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창수 기자]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1위 TSMC를 상대하는 가운데 향후 경쟁 비책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모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구동칩 강세에 힘입어 3분기 파운드리 매출이 늘었지만 TSMC와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퀄컴 차세대 모바일 AP 수주를 놓고 양사가 격돌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고성능컴퓨팅(HPC) 중심 사업에 승부를 건다는 계획이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3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현황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TSMC 3분기 매출은 172억 4900만달러로 2분기보다 10.2% 증가했다. 시장 점유율도 56.4%에서 57.9%로 오르며 1위를 지켰다. 2위 삼성전자는 전분기대비 14.1% 증가한 36억 9000만달러 매출을 올렸다. 시장 점유율도 11.7%에서 12.4%로 소폭 올랐다. 그러나 TSMC와 삼성전자간 점유율 격차는 2분기 44.7%포인트에서 3분기 45.5%포인트로 약 0.8% 커졌다.
TSMC 매출 상승세에는 아이폰15를 비롯한 스마트폰 및 PC용 반도체 주문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최첨단 공정인 3나노 제품 매출은 TSMC 전체 매출의 약 6%를 차지했다. 고급 공정으로 분류되는 7나노 이하 제품군은 전체 매출중 약 60% 수준이다.
삼성전자 또한 전통적으로 강세인 부문에서 선전했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가 퀄컴의 중저가 5세대 AP 시스템온칩(SoC), 5세대 모뎀, 28나노 OLED 디스플레이 구동 칩(DDI) 주문에 힘입어 탄탄한 성장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인한 고객사 수요 감소로 기대에는 다소 못 미친 지표란 평가가 나왔다.
앞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3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모바일 등 주요 고객사 회복 지연에 따라 라인 가동률이 낮아지며 부진한 실적을 냈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부 실적만을 별도로 발표하지 않지만 시스템LSI 사업부를 포함한 매출은 5조 9100억원으로 전년 동기 실적(7조7900억원)을 밑돌았다.
이런 가운데 안드로이드 진영 플래그십 AP로 꼽히는 퀄컴 신작 ‘스냅드래곤8 4세대’ 위탁생산 경쟁에서 삼성전자가 TSMC에 밀린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4일 대만 경제일보에 따르면 퀄컴이 내년 공개하는 스냅드래곤 8 4세대 단독 위탁생산 업체로 TSMC가 유력한 상황이다.
퀄컴은 당초 이 제품을 TSMC와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모두 생산하는 듀얼소싱 전략을 세웠다. 그러나 최근 방향을 바꿨다는 것이다. 퀄컴은 지난 2021년 스냅드래곤8 1세대 제품 위탁생산을 삼성전자에 일임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출시한 1세대+와 2세대, 3세대 AP는 모두 TSMC가 생산을 도맡아 왔다. 경제일보는 “삼성전자 3나노 파운드리 증설 규모가 보수적 수준에 그쳐 퀄컴이 요구하는 생산 능력에 미치지 못 할 수 있다”며 “적어도 2025년까지는 듀얼소싱 체계가 자리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미국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 건설 등을 원동력으로 TSMC 추격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장은 올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 강연에서 “전체 파운드리 경쟁력은 TSMC가 삼성전자에 1~2년 앞서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앞으로 5년 안에 TSMC를 앞설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생성형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파운드리와 메모리, 패키지 사업간 협업을 통해 고객사 유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3분기 파운드리 사업부 실적은 다소 아쉽지만 상대적으로 매출 비중이 적었던 HPC를 축으로 역대 분기 기준 최대 신규 수주를 달성하는 등 실적 개선 모멘텀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관심이 늘고 있는 어드밴스드 패키지의 경우 국내외 다수 HPC 고객사로부터 로직과 HBM, 2.5D를 아우르는 ‘풀 턴키’(Full Turnkey·설계에서 시설 완성, 관련 공사까지 담당하는 턴키 방식 수출) 사업을 포함해 다수 패키지 사업을 수주했다”며 “내년에는 본격적인 양산과 사업 확대가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