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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실력자가 없네...미래에셋에 2년째 맡긴 우리금융 '비은행'

1년만에 또 멀티에셋자산운용 대표→우리자산운용 대표
임종룡 회장 성과주의 원칙 속 '내부 능력자 부재' 드러나

 

[FETV=권지현 기자] 우리금융그룹이 우리종합금융, 우리자산운용 수장을 1년 만에 갈아치웠다.

 

신임 대표이사의 경우 통상 2년의 임기가 주어지고, 재임 성과에 따라 1년 유임 여부를 판단하는 관례를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두 자리는 모두 미래에셋그룹 출신들이 채웠다. 취임 1년을 맞은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성과주의 원칙'과 그룹 자본시장 부문을 이끌 '내부 실력자 부재'가 동시에 드러났다는 평가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그룹 15개 자회사 중 자본시장영역을 담당하는 우리종합금융, 우리자산운용 두 곳의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했다. 우리종금은 은행·카드·캐피탈에 이어 자본총계 기준 그룹 4위, 우리자산운용은 9위다. 오는 5일 우리종금은 김응철 대표에서 남기천 현 우리자산운용 대표로, 우리자산운용은 남 대표에서 최승재 현 멀티에셋자산운용 대표로 각각 바뀐다.   

 

4위, 9위 자회사 수장 교체지만 우리금융은 새 CEO들을 통해 은행에 이은 '2위 자회사'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중기적으로 증권·자산운용 보강과 시너지를 통해 KB·신한·NH농협 등 경쟁 금융그룹처럼 자본시장 부문을 비은행 1등 사업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사실 새로운 것은 아니다. 4년간 우리금융을 이끌었던 손태승 전 회장도 임기 내내 그룹이 갖지 못한 증권·보험사를 아쉬워하며 인수·합병(M&A) 의지를 내비쳤다.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이전보다 그룹에 '날카로운 바람'이 부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임종룡 회장은 지난해 3월 종금, 자산운용 대표를 바꾸고, 증권사 인수 등 비은행 강화를 추진할 미래사업추진부문도 새로 만들었다. 당시가 회장 취임 약 보름 전이었음을 감안하면, 임 회장이 자신의 체제 출발선에서 가장 힘을 쓴 부문이 자본시장임을 알 수 있다. 공들여 자리에 앉힌 종금·자산운용 수장이었지만, 임 회장은 두 CEO를 1년 만에 교체했다.

 

 

중책을 맡은 남기천·최승재 대표는 멀티에셋자산운용 수장을 지낸 공통점이 있다. 2023년 3월 남 전 대표를 영입한 우리금융은 1년 뒤에는 최 대표를 데려왔다. 두 사람은 2016년 미래에셋그룹 편입 후 대체투자 전문 운용사로 탈바꿈한 멀티에셋자산운용의 안착을 도왔다. 남기천·이철성 전 대표가 공동 수장을 맡으면서 성장세를 이끌었으며, 2021년 합류한 최승재 대표(전 미래에셋증권 전무)는 이듬해 2018년 이후 사상 최대 규모 영업수익(매출액)을 기록했다. 

 

임 회장이 미래에셋그룹 출신 인물을 2년 연속 영입한 데는 내부 인사들의 실적이 마뜩잖은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룹에선 실력자를 찾기 힘들다는 방증이다. 임 회장은 연초 임직원들에게 "시장이 기대하는 수준 이상의 성과를 보여달라"고 당부, 어느 때보다 '실력'을 눈여겨 볼 것임을 분명히 했다. 

 

우리은행에서 글로벌·외환그룹 집행부행장보를 지낸 김응철 우리종금 대표는 취임 첫 해인 2023년, 당기순손실 534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2021년 연 순익은 각각 918억원, 799억원이었다. 우리금융지주의 첫 상장 자회사였던 데다 국내 유일 종금사 프리미엄을 생각하면, 500억원이 넘는 우리종금의 적자는 적잖은 충격이다. CMA(종합자산관리계좌)와 비대면 고객수가 1년 새 모두 늘었지만 이자·비이자이익 등 영업 전반이 부진했다. 이에 김 대표는 같은 시기 취임한 우리자산운용 남 대표에게 경영 바통을 넘기게 됐다. 김 대표는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반면 외부 출신인 남기천 대표는 우리자산운용에서 호실적을 냈다. 2023년 당기순이익 64억원으로, 전년(13억원)의 5배 순익을 기록했다. 2021년 82억원이던 순익은 2022년 6분의 1로 고꾸라졌으나, 새 대표를 맞으면서 1년 만에 자존심을 회복했다. 남 대표의 선방은 임 회장이 멀티에셋자산운용 CEO를 우리자산운용 수장으로 또 불러들인 계기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그룹은 올해를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충 원년으로 삼고 있다. 우리종합금융은 향후 증권사 인수합병을 통해 중대형 증권사로 변신을, 우리자산운용은 자산운용업권 강자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관련 자본시장 업계 전문성과 경력을 갖춘 남기천, 최승재 대표가 이러한 미션을 완수할 최적임자라는 점에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