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제성 기자] 하림의 HMM 인수가 결국 무산됐다. 해운업계에선 이미 예견될 일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7조원 규모의 덩치와 국가자본이 들어간 HMM을 하림이 인수하기에는 자금조달 측면에서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HMM 노조가 하림 인수를 줄곧 반대하고 나선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KDB산업은행(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는 작년 초부터 HMM 매각을 위해 가속패달을 밟기 시작했
다. 이때부터가 사실상 첫 단추가 끼우기 시작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시 예비입찰 단계서부터 어느 기업이 뛰어들지 해운업계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예비입찰 과정에서 포스코그룹, 현대자동차그룹까지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근거없는 루머가 나돌았다. 하지만 이같은 루머는 결국 근거없는 헛소문으로 끝났다. 그러다 작년 8월 예비입찰 단계에서 5파전 구도가 형성됐다. 동원그룹, 하림그룹, SM그룹, LX그룹, 글로벌세아를 비롯해 독일의 하팍로이드까지 관심을 내비쳤다.
그런데 HMM 인수 몸값이 7조원이 넘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자 LX그룹, SM그룹, 글로벌세아는 일찌감치 예비입찰 관심에서 손을 뗐다. 7조원이라는 자금 부담 때문이다. 독일의 하팍로이드는 해외 국적 선사이다보니 국가해운산업의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일찌감치 매각협상 파트너 명단에서 빠졌다.
결국 작년 11월 본입찰을 향한 최종 예비입찰에서 동원과 하림그룹이 맞붙는 2파전 양상으로 최종 결정됐다. 이번 최종 매각 대상은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HMM의 주식 3억9879만주(57.9%)다. 해당 주식수와 현재 주당 시세를 고려할 때 HMM 인수 몸값은 대략 7조~8조원 규모다.
그러다 작년 12월 18일 하림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때부터 하림의 HMM 매각을 위해 8부 능선까지 도달한 셈이다. 이때부터 “닭이 고개를 삼키는 격이다”, “단숨에 제계 13위까지 오를 수 있다”는 등의 하림을 띄어주는 문장들이 각 언론매체를 장식했다.
관건은 인수 자금 확보를 어떻게 할지 여부다. 하림 측은 최대주주로 있는 팬오션에 3조원 가량의 유상증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계열사를 통한 현금성자산 확보 등, 재무적 투자자(FI)인 JKL파트너스로부터 투자금을 지원을 받겠다는 등의 자금 계획을 세웠다.
문제는 올해부터 시작됐다. HMM노조 측이 하림이 HMM을 매각하기 위해서 몇가지 조건을 요구했다. 해당 조건으로는 하림의 구체적인 자금조달 계획, 영구채전환 문제 등의 해결 등을 노조 측이 요구했다. KDB산업은행(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 등도 이러한 요구사항 부분을 하림 측에 요구하며 본협상을 진행했다. 1월 말 한 차례 협상이 연기된 뒤 양측은 6일 본협상 테이블을 맞이했다.
협상은 이튼날인 7일 새벽까지 계속됐다. 하지만 결국 양측간의 의견을 좁히지 못한채 7일 KDB산업은행(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 측은 'HMM 매각 협상 불발'을 선언했다. 양측이 입장 차이가 발생된 이유는 영구채전환 문제와 투자금 회수시기 등이 거론됐다.
하림의 HMM 인수를 위한 재무적 투자자(FI)인 JKL파트너스가 지분을 신속히 처분, 투자금을 회수하고 싶기 때문이다. 산은은 하림측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유는 하림이 HMM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과 함께 사모펀드사인 JKL파트너스가 국적 해운사의 경영을 마음대로 흔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영구채의 주식 전환 문제‘도 양측간 완벽히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하는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하림 측은 영구채 주식 전환에 대한 5년 유예를 요구했다. 영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지 않을 경우 하림 측의 HMM 지분은 57.9%를 유지하게 된다. 이럴 경우 HMM으로부터 받는 배당금도 유예된 기간만큼 더 늘어난다. 시간이 갈수록 인수금 부담은 줄어드는 셈이다.
하림 인수전이 최종 불발되면서 산은과 해진공의 HMM 지분 57.9%(3억9879만156주)는 유지하게 된다. 사실상 HMM의 최대주주인 셈이다. 산은과 해진공은 하림 인수 불발 사태를 잊고 빠른 시일내 HMM 재매각 일정표를 만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