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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랑 1명 샀네...승진한 임원도 안 사는 4대금융 주식

임원 배지 달고도 '신한 1명, 하나 2명' 자사주 보유 공시
승진 보은마저 실종...임원 연임에도 자사주 매입 '나 몰라라'

 

[FETV=권지현 기자] "연말 정기 인사가 끝나면 연초에 임원 주식 소유분 공시가 집중되는데, 이마저도 옛말이 돼버렸습니다. 요즘엔 임원이 되고 나서도 자사주 투자 자체를 머뭇거리며 잘 안 사는 분위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적발표회(IR) 때는 주주환원 확대를 이야기하니 참 아이러니합니다. 임원들도 안사는 주식을 누가 사겠습니까? 말보단 행동이 중요하잖아요" (대형 금융지주 은행 관계자)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에서 올해 임원 배지를 달게 된 임원들 대다수가 자사주 매입에는 극히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연초가 되면 승진에 대한 보은 성격으로 자사주를 사들이곤 했으나 이마저도 예년에 비해 건수와 규모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일각에선 임원들의 책임 경영 의지와 조직 로열티가 사라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회사 경영 사정을 잘 아는 임원들이 주식을 매수한다는 것은 통상 주가에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대외적으로는 실적에 대한 자신감과 책임 경영 의지를, 대내적으로는 조직 충성심을 드러내는 메시지로 읽힌다. 지난 2022년 4월 말, 삼성전자 주가가 6만5000원마저 깨지자 회사가 임원들에게 자사주 매입을 독려하는 이메일을 보낸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 삼성전자는 회사 경영이 쉽지 않을 때 임원들이 주식을 사면 회사의 미래, 성장성에 대한 자신감을 알릴 수 있다면서 자사주 매입을 독려했다. 회사 주식을 사서 애사심을 널리 알리는 것도 임원들로선 마다할 일은 아닐 거라는 논리였다. 

 

이를 금융권 임원들, 것도 '연초 효과'를 덧대 살펴보면 어떨까. 결론적으론 실망스럽다. 4대 금융지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역사상 최저 수준인 평균 0.32배에 불과하는 등 은행주 저평가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에 이는 차치하더라도,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올해 금융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만만찮아 '혁신' '영업' 등을 일제히 내세운 분위기 치고는 임원들의 경영 자신감과 조직 로열티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앞서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방법의 변화가 필요하다. 최고의 가치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돼야 한다"고 했으며,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틀을 깨는 혁신과 도전"을 강조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도 변동성 심화 속 "그룹의 새로운 백년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지주 신규 임원 '1명'이 자사주 보유 내역을 공시했다. 신한금융은 지난 연말 천상영 그룹재무부문장, 이인균 그룹운영부문장, 방동권 리스크관리파트장, 박현주 소비자보호파트장, 김준환 디지털파트장, 김지온 감사파트장 등 6명의 경영진을 확정했다. 이중 김지온 파트장 1명만 신한지주 주식 5374주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연임된 이인균·방동권·박현주 파트장 중 방동권 파트장은 상무 시절인 2021년 12월 이후 자사주 매입 공시 이력이 없다.  

 

하나금융지주에선 '2명'이 자사주를 샀다. 하나금융은 지난 연말 고영렬 미래성장전략부문 겸 그룹글로벌부문소속 부사장, 김영훈 자산관리본부 부사장, 박종무 그룹재무부문 부사장, 박근훈 IR본부 상무, 강재신 그룹리스크부문 상무, 장일호 AI데이터본부 상무, 정준형 그룹소비자리스크관리부문 상무 등 7명의 그룹 새 경영진을 발표했다. 이중 박근훈 상무와 강재신 상무가 각각 자사주 1600주, 200주를 매입했다. 

 

지난해 리딩금융을 차지한 KB금융지주는 그나마 좀 나았다. 지난 연말 그룹에서 이승종 전략담당 부사장, 조영서 디지털부문장·IT부문장 부사장, 임대환 준법감시인 부사장, 나상록 재무기획 상무, 전효성 HR담당 상무, 서기원 이사회사무국 상무, 박진영 브랜드홍보그룹 상무, 박효익 보험사업담당 전무, 차대현 감사담당 전무 등 9명의 승진 임원을 발표했다. 이중 이승종·임대환 부사장이 각각 자사주 150주, 475주를 보유했으며, 박진영·나상록 상무도 각 578주, 3주를 갖고 있다. 이외 올해 지주 재무담당(CFO)으로 자리를 옮긴 김재관 부사장은 3000주를 보유했으며, 박기은 KB국민은행 신임 부행장은 261주를 갖고 있어 4대 은행 경영진 중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연말 송윤홍 성장지원부문장(이하 부사장), 전재화 준법감시인, 정규황 감사부문장, 정찬호 홍보실장 등 4명의 승진 임원을 발표했는데, 이중 정규황·정찬호 부사장이 각각 우리금융 자사주 1만1741주, 5492주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지주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이 곧바로 주가와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승진 보은이 이뤄지는 연초에도 매입 행렬이 뜸하다는 점은 투자자들에게 은행주 매입은 물론 해당 금융지주 투자에 대해 또 다른 신호로 읽힐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급등주의 최상단은 임직원의 주식 매도가 만들고, 저평가주의 최하단은 임직원의 주식 매수가 만든다는 말이 있다"면서 "지금 이 주식을 사도 되는지 망설이는 투자자에게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보다 보다 더 좋은 시그널은 없다는 점에서 자사주 매입에 소극적인 금융지주 임원들의 움직임은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