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오늘(31일)부터 금융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이른바 '싼 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되면서 은행권 금리 '눈치싸움'이 시작됐다.
개별 금융사 앱보다 카카오페이, 토스 등과 같은 플랫폼 이용이 익숙한 소비자들은 벌써부터 플랫폼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금융사별 대출 상품과 조건 등에 관심을 갖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리딩뱅크'를 다투는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소비자 기대와 달리 플랫폼 1곳과만 손 잡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개인 차주들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은행, 저축은행, 카드‧캐피탈사에서 이미 받은 신용대출 정보를 조회해 더 유리한 금리 조건으로 한 번에 갈아탈 수 있다.
예를 들어 A금융사 모바일 앱을 통해 마이데이터 가입 없이도 다른 금융사에서 이미 받은 대출을 확인한 후 곧바로 A사 대출로 변경할 수 있으며, 대출비교 플랫폼 B앱에서는 마이데이터를 통해 기존 대출을 확인하고 여러 금융사의 대출 조건을 비교한 후 선택한 금융사의 앱으로 이동해 대출을 갈아탈 수 있다. 현재 대환대출 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앱은 카카오페이, 토스, 네이버페이 등 대출비교 플랫폼 7곳과 은행 15곳, 저축은행 7곳, 카드사 7곳, 캐피탈사 4곳이다.
![대환대출 서비스 상황별 이용 방법. [자료 금융위원회]](http://www.fetv.co.kr/data/photos/20230522/art_168549259811_d68ee6.png)
눈길을 끄는 것은 순익 1등을 두고 경쟁하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입점'을 확정한 대출비교 플랫폼 개수다. 현재 두 은행은 모두 카카오페이 1곳과 제휴를 맺고 대환대출 상품을 내놓았다. 토스, 네이버파이낸셜, 뱅크샐러드, 핀다 등 다른 플랫폼 6곳에서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대출 상품으로 갈아탈 수 없다.
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 가운데 플랫폼 1곳과 손잡은 곳은 국민-신한은행 두 곳뿐이다. 하나은행은 4곳(네이버파이낸셜·카카오페이·토스·핀다), 우리은행(네이버파이낸셜·카카오페이)과 농협은행(토스·카카오페이)은 각각 2곳과 함께 대출 상품을 선보였다. 이에 두 '공룡'인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대환대출 서비스 초기부터 소극적인 태도를 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두 은행의 이 같은 결정에는 시장점유율을 고려한 '이해(利害)적 행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의 경우 금리 경쟁력을 통해 이미 가계대출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한 만큼 굳이 여러 플랫폼에 대출 상품을 내놓아 이자를 낮출 필요가 없다는 계산이, 신한은행은 자체 예금·대출 비교 플랫폼을 내달 출시할 예정이어서 다른 대출비교 플랫폼에 구태여 발을 담그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위원회 한 관계자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기존 플랫폼을 통해 이미 시장 지위를 확보하고 있어 대환대출에 대해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며 "두 은행은 이번 (대환대출) 인프라가 아니었으면 대환대출을 취급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은행의 경우 기존 소매금융 강자로서 금리 경쟁력이 있기에 플랫폼 업계에 종속되는 것이 달갑지 않을 수 있고, 신한은행은 자사 플랫폼 운영 계획을 갖고 있지만 국민은행 등 다른 은행들이 이번 대환대출 인프라에 함께하다 보니 참여 안 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두 대형 은행이 카카오페이에만 대출 상품을 제공했지만,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앱을 통해 대환대출이 가능한 만큼 소비자가 받는 제약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금융위 관계자는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다음 달 이후 금융사와 플랫폼 간의 제휴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순차적으로 플랫폼과의 제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먼저 카카오페이 한 곳과 제휴를 시작했다"면서 "현재 토스 등 다른 플랫폼과의 제휴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