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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번'...윤종규 KB금융 회장, 이번엔 '친환경'

 

[FETV=권지현 기자] "그린 트랜스포메이션(Green Transformation) 등 새로운 시대적 기류에 KB가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세상을 바꾸는 금융이라는 우리의 미션이 헛된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지혜를 모으고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지난 1월 열린 '2023년 상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다섯 번. KB금융그룹이 올해 들어 알린 '친환경' 행보다. 한 달에 한 번꼴로, 국내 금융그룹 중 가장 잦다. 구호만, 단발성으로만 ESG(친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개선)를 외치는 기업이 적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KB금융의 친환경 행보는 그 횟수만으로도 주목받을 만하다. 여기에 '새로움'까지 더해지면 어떨까. KB의 영역을 '금융'에 국한할 수도 있지만, KB금융은 '리딩금융' 타이틀에 걸맞게 앞에 한 단어를 덧붙인다, '세상을 바꾸는' 금융.

 

◇ "K-금융 위상, '디지털'만이 아니야"

 

'세상을 바꾼다'. 식상할 수도 있는 KB금융의 이 메시지를 행동으로 바꾼 이가 윤종규 회장이다. 지난 2014년 11월 그룹 회장에 올라 올해로 9년 차를 맞은 윤 회장은 금융권 최장수 최고경영자(CEO) 중 한 명이다. 1955년생으로 노장(老將)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가 금융권에 던지는 주제는 신선하고도 앞서있다. 2014년 총자산 308조원, 연 당기순이익 1.5조원이던 KB금융을 8년 만에 각각 700조원, 4조원으로 배 이상 키워낸 그의 이력만 봐도 '성격'을 알 수 있다. 최근 그는 '친환경'으로 시선을 이동, 또 다른 역사를 쓰고 있다.

 

윤 회장은 지난 5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탄소중립을 위한 글래스고 금융연합(GFANZ)'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자문위원회 회의에 참석,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금융의 역할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해 6월 GFANZ의 아·태 지역 자문위원으로 선임됐으니 꼬박 1년 만이다. GFANZ는 45개국 450여개 금융사가 참여하고 있는 글로벌 연합체로, 넷제로(Net-zero) 경제를 촉진하고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2021년 4월 문을 열었다.

 

키워드로 '금융'을 두고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댄다는 점에서 GFANZ는 '금융을 통해 세상을 바꾸자'는 윤 회장과의 모습과 맞닿아 있다. 그는 금융 상품·서비스 혁신을 의미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서 한발 더 나아간 '그린' 트랜스포메이션을 국내 금융권 처음으로 언급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일련의 행보로, KB금융은 2021년 9월 국내 금융그룹 처음으로 RE100(Renewable Energy 100%)에 가입했으며, 아시아 금융기관 최초로 SBTi(과학기반목표 이니셔티브)로부터 탄소감축 목표를 승인받았다. 

 

◇ "당장 국내서 할 수 있는 일, 꿀벌"

 

꿀벌은 그 중요성이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대표적인 생물이다. 야생식물의 90%, 식용작물의 75%가 꿀벌 수분으로 생식한다. 이에 영국 왕립지리학회는 꿀벌을 '지구상 가장 중요한 생물 5종'에 선정하기도 했다. 우리가 즐겨 먹는 견과류, 과일, 채소, 커피, 육류와 각종 유제품, 식용유를 만드는 유채와 해바라기, 심지어 면화까지 모두 꿀벌 없이는 얻을 수 없다. 이런 꿀벌이 집단 폐사하는 일이 세계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2000년대 중반 시작된 '꿀벌군집붕괴현상'(CCD)이 지금 한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윤 회장은 이에 집중, 지난해 5월 꿀벌 생태계 회복을 위해 그룹이 본격적으로 'K-Bee 프로젝트'를 시작하도록 했다. 꿀벌이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오는데 도움을 주고자 강원도 홍천 지역에 밀원숲 조성에 나섰다. 이곳에 2024년까지 헛개나무, 백합나무 등 꿀벌에게 먹이를 제공하는 나무인 밀원수 10만 그루를 심는다. 지난해 부지 정리, 기반 시설 설치, 적합 수종 테스트를 마쳤으며, 올해 묘목을 재배하는 식재·양묘 과정을 시작했다.

 

지구촌 곳곳에서 사라진 꿀벌을 되찾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기에 KB금융의 움직임은 더욱 '귀하다'. KB금융은 밀원숲 말고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관 옥상과 서울숲 꿀벌정원에 도시양봉장을 만들었다. 도시가 농촌보다 꿀벌들의 활동에 좋은 환경이라는 점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미국 시카고 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같은 수의 꿀벌을 통해 도시에선 26Kg의 꿀을 수확했으나 농촌에선 이보다 9Kg 적은 17Kg의 꿀을 얻었다.

 

윤 회장의 친환경 행보 속에 '사회적 기업'이 녹아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KB금융은 작년 4월 도시 양봉장을 조성하며 도시 양봉 사회적 기업인 '어반비즈'와 손을 잡았다. 사회적 기업과 함께여서인지 KB금융은 은행 옥상 양봉장에서 수확한 꿀을 저소득층 가정에 전달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밀원숲은 나무심기 사회적 기업 '트리플래닛'과 함께 만든다. 꿀벌 생태계 회복을 실천하면서 동시에 사회적 기업에 힘도 보태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