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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여성CEO가 뛴다] 김슬아 컬리 대표, ‘계획된 적자’ 끝내고 IPO 재시동

컬리, 지난해 매출 2조774억원·영업손실 1436억원···매출 2%↑·적자 38.4%↓
작년 창립 9년 만에 첫 연간 영업손실 규모 감소···올해 흑자 전환 목표
마켓컬리·뷰티컬리 앞세워 ‘보랏빛 신화’···지난해 1월 IPO 무기한 연기 후 재도전 여부 관심

[FETV=박지수 기자] 김슬아 컬리 대표가 지난해 창립 9년만에 처음으로 연간 영업손실 규모를 줄이며 새로운 ‘보랏빛 신화’를 써가고 있다. 2015년 식품 중심의 ‘마켓컬리’를 통해 국내에 처음 ‘새벽배송’ 서비스를 선보인 컬리는 2022년 11월 ‘뷰티컬리’를 선보여 몸집을 부풀렸다.

 

컬리는 새벽배송을 위한 물류센터 건립 등 투자로 인해 그동안 적자 행진을 계속했다. 여기에 글로벌 경제 상황 악화로 인한 투자 심리까지 위축되자 ‘이커머스 1호 상장’이라는 타이틀을 노렸던 김 대표는 지난해 1월 IPO(기업공개)를 무기한 연기했다. 앞서 쿠팡은 지난해 창립 13년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그동안 줄곧 주장했던 ‘계획된 적자’가 사실이었음을 스스로 증명했다. 컬리 역시 쿠팡의 길을 따라 계획된 적자를 끝내고 새 역사를 써내려갈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1983년생인 김 대표는 민족사관고등학교를 나온 뒤 미국 웰즐리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골드만삭스·맥킨지앤드컴퍼니·테마섹홀딩스·배인앤드컴퍼니에서 경험을 쌓았다. 이렇듯 승승장구하던 김 대표는 2014년 12월 31일 컬리의 전신인 더파머스를 창업했고 2015년 5월 32세의 나이에 마침내 신선식품 온라인 플랫폼 마켓컬리를 처음 선보였다. 당시 맞벌이 부부였던 김 대표는 어떻게 하면 장을 직접 안보고 집에서 편하게 받아볼 수 있을지 생각하다 모든 사람들이 집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을 고려해 ‘샛별배송’이라 불리는 새벽배송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샛별배송은 고객이 밤 11시 전에 상품을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집 앞으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김 대표는 ‘나와 내 아이가 먹지 않을 상품은 팔지 않겠다’는 철학으로 마켓컬리의 새로운 성공신화를 써내려 갔다. 컬리는 창사 이후 2022년까지 해마다 두 자릿 수 이상 매출 성장세를 보이며 빠르게 몸집을 불렸다. 지난 2022년 11월엔 화장품 버티컬(전문몰) 플랫폼 뷰티컬리를 선보여 수익성 개선을 이뤄냈다. 뷰티 상품은 다른 제품군 대비 객단가가 높아 전체 거래액을 견인하는 효과가 있는 고마진 상품군에 속한다. 

 

뷰티컬리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컬리는 연결 기준 전년대비 2% 늘어난 2조774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역대 최대 연간 매출을 찍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436억원으로 전년보다 38.4%나 줄였다. 연간 손실이 감소한 것은 회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외형 성장은 물론 내실까지 모두 챙겼다. 특히 지난해 12월 창립 이후 첫 월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흑자를 낸 뒤 3개월 연속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현재 컬리의 누적 가입자 수는 1200만명이 넘는다.

 

컬리는 실적 개선 이유로 마케팅비와 물류비, 고정비 등 비용 구조의 근본적인 개선, 지속 가능한 매출 구조 구축 등을 꼽았다. 지난해 문을 연 창원·평택 물류센터 생산성 증대를 통해 물류 안정화를 이뤄냈고, 기존 송파 물류센터 철수로 비효율적인 비용 집행을 없앤 부분도 영향이 컸다. 신사업에 속하는 뷰티컬리와 수수료 기반 3P, 컬리멤버스 등도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뷰티컬리의 경우 컬리 전체 거래액(GMV)에서 10%의 비중을 차지하며 핵심 사업군으로 떠올랐다. 3P 사업 역시 전년 대비 약 2배 성장했다. 컬리의 자체 멤버십 컬리멤버스는 지난해 8월 출시 이후 6개월 만에 가입자가 200% 늘었다.

 

컬리는 올해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초개인화 및 자동화 서비스를 비롯해 서울 주요 지역 내 ‘퀵커머스’ 서비스 강화, 패션사업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신선식품보다 상품별 가격이 비싼 화장품·패션·디지털·생활가전·주얼리까지 판매하며 취급 품목 수를 확대해 수익성 개선에 박차를 가한다. 샛별배송 지역도 확대하고 있다.

 

김 대표는 올해 흑자 전환을 목표하고 있다. 컬리는 사상 첫 흑자 전환을 조건으로 지난해 5월 홍콩계 사모펀드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 아스펙스캐피털로부터 12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컬리가 흑자 전환을 못할 경우, 전환우선주 전환비율을 1대 1에서 1대 1.8462343로 조정해야한다. 지난해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에쿼티파트너스와 아스펙스캐피탈은 컬리의 기업 가치를 3조로 측정했다. 2021년까지만 해도 컬리의 예상 기업가치는 4조원에 달하며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자본시장 흐름이 악화하고 적자가 이어지면서 현재 장외시장에서 컬리의 시가총액은 1조원 미만 수준이다. 

 

업계의 관심은 컬리의 IPO 재추진 시기에 쏠리고 있다. 컬리는 지난 2022년 3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고 같은 해 8월 22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예비심사를 통과하고 6개월 이내인 2월 22일까지 공모 절차를 완료해야 하지만 컬리는 글로벌 경제 상황 악화에 따른 기업가치 급감으로 지난해 1월 상장 계획 무기한 연기를 결정했다. 그러나 최근 IPO 시장에 다시 훈풍이 불면서 일각에서는 컬리의 상장시계도 더욱 빨라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역대 실적 갱신과 함께 수익성 개선 등 두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한 김 대표의 올해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