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30 (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금융사고 대회 vs 임금인상 결기

[FETV=권지현 기자] #장면 1. "제1금융권이 이런 불법대출을 하니 서민(에게 대출을 해줄) 자금이 있겠니?? 서민 1억 대출 문턱 얼마나 높은지 알지??" 

 

지난 12일 KB국민은행의 경기 안양시 모 지점에서 대출 담당 직원 A씨가 104억원 규모로 과다 대출 사고를 일으켰다는 보도가 나오자, 한 네티즌이 단 댓글이다. "큰돈은 우리가 아는 그놈들이 다 빼 쓰고 국민이 봉이란다. 100억?? 철저하게 수사해서 박멸해 주시기 바란다"는 글도 덧붙였다.

 

배임 2연타로, 앞서 NH농협은행도 이달 5일 109억원의 '대출액 부풀리기'가 발생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은행원이 담보에 대한 대출한도액을 초과하거나 담보로 할 수 없는 물건을 바탕으로 대출한 경우 업무상 배임 혐의에 해당한다.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은 '서민'은행 정체성을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체성에 맞게 국민은행은 지난달 이자환급 등 총 3721억원, 은행권 최다 규모로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기 농협은행은 작년 3306억원을 농업지원사업비로 보탰다고 했다.

 

앞부분에 소개한 댓글 중 '박멸' 단어는, 상생에 나서 그간 고마움을 느끼게 해준 이들 은행이 서민에게는 높기만 한 대출 장벽을 비(非)서민에게는 너무나 쉽게 허물어준 것에 대한 '환멸'의 표현 아니었을까. 마침 '멸(滅)' 한자도 같다. 꺼질 멸, 멸할 멸.  

 

#장면 2. "2.1+2.6+3.8=8.5 다 주세요, 아 주 4일 근무도 포기 안 합니다"   

 

최근 은행권 노동조합의 상급단체인 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사용자 측에 올해 임금총액 8.5% 인상을 요구했다. 5년래 가장 높은 인상 요구안으로, 금융노조가 임금협상 결렬로 총파업에 나섰던 2022년 요구 수준(6.1%)보다 2.4%포인트 높아졌다. 


'8.5%' 도출 과정은 다음과 같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2.1%+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2.6%+보너스 3.8%.

'3.8%' 도출 과정은 또 이렇다. 지난 3년간 고물가 상황 등을 반영하지 못해 발생한 실질임금 저하 상황을 상쇄하기 위해 노조가 적절하다고 판단한 인상분.   

 

일한 대가를 제대로 받는 것은 근로자의 권리다. 따박따박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보너스를 챙기는 노동자가 얼마나 되냐고 묻는 것은 바른 질문이 아니다. 은행원은 이미 억대 연봉 아니냐는 소리도 마찬가지다. '정당성'만 있을 뿐이다. 올해 임금교섭과 단체협약이 진행되는데, 노조는 단체협약 안건에 '주 4일 근무 등 영업시간 단축'을 포함시켰다.  

 

근무 일수가 줄더라도 임금은 올려 받아야겠다는 생각에는 은행원은 '질적'으로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그렇다면 이달에만 두 번 적발된 배임사고는 질적 서비스의 결과물일까, 비(非)질적 서비스의 결과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