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지난해 국내 대형 시중은행의 사회공헌 비중이 지방은행 수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가계·기업이 늘어나는 가운데, 대형 은행들이 많게는 지방은행 10배에 달하는 연 순익을 거두는 점을 감안하면 대형 은행들이 나눔에 인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FETV가 은행연합회가 최근 공개한 '은행 사회공헌활동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은 지난해 사회공헌활동 명목으로 8068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 12조290억원의 6.7% 수준이다.
'사회공헌활동 금액'은 서민금융·지역사회공익·학술교육·메세나(문화·예술등)·환경·글로벌 등 6대 활동분야 총 24개 세부항목에 대해 은행이 실제 집행한 금액을 말한다. 신용회복 사업 지원, 소외계층·소상공인 지원, 장학금, 환경보호, 해외 재난 구호 활동 등이 포함된다.
은행연 관계자는 "6대 활동분야에 주거래 약정 등 대가성이 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는 활동과 아마추어스포츠가 아닌 프로스포츠 관련 활동은 제외했다"면서 "이번 각 세부항목 별 활동금액 공시를 통해 개별 은행의 항목별 사회공헌활동 지원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형 시중·지방은행 순익 대비 사회공헌활동 금액 비중(단위:%, 2022년 기준). [자료 은행연합회] ](http://www.fetv.co.kr/data/photos/20231044/art_16986619566202_04f281.png)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이 지난해 사회공헌활동에 2035억원을 지출, 전체 연 순익(2조9960억원)의 6.8%를 썼다. 3조원 이상 순익을 낸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2025억원, 2058억원으로 6.7%, 6.6%를 집행했다. 지난해 2조8922억원을 거둔 우리은행의 사회공헌액은 1950억으로, 전체 연 순익의 6.7%를 썼다.
특히 이들 은행 모두가 6.7% 안팎으로 순익 대비 사회공헌활동 금액을 지출한 것이 눈에 띈다. 일각에선 빈축을 사지 않으면서도 나눔 구색을 갖추기 위해 다른 은행 활동 등을 염두에 두고 금액을 집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4대 은행들은 공통적으로 소상공인·사회복지시설 지원 등 지역사회공익 항목과 휴면예금 출연, 신용회복 사업 등 서민금융 항목에 가장 많은 금액을 썼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현재 사회공헌활동 금액 관련 금융감독원 등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이라며 "은행들이 말을 맞춘 것도 아니기에 (일제히 6%대를 기록한 것은) 우연의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은행별로 사회공헌활동 금액 최종 보고를 은행연합회에 하는 구조여서 타 은행이 사회공헌을 얼마나 하는지 알 수 없다"면서 역시 '공교롭지만 우연'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런 가운데 지방은행은 이들 4대 은행보다 사회공헌금액 비중이 더 높았다. BNK부산·경남, DGB대구은행 등 3대 지방은행은 지난해 946억원을 사회로 흘려보냈는데, 이는 이들이 거둔 연 순익(1조1226억원)의 8.4%에 해당한다.
작년 연 순익 4558억원을 거둔 부산은행이 8.8%(403억원)를 기록해 4대 은행까지 포함해 가장 높았으며, 2790억원 순익을 낸 경남은행은 8.7%(243억원)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대구은행은 사회공헌활동으로 지난해 전체 순익(3878억원)의 7.7%인 300억원을 썼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지방은행의 경우 지역사회와 관계가 필요하다 보니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 의지가 크다"고 말했다.
대형 은행들의 사회공헌 비중이 연 당기순이익 10분의 1 수준인 지방은행에도 미치지 못하자 4대 은행의 사회공헌 실적이 부진, 나눔 활동에 좀 더 힘써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정 지역에 중점적으로 사회공헌을 진행하는 지방은행과 달리, 대형 은행들은 서울·경기 수도권을 포함하는 '전국구'인 만큼 이전보다 더 적극적인 태도로 공동체의 약한 고리를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4대 은행 한 관계자는 "사실 사회공헌활동 금액이 모두 비용이다 보니 예년 수준보다 큰 폭으로 늘리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지역사회, 취약차주 지원 등에 대한 당국과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어 향후 그 비용을 점차 늘려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