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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여성CEO가 뛴다] ‘뚝심의 승부사’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글로벌 리더로 우뚝

특유의 승부사 기질과 부드러운 카리스마 경영···별명도 ‘리틀 이건희’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 선정
지난해 2월 한국방문의해 위원장 취임···관광객 2000만명 달성 시동

[FETV=박지수 기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뚝심 경영’이 빛을 발하고 있다. ‘삼성가’ 3세이자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장녀인 이 사장의 별명은 ‘리틀 이건희’다. 특유의 강단 있는 리더십과 타고난 승부사적 기질이 부친인 고 이 선대회장의 경영스타일을 빼닮았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이 회장의 뛰어난 리더십에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더해 호텔신라를 이끌고 있는 최고경영자(CEO)다. 

 

1970년생인 이 사장은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1남3녀중 장녀이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여동생이다. 이 사장은 대원외국어고등학교와 연세대 아동학과를 졸업한 뒤 1995년 삼성복지재단에 입사하며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 2001년 8월 호텔신라 기획팀 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2004년 경영전략담당 상무보, 2005년 상무, 2009년 전무로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고, 마침내 2010년 호텔신라 지휘봉을 잡았다.

 

특히 이 사장은 면세점 사업 확장으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 사장의 남다른 리더십에 힘입어 호텔신라(신라면세점)는 2008년 초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따내면서 성장 토대를 마련했다. 2007년 4950억원이던 매출액은 8748억원으로 2배 가까이 뛰었다. 이 사장이 당시 전무로 승진했던 2009년에는 1조2132억원의 매출을 냈고, 수장에 오른 2010년엔 1조4524억원의 매출을 거둬 4년 만에 회사 외형을 3배가량 키워냈다. 호텔신라의 이같은 성장세에는 이 사장의 뚝심과 추진력이 있다는 평가다. 2015년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 때 직접 프레젠테이션 장소를 찾아 격려하면서 ‘잘 되면 여러분 덕, 떨어지면 제 탓’이라고 말한 일화도 유명하다.

 

이 사장은 보통 CEO에서 볼 수 없는 승부사적 기질도 갖췄다.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4월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에서 DF1(화장품·향수)·3(술·담배) 구역 면세 사업권을 따냈다. 현재 신라면세점은 인천국제공항,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홍콩 첵랍콕국제공항 등 아시아 3대 허브 공항에서 면새 매장을 운영중이다.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영국 면세 전문지 무디 데이빗 리포트가 발표한 세계 면세점 순위에서 4위에 올랐다. 면세사업은 호텔신라 전체 매출의 88~90%를 담당하는 핵심 사업부다.

 

이 사장은 호텔 부문에서도 공격적인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사장은 취임 이듬해인 2011년부터 ‘한옥호텔’ 사업을 추진했다. 한옥호텔은 이 사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온 사업이다. 지난 2011년 사업안이 처음 서울시에 제출된 이후 무려 4번이나 반려 및 보류됐던 한옥호텔은 2016년 마침내 ‘4전5기’ 끝에 2016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당시 주로 문화재 보존과 자연경관 훼손 우려가 반려 이유였는데, 이 사장이 1978년 호텔이 들어서기 전부터 있던 주 출입로 청기와 정문을 비롯해 그 일대 부지 4000㎡를 서울시에 기부채납하는 ‘승부수’를 던지며 난관을 뚫었다. 이와 함께 이 사장은 1979년 개관해 올해 45주년을 맞는 서울신라호텔을 비롯해 ‘더 신라(럭셔리)’ ‘신라모노그램(어퍼 업스케일)’ ‘신라스테이(업스케일)’ 3대 브랜드 체계 아래 국내와 해외 시장 공략에 방침이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3조5685억원, 영업이익 91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대비 27.5%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6.5%나 상승했다. 호텔신라는 면세(TR)부문과 호텔&레저부문 2개부문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사업부문 별로 살펴보면 면세부문 매출은 2조9337억원으로 전년대비 32.2%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224억원으로 163.5% 늘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호텔&레저 부문에서 사상 최대인 6347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영업이익도 687억원을 기록하는 등 두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호텔신라 호텔&레저부문은 영업이익률 10%를 넘겼다.

 

이 사장은 지난해 2월 여성 최초로 한국방문의해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한국방문의해위원회는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민간 부문과 공공 부문 협력을 통한 공익사업을 추진하는 관광 분야 민관협력 조직이다. 그동안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 남성들이 역대 위원장을 맡아 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올해 방한 외국인 관광객 유치 2000만명을 목표로 세웠다. 이 사장은 한국 관광 진흥을 위해 간담회 참석은 물론 현장 곳곳을 누비며 K 관광 부흥을 위해 힘쓰고 있다. 이 사장은 앞으로도 한국 관광산업이 더 높게 도약할 수 있도록 디딤돌 역할을 할 계획이다. 

 

이 사장은 사업만 잘하는 게 아니다. 그는 패셔니스트로도 유명세를 얻고 있다. 이 사장이 공식 석상에 등장할 때마다 착용한 의류, 가방 등은 ‘이부진 패션’으로 불리며 화제를 모은다. 재벌 3세가 들었으니 당연히 값비싼 해외 명품브랜드일 거라는 대중의 생각과 달리 합리적인 가격의 국내 패션 브랜드 제품으로 알려지자 해당 제품이 완판되기도 했다. 이 사장은 또 아들 사랑이 각별한 '엄마 CEO'로도 화제다. 이 사장은 아들 임모군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졸업할 때까지 해마다 종합 발표회에 꼬박꼬박 참석했고, 최근에는 고등학생이 된 아들과 함께 농구경기도 즐겼다. 

 

이 사장은 재벌가 답지 않은 소탈한 성격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 대명사로도 불린다. 지난 2014년에는 서울신라호텔 1층 출입문을 들이받은 고령의 택시기사에게 4억원에 달하는 변상 의무를 면제해 줬다. 지난 1월엔 제주도에 강한 눈이 내리면서 제주국제공항에서 결항이 잇따르자 신라스테이 제주 투숙객에게 무료 숙박 혜택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는 이 사장이 직접 제안해 2015년부터 운영 중인 ‘뜻밖의 행운’ 프로모션이었다.

 

최근에는 제주신라호텔에서 열린 ‘맛있는 제주 만들기(맛제주) 1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단상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해바라기의 ‘사랑으로’를 열창하기도 했다. 맛제주는 호텔신라 임직원들이 제주도에서 별도의 조리사 없이 소규모 음식점을 운영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조리법·손님 응대 서비스 등에 대해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고 주방 시설물을 교체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사장은 지난해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 이름을 올리며 글로벌 여성 리더로서도 인정받았다. 포브스는 해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을 발표하는 대중지다. 이 사장은 지난 2022년에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 선정됐는데 당시 명단에 이름을 올린 한국인은 이 사장이 유일했다. 올해로 호텔신라를 14년째 이끌고 있는 이 사장의 행보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