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1일 그룹 명동사옥에서 열린 '그룹 출범 18주년 기념식'에서 ''NEW 하나' 모두의 행복, 미래를 꿈꾸다'라는 그룹의 미래 방향과 실천을 위한 다짐의 의미를 임직원들에게 강조하며 소통하고 있다. [사진 FETV DB] ](http://www.fetv.co.kr/data/photos/20231248/art_17016022784341_7935e2.jpg)
[FETV=권지현 기자] "지난 1일 그룹 기념식에서 특별한 퍼포먼스가 마련됐죠. 그룹 최고경영자(CEO)가 직원들에게 '잠시 뒤돌아보자'는 말을 건네자 참석한 임직원들은 자리를 뒤로 돌아 앉았습니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최근 그룹 명동사옥에서 열린 출범 18주년 기념식에서 임직원 300여명을 향해 언급한 '단어'가 화제다. 이날 함 회장은 직원들에게 "뒤돌아보자"고 말한 뒤, "지금까지 하나금융그룹은 성장을 위해 열심히 달려왔지만 더 큰 도약을 위해서는 어느 시점에서 잠시 숨을 골라야 한다"고 했다. 이에 임직원들은 방향을 틀어 앉았다. 당시 장면을 두고 하나금융 관계자는 '특별한 퍼포먼스'라 표현했다. 실제 수 년여간 열린 금융권 기념행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숨 고르기에 방점을 둔 함 회장의 이번 기념사는 약 1년 전인 올해 신년사에서 그가 강조한 '속도'와 대비된다. 함 회장은 지난 1월, "어쩌면 우리 마음속에 '풍전등화' 현실에도 안도하고 있는지 모른다"며 "더 늦기 전에 보폭을 넓혀 더욱 빠른 속도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올 한 해 '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현재 잘하고 있는 것은 물론, 약점도 놓치지 않고 끌어올려 '아시아 최고 금융그룹'을 지향해야 한다고도 했다. 임직원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불과 1년 만에 '속도' '1등'에서 '뒤돌아보기' '숨 고르기'로 방향을 크게 튼 것이다.

이는 실적 상승에 따른 자신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하나금융은 올 9월 말 당기순이익 2조9779억원을 기록, 분기 누적 사상 최대 이익을 경신했다. 2020년 그룹 전체 연순익이 2조7000억원을 밑돌았음을 감안하면 괄목상대다. 지난해 9월 말(2조8578억원)보단 4.2% 늘었는데, KB금융그룹(8.2%)에 이은 유일한 증가세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11.3%)과 우리금융(-8.4%)은 역성장했다. 덕분에 하나금융은 신한금융(3조8183억원)과의 순익 격차를 지난해 1조4490억원에서 올해 8404억원으로 1년 만에 6000억원 이상 줄였다.
특히 그룹 핵심 계열사인 은행의 성장세를 주목할 만하다. 하나은행은 9월 말 순익 2조7664억원을 달성, 신한은행(2조5991억원)을 1700억원가량 앞질렀다. KB국민은행(2조8554억원)에 이은 2등이지만, 지난해 전체 순익에 이어 이번에도 신한은행을 추월하면서 수년간 따라다니던 '만년 3등' 꼬리표를 뗐다. 성장률은 1등이었다. 9월 말 기준 하나은행은 1년간 순익이 23.3% 증가, 유일하게 20%대 성장을 이뤘다. 국민은행(12%) 두 배에 육박한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0.3%, -3.5% 증가했다.
함 회장은 "쉼이라는 것은 성장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면서 "미래를 위해 우리의 부족한 것을 찾고 세상을 볼 줄 아는 시선이 필요하며,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라고도 했다. 이익 추구에서 '사회'로 시선을 옮길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실제 금융회사와 금융협회 수장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금융당국의 잇단 '은행 때리기'에 부쩍 '사회적 책임' 관련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달 21일 취임한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사회와 끊임없이 상생하는 경영"을 그룹의 4가지 경영방향 중 가장 먼저 꼽았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이달 1일 쪽방촌 봉사활동을 하면서 "우리 이웃의 어려움에 더욱 귀를 기울이며,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하겠다"고 했으며, 같은 날 취임한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국민과 상생하는 것 또한 은행의 책무"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