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현원 기자] 우리은행이 금융당국의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과징금 사전통보 명단에서 제외되며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판매 은행들의 합산 과징금 규모가 역대 최대인 2조원으로 알려지며 최종 확정될 경우 실적 악화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타 판매 은행 대비 홍콩 ELS 판매 금액이 가장 적었던 우리은행은 그동안 충당금 적립 이슈에서도 벗어나 있었다.
◇금감원, 홍콩 ELS 판매은행에 과징금 2조 사전 통보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8일 홍콩 H지수 ELS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해당 은행에 금융소비자보호법 과징금 감독규정에 따른 사전통지서를 발송했다.
사전통지서를 받은 은행은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NH농협은행 등 5곳이다. 이들 은행의 과징금·과태료 합산 규모는 약 2조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 금액이 가장 많았던 KB국민은행의 경우 과징금 규모가 1조원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감독원은 18일 제재심의위원회에 해당 안건을 올려 본격적인 제재 절차를 시작할 계획이다. 제재심의위원회 이후 각 은행별 제재 수위는 금융위원회가 최종 판단할 예정이다.
은행별 홍콩 ELS 판매 금액은 KB국민은행이 8조1972억원으로 은행권 중 가장 큰 규모다. KB국민은행이 주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ELS 판매 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55% 수준이다. 나머지 사전 통보 명단에 포함된 은행의 판매 금액은 규모 순으로 신한은행 2조3701억원, NH농협은행 2조1310억원, 하나은행 2조1183억원, SC제일은행 1조2427억원 등이다.
홍콩 ELS 불완전판매 이슈가 발생한 이후 은행권은 2023년 말부터 순차적으로 ELS 판매를 중단했다. NH농협은행이 2023년 11월 은행권 중 가장 먼저 ELS 판매를 중단했으며 지난해 1월 들어서는 하나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도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
은행권 ELS 판매가 재개 시점은 내년 3월 이후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판매가 재개되더라도 ELS는 소비자 보호장치를 갖춘 거점점포와 일정한 자격요건, 판매경력을 가진 전담 판매직원을 통해서만 팔 수 있다.
◇‘비예금상품위원회’로 홍콩 ELS 리스크 최소화
다수의 은행이 ELS 판매를 중단하는 동안 우리은행은 홍콩 ELS 이슈에서 한 발 벗어나며 판매를 지속해 오고 있었다. 이번 금융감독원의 제재 관련 사전 통보 명단에서도 5대 은행 중 유일하게 이름이 빠졌다. 이는 우리은행 역시 홍콩 ELS를 판매했지만, 타 은행 대비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홍콩 ELS 관련 판매 금액은 413억원이다.
경쟁사보다 작은 규모의 홍콩 ELS 판매 금액은 충당금에도 영향을 미쳤다. 타 은행들이 홍콩 ELS 관련 수천억원대 충당금을 쌓는 동안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관련 충당금은 75억원이 발생했다.
홍콩 ELS 관련 충당금이 적었던 덕에 그룹 전체가 가지는 리스크도 낮아졌다. 실제 주요 금융그룹이 쌓은 충당금이 실적에 반영된 지난해 1분기 우리금융그룹의 보통주자본(CET1) 비율은 11.96%로, 전분기보다 0.03%p 내리는데 그쳤다.
여기에 홍콩 ELS 관련 과징금 영향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상황이다. 금융당국의 과징금이 최종 확정될 경우 제재를 받은 은행은 해당 금액의 약 600%의 위험가중자산(RWA)을 쌓아야 한다. RWA는 CET1 비율의 주요 하락 요인이다. 이는 과징금으로 인한 자본비율 하락 등 건전성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우리은행은 홍콩 ELS 판매 금액이 적었던 이유로 ‘비예금상품위원회’를 꼽는다. 과거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비예금상품위원회를 만들어 ‘타이트’한 리스크 관리를 해왔다는 것이 우리은행의 설명이다.
비예금상품위원회는 비예금상품의 기획·선정·판매 및 사후 관리에 관한 사항을 협의하는 위원회로. 매월 1회 개최가 원칙이다. 위원장은 금융소비보호 그룹장이며 각 상품 소관부서 그룹장, 준법감시인, 외부 전문가 등이 참여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H지수 관련 ELS를 적게 팔았던 이유는 당시 홍콩 쪽에서 보완법 등 이슈가 발생하면서 리스크관리를 위해 줄여야 하겠다는 내부적인 판단이 있었다”며 “또 우리은행의 경우 예전부터 고위험 상품은 일반창구가 아닌 PB창구에서만 팔게끔 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종합적인 판단이 작용한 배경이 있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