생산성 조화, 배터리 소재 사업 등 연관 분야의 유연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분명한 것은 지구촌에 제2의 '탈것 혁명'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전기차가 쏘아 올린 '탈것 혁명’이 출혈없이 성공할 수 있는 솔로몬적 지혜가 발휘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