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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뒷북 가이드라인에…백지장 된 ‘IFRS17 첫 성적표’

주요 보험사 1분기 경영실적 발표
금감원 기준 소급 적용해 수정해야
수익성 지표 의문에도 뒤늦게 조치
실적 공시 과정에서도 금감원 눈치

 

[FETV=장기영 기자] 올해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 후 첫 성적표로 주목받았던 보험사들의 1분기 경영실적이 의미 없는 백지장으로 전락하게 됐다.

 

새 회계기준을 연착륙시키겠다면서도 손을 놓고 있던 금융당국이 뒤늦게 계리적 가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로 하면서 보험사들은 큰 혼란에 휩싸였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금융감독원이 이달 제시하는 IFRS17 주요 계리적 가정에 대한 세부 기준을 반영해 이미 발표했거나 발표할 예정인 올해 1분기 경영실적을 수정할 예정이다.

 

올해부터 시행된 IFRS17은 보험부채를 기존의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새 회계기준이다. IFRS17 도입에 따라 보험수익은 수취한 보험료를 모두 인식하지 않고 매년 계약자에게 제공한 서비스를 기준으로 인식한다. 여기에는 보험계약 체결 시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의 현재 가치를 의미하는 계약서비스마진(CSM)이 반영된다.

 

지난 12일 대형 손해보험사인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와 대형 생명보험사인 한화생명 등은 IFRS17을 적용한 올해 1분기 경영실적을 공시했다.

 

그러나 금감원이 뒤늦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계리적 가정을 변경하게 되면서 곧바로 수정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2분기 이후 1분기 경영실적에 변경된 계리적 가정을 소급 적용하게 되면, 현재 발표된 1분기 경영실적은 숫자가 바뀌어 의미가 없어진다.

 

이와 관련해 손보업계 1위사 삼성화재가 경영실적 공시 당일 개최한 설명회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 김준하 부사장은 “금감원에서 5월 중 계리적 가정에 대한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을 주겠다고 했다”며 “가이드라인에 따라 분기 결산을 하면서 예실차 분석을 통해 회계제도를 운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영지원팀장 이종훈 상무는 “1분기에 좋은 실적이 나왔고 2분기에도 좋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가정 변경으로 2분기 이후 1분기에 어떻게 소급 적용될지 금감원과 얘기해 봐야 한다”며 “현재 흐름은 양호하게 나오고 있으나, 세부적인 숫자는 2분기 이후에 얘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금감원은 앞선 11일 차수환 보험담당 부원장보 주재로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23개 보험사 CFO가 참석한 간담회를 개최해 회계상 기초 가정을 합리적으로 설정할 것을 당부하면서 주요 계리적 가정에 대해 세부 기준을 제시하기로 했다.

 

주요 계리적 가정에는 미래 실손의료보험 손해율, 무·저해지보험 해약률 등에 대한 가정이 포함된다.

 

차 부원장보는 “새 회계제도는 회사별 특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으나, 이러한 자율성이 적절히 관리되지 않을 경우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며 “낙관적 가정을 설정할 경우 초기에는 이익이 증가하나, 결국 손실로 돌아오게 돼 미래에 재무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금감원이 1분기 경영실적 발표 시기가 돼서야 이 같은 행동에 나선 데 대한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금감원은 IFRS17 시행 후 4개월이 흐른 지난달까지 손을 놓고 있다가, 최근 수익성 지표의 신뢰도에 대한 의문이 확산하자 조치에 나섰다. 각 보험사가 적용하는 계리적 가정이 달라 보험이익과 CSM 등을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을 뒤늦게 인식한 것이다.

 

지난 3월 보험사들이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통해 ‘IFRS17 재무영향평가’ 결과를 공개하면서 IFRS17 적용 전후 지나치게 큰 손익 변동 폭에 대한 논란이 일었지만, 금감원이 각 보험사 CFO들을 소집해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그로부터 2개월 뒤였다.

 

IFRS17 연착륙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던 금융당국의 ‘공언(公言)’이 ‘공언(空言)’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로 인해 보험사들은 각종 수익성 지표 관리는 물론, 당장 올해 배당정책 수립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과대 계상 논란이 일고 있는 미래 수익성 지표 CSM 역시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형 손보사의 올해 3월 말 CSM은 삼성화재(12조3500억원), DB손보(12조1000억원), 현대해상(8조8718억원), KB손보(8조1900억원) 등의 순으로 높다.

 

이러한 혼란과 잡음은 주요 대형 보험사들이 올해 1분기 경영실적을 공시하는 과정에서도 확인됐다.

 

보험사들은 경영실적 공시 당일까지 정확한 공시 시간을 정하지 못한 채, 금감원의 눈치를 살펴야 했다. 금감원에서 기존 회계기준(IFRS4)를 적용한 지난해 1분기 실적과 비교해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손익 변동 폭이 두드러지지 않도록 하라는 주문을 했기 때문이다.

 

일부 보험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특정 보험사가 금감원을 의식해 손익 산출을 위한 계리적 가정을 급하게 보수적으로 변경하는 일명 ‘장난질’을 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뿐만 아니라 보험사에 따라 지난해 1분기 실적에 IFRS17을 소급 적용하지 않은 곳도 있었다. 또 대다수 보험사는 IFRS17과 동시에 시행된 금융상품 국제회계기준(IFRS9)을 올해 1분기 실적에만 적용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 시행 초기 혼란이 극심한 상황에서 불명확한 기준으로 산출된 1분기 경영실적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금감원의 가이드라인 제시 이후에도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보, KB손보, 메리츠화재 등 상위 5개 손보사의 개별 및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합산액은 2조108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8810억원에 비해 1298억원(6.9%) 증가했다.

 

이 기간 삼성화재는 5249억원에서 6127억원으로 878억원(16.7%), 메리츠화재는 3251억원에서 4047억원으로 796억원(24.5%) 당기순이익이 늘었다. 반면, DB손보는 4834억원에서 4060억원으로 774억원(16%), 현대해상은 3457억원에서 3336억원으로 121억원(3.5%) 당기순이익이 줄었다.

 

한화생명의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4226억원으로 전년 동기 4790억원에 비해 564억원(11.8%)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