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박제성 기자] 영풍이 오는 3월 19일 개최예정인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된 배당결의안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며 표대결을 예고했다.
영풍은 21일 입장문을 통해 "주당 기말 배당금을 중간 배당금보다 줄인다면 주주들의 실망이 크고, 주주들이 회사의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가지게 되어 주가가 더욱 하락할 위험이 있다"며 올해 전체 배당금을 전년보다 줄이는 것은 주주권익을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영풍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즉각 반박했다. 고려아연은 배당결의안에 대해 "2023년 기말배당 5,000원에 더해 중간배당 1만원과 1,000억원의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주주환원율은 76.3%로 지난해(50.9%)에 비해서도 훨씬 높아진 상황"이라며 "환원액만 보더라도 2022년 3979억원에서 2023년 4027억원으로 증가했다"고 반박했다.
특히 영풍의 주장대로 배당금을 높이면 주주환원율이 96%에 육박하는데 기업이 모든 이익금을 투자나 기업환경 개선에 할애하지 않고 주주 환원에 쓰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가치와 주주권익을 떨어뜨린다고 반박했다.
주주권익을 위해 고려아연에게 96%에 육박하는 주주환원율을 요구하는 영풍의 주주환원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금감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영풍이 자사 주주들에게 지급한 배당금은 매년 약 172억 수준이다.
영풍이 자사주 소각을 한적이 없기에 영풍의 총주주환원율은 5년 평균 약 10% 수준이다. 특히 가장 최근인 22년 주주환원율은 4.68%에 불과했다. 결국 주주환원율이 5%도 안 되는 영풍이 고려아연에게는 주주권익 보호를 명분으로 96%에 육박하는 주주환원율을 요구하는 셈이다.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영풍이 고려아연에 과도한 배당을 요구하는 이유는 사실 부실한 경영실적 때문으로 보인다”며, “영풍이 마치 주주권익을 대변하는 듯하지만 실상은 매년 고려아연이 영풍에 지급하는 배당금이 줄면 기업경영에 타격을 입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영풍의 경영실적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5년간 영풍의 경영 실적추이를 보면, 영업이익은 매년 적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2018년 300억원의 적자를 시작으로, 2021년에는 728억, 2022년에는 1078억에 이르는 적자를 기록했다.
최근 5년간 영업이익을 합산하면 1,371억원 적자로 영풍이 본업으로 벌어들인 이익은 한 푼도 없었다. 반면 영풍이 고려아연으로부터 수령한 배당금은 2018년 507억원을 시작으로 최근 5년간 배당금 누적액이 3576억에 이른다.
같은 기간 영풍은 1371억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고려아연으로부터 수령한 배당금만으로 영풍의 당기순이익은 무려 2,205억 흑자로 전환한 것이다.
기업경영 전문가들은 “영풍은 고려아연으로부터 연간 2만원의 배당금을 받아서 자사 주주들에게 1만원씩 지급하는 모양세”라며 “이미 높은 수준의 주주환원정책을 이행하고 있는 고려아연에게 과도한 배당을 요구하는 것은 고려아연 주주가 아니라 영풍 경영진을 위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