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http://www.fetv.co.kr/data/photos/20230521/art_16849786343647_7d0e25.jpg)
[FETV=권지현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0%로 동결했다. 지난 2월과 4월에 이은 '3회 연속 동결'로,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이다. 금융권에선 사실상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 단계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5일 오전 열린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0%로 유지하기로 했다. '기준금리'는 초단기금리인 콜금리에 즉시 영향을 미치고, 장단기 시장금리, 예금·대출 금리 등의 변동으로 이어져 궁극적으로는 실물경제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 한은은 3·6·9·12월을 제외하고 매년 8번 금통위를 열어 물가 동향, 국내외 경제 상황, 금융시장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데는 연이은 금리인상에 따른 실물경기 악화 우려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7회 연속(1.50→3.50%) 기준금리를 잇달아 올린 한은이 경기 둔화 우려 등에 일단 금리인상 효과를 지켜보기로 한 것이란 분석이다.
수출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1분기(1~3월)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0.3%)은 민간소비 덕에 두 분기 연속 역성장을 힘겹게 피했다. 통관기준 무역수지는 지난달까지 -26억2000만달러를 기록, 여전히 14개월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과 내수 활성화 정책 효과가 시장의 기대를 밑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3.7%)이 14개월 만에 3%대로 떨어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다소 완화된 상황에서 무리한 금리 인상으로 시장에 긴장을 줄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역시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높아 한미 금리차 확대에 대한 부담도 이전보다 줄어든 상태다. 시장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가 내달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5.00∼5.25%로 동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은은 미국과의 격차가 역대 최대 폭인 1.75%포인트(p)까지 벌어졌지만, 이로 인해 원화 약세(원·달러 환율 상승)와 외국인 자금 유출 등이 본격적으로 나타났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원·달러 환율에 대해 "오늘 환율이 1320원 밑으로 떨어졌는데, 한국과 미국 간 이자율(금리) 격차는 환율 변동에 하나의 원인일 뿐"이라며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줄어들고 위안화 강세에 대한 생각도 조정되면서 우리나라 환율이 어느 (통화) 하나에 강하게 매달리지 않고 정상화되는 시기"라고 말했다.
한은이 이날 3연속 동결을 결정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본격적으로 금리 인하 시기로 모이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 4월 금통위 이후 기자들과 만나 "(연내 인하는) 너무 성급하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