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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은행 박한 평가' 김주현을 위한 변명

 

[FETV=권지현 기자] 은행권이 지난 3월에 이어 이달에도 앞뒤를 다투며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기존 방안에서 못 벗어나는 데다 수혜를 받는 대상·기간도 한정적이어서 취약 차주(돈을 빌린 사람)를 실질적으로 지원하기에 적절치 않다는 평가가 벌써부터 나온다. 잇단 뭇매에 울며 겨자 먹기로 급하게 내놓은 방안이라지만 총자산 700조원 안팎인 대형 금융그룹들이 내놓은 정책 치고는 '고민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자·대출' 말고는 없나요? 이마저도 '특정 차주 한시적 수혜'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일 오전 하나금융그룹은 KB·신한·하나·우리 4대 금융그룹 중 가장 먼저 추가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았다. 대표 계열사인 하나은행이 1000억원을 더 사회에 돌려준다는 계획인데, 이중 665억원이 이자 캐시백이다. 이중에서도 약 절반인 300억원은 지역신용보증재단 보증서로 신규 대출을 받은 소비자여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같은 날 오후 우리금융은 이례적으로 "상생금융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청년 등을 중심으로 상생금융 기본 설계를 마치고 세부사항을 다듬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차별성'이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3월 205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 패키지'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우리은행은 총 지원액 2050억원 중 1040억원을 이자 지원에 할당했고, 성실 상환고객에 한해 대출원금을 감해 주기로 했다. 이미 소상공인과 청년을 대상으로도 각각 대출·연체금 지원, 대출·금융바우처 지원 정책을 내놓은 상황이다. 

 

신한금융 역시 6일 '상생금융 패키지'를 발표, 1050억원 규모로 지원에 나선다고 밝혔다. 금리인하 등을 통한 이자지원에 610억원을 쓴다. 나머지 440억원 중 230억원도 당행 정책대출 상품을 이용하고 있는 고객에 한해 이자 지원 명목으로 활용된다. 이외 통신비 등 최대 10만원 캐시백, 총 25억원 규모로 생활비도 지원하는데 이는 앞서 하나은행이 내놓은 '20억원 규모 통신비 지원'과 유사하다.  

 

상생금융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자·대출 지원은 해당 고객에게는 당장 와닿는 지원책이 될 수 있지만, 해당되지 않는 대다수 개인 소비자와 소상공인 등에게는 무용지물이다. 앞서 금융그룹 수장들이 공언한 '실질적인 지원'과 비견되는 대목이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지난 3월 "사회와 능동적으로 소통하고 손님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모든 사회구성원이 상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으며, 같은 시기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금융 패키지를 제공"을 약속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자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7일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은행권 상생금융 방안에 대해 "정말 이 정도면 최대로 좋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며 사실상 박한 평가를 내렸다. 이어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데 조금 더 시간이 걸리고 고민이 된다"고도 언급, 기존 방안을 벗어난 사회공헌으로의 전환도 간접적으로 주문했다. 

 

◇창의성·적극성 필요...'당국 눈치보기' 아닌 '브랜드 가치' 위해 

 

대형 금융그룹들이 약속이나 한 듯 특정 고객을 대상으로 천편일률적인 상생 방안을 내놓는 데는 '빼앗기는 것'이라는 인식이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은 수익구조가 차별화 돼 있지 않은 데다 국내 고객을 대상으로 비슷한 영업을 수행하고 있어 사회공헌활동에 대해서도 상당히 보수적"이라며 "현실이 이러한데 자꾸만 '돈잔치' '독과점' 매를 맞으니 말로는 '진정성'을 외치면서도 결과는 경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이왕 내놓을 거면 금융당국이 할말이 없을 만큼 속 시원하고도 새로운 상생금융 방안을 금융사들이 내놔야 할텐데, 다들 똑같은 항목에 확인도 쉽지 않은 금액을 내걸고 있으니 계속 지적하는 금융당국이나 지적을 받는 금융사 모두 답답한 노릇"이라며 "기본적으로 내가 번 돈을 공짜로 준다는 인식이 강해 창의적으로 사회공헌에 나서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당국과의 관계 때문이 아닌 금융사 장기적인 존속을 위해서라도 사회공헌 시스템을 구축,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은행들은 평판 위험을 관리하고 브랜드 가치를 제고한다는 차원에서 사회공헌활동에 대해 보다 능동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상품개발뿐만 아니라 비정부기구(NGO) 등과의 연계를 통한 사회적 투자 프로젝트 참여 등 보다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으로 비용 대비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