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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가치' vs 우리 '실적'...같은날 상반된 하반기 전략, 왜

 

[FETV=권지현 기자] KB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의 수장들이 같은 날 상반된 올해 하반기 경영전략을 발표해 금융권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올 하반기 불확실한 경제 전망 속 그룹의 생존 방안을 모색하고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는 점은 동일했지만, 임직원들에게 요구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달랐다.

 

◇"한 단계 끌어올린 리딩뱅크란"...'빅웨이브'에 가치 방점 변화 추구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14일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하반기 그룹 경영 전략회의에서 '가치'를 강조, 270여명 그룹 전체 경영진에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자"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이 자리에서 "인공지능(AI), 모바일, 디지털 등이 주류가 되고 있는 세상에서도 KB는 전통적인 역량과 자산을 지속적으로 혁신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언급한 뒤 "다가올 미래에도 KB는 고객에게 만족과 행복을 주는 금융그룹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 회장의 이날 발언은 '리딩뱅크'의 범위를 한 단계 확장한 개념으로 해석된다. KB금융은 올해 1분기(1~3월) 1.5조원 당기순이익을 기록,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미 지난해 연순익 4.5조원 가까이 거두며 국내 최상위 지위를 공고히 한 만큼 이제는 이익 지향을 넘어서는 금융의 역할에 대해서도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담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경영 전략회의 주제도 'Toward the Future'(미래로 나아가며)였다.  

 

이는 금융업계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변화의 물결'과도 관련이 깊다. 최근 기업들은 AI와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 이른바 '빅웨이브' 앞에 살아남기 위해 빠르고도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이는 금융권 CEO의 관심사도 기존 전통적인 이익 추구에서 '고객' '미래' '혁신'으로 옮겨놓았다. 윤 회장은 전략회의에서 "사람과 AI가 조화롭게 일할 수 있는 바이오닉 컴퍼니(Bionic company·생체공학적 기업)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강조했는데, 금융권 CEO 중 '바이오닉 컴퍼니'를 언급한 인사는 윤 회장이 처음이다.

 

◇"은행, '돌파와 확장' 보여줘야"...기업금융 등 수익창출 집중 

 

같은 날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실적'에 방점을 찍었다. 임 회장은 계열사 대표와 전략 담당 임원, 기업문화 담당 대표직원 등 약 60명 앞에서 "기업금융 명가 부활, 중장기 경쟁력 확보 등을 기반으로 하반기 재무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기업금융 강화와 관련해 이날 조병규 신임 은행장과 토론을 진행,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논의해 이목을 끌었다. 그간 금융그룹 전략회의가 매년 상·하반기 '이벤트성'으로 치러지기도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 임 회장이 은행장과 직접 특정 사안을 두고 머리를 맞댄 것은 이례적인 풍경이다. 기업금융 실적 확대를 반드시 이루겠다는 임 회장의 확고한 의지가 드러난 대목이다. 

 

실제 임 회장은 우리금융의 '돌파와 확장'을 보여줘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올 1분기 우리금융은 순익 9113억원을 기록, 4대 금융 중 유일하게 1조원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보험·증권사가 없기 때문이라는 변명을 하기엔 그룹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의 성적이 마뜩지 않다. 

 

우리은행의 올 1분기 순익은 8590억원으로 1년 전(7160억원)보다 20% 성장했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은 6671억원에서 9707억원을 기록, 45.5% 급증했다. 지난해 1분기만 해도 우리은행이 하나은행을 500억원가량 앞섰으나, 1년 만에 1100억원 이상 뒤처지며 상황이 역전됐다. 하나은행이 급성장한 데는 지난해 3월 취임한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연신 '영업'을 강조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는 올해 3월 지휘봉을 잡은 임 회장을 자극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임 회장은 취임 약 보름을 앞두고 14개 자회사 중 은행을 포함한 9개사의 CEO를 교체, 대대적인 인사·조직 개편에 나섰다. 특히 우리은행은 조직을 영업 중심으로 탈바꿈, 3개 그룹장 자리에 영업실적이 뛰어난 본부장 등을 전진 배치했다. 취임하기도 전에 은행 리더십을 물갈이한 것으로, 쇄신에 대한 임 회장의 열망이 얼마나 큰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우리금융이 시장의 예상을 깨고 KDB생명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은 것도 보험사 확보보다 '은행 강화'가 시급하다는 임 회장의 판단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두 금융그룹 회장이 각사에 맞는 화두를 내던진 만큼 KB-우리금융이 보여줄 이후 행보도 하반기 관전 포인트다. 윤 회장은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목적이 있는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하자"며 임직원에 구체적인 행동이 뒤따라야 함을 당부했으며, 임 회장은 "기업금융의 강자가 되기 위해 영업력 강화는 물론, 여신심사 방안도 철저히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