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생명보험사 당기순이익 추이(연결 재무제표 기준). [자료 각 사]](http://www.fetv.co.kr/data/photos/20230520/art_16842056529206_aa93f3.jpg)
[FETV=장기영 기자] 새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 첫해인 올해 1분기 이변은 없었다. 삼성생명, 삼성화재가 각 업계에서 가장 많은 당기순이익을 남기며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다만, 올해 1분기 실적은 금융당국이 제시하는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에 따라 수정될 예정이어서 2분기 이후 나올 최종 성적표에 관심이 쏠린다.
16일 각 보험사가 공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3개 대형 생명보험사의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해 1분기(1~3월) 당기순이익(지배기업 소유지분) 합산액은 1조6297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631억원에 비해 5666억원(53.3%) 증가했다.
이번 실적에는 올해부터 시행된 IFRS17이 처음 적용됐다. IFRS17은 보험부채 시가평가를 골자로 한 새 회계기준이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1분기 주가 하락에 따른 변액보증준비금 손실 확대의 기저효과 등으로 당기순이익이 3배 가까이 급증해 1위를 차지했다.
삼성생명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7068억원으로 전년 동기 2684억원에 비해 4384억원(163.3%) 증가했다. 국내 전체 보험사 중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이 7000억원을 넘어선 곳은 삼성생명이 유일하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1분기 변액보증손익이 1770억원 손실을 기록해 전년 동기 360억원 이익 대비 적자로 전환한 바 있다.
올해 1분기 실적에는 금융상품 회계기준(IFRS9)이 적용됐지만, 지난해 1분기 실적에는 적용되지 않은 점도 차이점이다.
같은 기간 2위 경쟁사 교보생명의 당기순이익은 3157억원에서 5003억원으로 1846억원(58.5%) 증가한 반면, 한화생명의 당기순이익은 4790억원에서 4226억원으로 564억원(11.8%) 감소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지난해 대비 금리 하락에 따른 금융상품평가이익 증가로 자산운용이익률이 상승한 가운데 IFRS17 도입으로 보험서비스이익이 증가하면서 당기순이익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5개 대형 손해보험사의 개별 재무제표 기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합산액은 1조9887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8560억원에 비해 1327억원(7.1%) 증가했다.
손보업계에서도 삼성화재가 유일하게 5000억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남기며 1위 자리를 지켰다.
삼성화재의 당기순이익은 4969억원에서 5801억원으로 832억원(16.7%) 증가했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6127억원으로 6000억원을 웃돌았다.
삼성화재 최고재무책임자(CFO) 김준하 부사장은 지난 12일 경영실적 설명회에서 “대내외적 난관이 계속되는 여건에서도 새로운 회계 제도의 안정적 도입과 함께 우수한 사업 실적을 시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DB손보의 당기순이익은 4834억원에서 4060억원으로 774억원(16%) 감소한 반면, 메리츠화재의 당기순이익은 3251억원에서 4047억원으로 796억원(24.5%) 증가해 치열한 2위 경쟁을 예고했다.
현대해상의 당기순이익은 3457억원에서 3336억원으로 121억원(3.5%) 줄었다. KB손보는 2049억원에서 2643억원으로 594억원(29%) 당기순이익이 늘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이 같이 압도적인 차이로 1위를 사수하면서 IFRS17 도입에 따른 이변은 발생하지 않았다.
앞서 주요 보험사가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통해 공개한 ‘IFRS17 재무영향평가’ 결과를 통해 손보업계 2위권 DB손보가 보험업계 전체에서 당기순이익 1위를 차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하위사들의 반란이 예상됐다.
각 보험사가 IFRS17을 사전 적용해 산출한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은 DB손보(1조6703억원), 삼성화재(1조4764억원), 메리츠화재(1조3103억원), 삼성생명(1조2198억원), 현대해상(1조1820억원), 한화생명(1조223억원) 등의 순으로 많았다.
특히 국내 최대 보험사인 삼성생명의 당기순이익이 대형 손보사에 밀리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순위 구도에 지각변동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나왔다.
단, 보험사들은 이달 금융감독원이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계리적 가정을 변경해 올해 1분기 실적을 수정할 예정이어서 변수는 남아 있다.
금감원은 지난 11일 차수환 보험담당 부원장보 주재로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23개 보험사 CFO가 참석한 간담회를 개최해 회계상 기초 가정을 합리적으로 설정할 것을 당부하면서 주요 계리적 가정에 대해 세부 기준을 제시하기로 했다.
주요 계리적 가정에는 미래 실손의료보험 손해율, 무·저해지보험 해약률 등에 대한 가정이 포함된다.
보험사들은 올해 2분기 이후 1분기 경영실적에 변경된 계리적 가정을 소급 적용해 1분기 경영실적이 바뀌게 된다.
이번 조치는 각 보험사가 적용하는 계리적 가정이 달라 보험이익과 계약서비스마진(CSM) 등을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핵심 수익성 지표인 CSM은 보험계약 체결 시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의 현재 가치를 의미한다.
특히 일부 보험사가 새 회계기준을 악용해 이익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금감원은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차 부원장보는 간담회 당시 “새 회계제도는 회사별 특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으나, 이러한 자율성이 적절히 관리되지 않을 경우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며 “낙관적 가정을 설정할 경우 초기에는 이익이 증가하나, 결국 손실로 돌아오게 돼 미래에 재무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