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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조 굴리는데...4대은행 수익률 ‘두자리 마이너스’인 이것

 

[FETV=권지현 기자] #3년 차 직장인 박모(30)씨는 작년 12월 연말정산을 앞두고 한 시중은행에서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를 개설한 뒤 70만원을 납부했다. 그런데 최근 계좌를 확인해보니 약 13만원의 원금손실이 발생한 상태였다. 주식형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등 위험자산과 미국 채권 등 안전자산은 물론, 금융사가 추천하는 타깃데이트펀드(TDF), EMP(ETF 매니지드 포트폴리오)펀드 등에도 분산투자를 했지만 수익률은 기대치를 훨씬 밑돌았다. 세액공제 혜택이 있어 부지런히 운용하고 있지만 저조한 수익률에 '연금'이라는 말이 무색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역대 최악의 성적(전체 운용수익률 -8.22%)을 기록한 가운데, 우리나라 직장인 대부분이 가입한 퇴직연금은 이보다 더 큰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이 더는 노후를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퇴직연금 운용에 관심을 갖는 국민들이 해마다 늘고 있지만, 불안정한 증시에 주식과 채권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대형 은행들도 두 자릿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 돈 못 불려준 IRP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개인형 퇴직연금(IRP) 원리금 비보장형 평균 수익률은 –15.01%를 기록했다. 은퇴 이후 나의 삶을 책임지기 위한 1순위 준비가 공적연금인 국민연금, 2순위로 퇴직연금이 꼽히는 현실을 감안하면 터무니없이 낮은 수익률이다. 우리나라는 퇴직연금을 공적연금이 아닌 개인의 후불 임금 성격으로 해석하고 있는데, 수익률만 보면 월급이 줄줄 새어나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들 은행의 원리금 보장형 평균 수익률도 1%대(1.73%)에 머물렀다.  

 

현재 투자자들은 은행 12곳에서 IRP 계좌를 만들 수 있다. 두 자릿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원리금 비보장형의 경우 4대 은행에서만 적립금이 7조6000억원에 달했다. 신한은행의 적립금이 2조3917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국민은행(2조2453억원), 하나은행(1조8661억원), 우리은행(1조542억원) 순이었다. 수익률의 경우 국민은행이 -16.04%로 4곳 중 가장 낮았으며,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각각 –15.77%, -14.35%를 기록했다. 신한은행은 –13.90%였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작년 저금리 시대 종료 후 급격한 금리 인상 등으로 자산시장이 충격을 받아 급락한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과 유동성 회수가 진행되면서 주식, 채권 등 자산 가격의 조정이 이뤄져 펀드, ETF 등 투자상품의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장기 수익률 역시 좋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이 공시한 4대 은행의 원리금 비보장형 10년 장기 수익률을 보면 평균 1.41%로 모두 '1%대' 수익률을 냈다. 범위를 좁힌 최근 5년간 평균 수익률은 이보다 더 낮은 0.33%에 불과했으며, 3년 수익률의 경우 우리은행(-0.33%)과 하나은행(-0.08%)은 마이너스를 냈다.

 

은퇴를 계획 중인 회사원 권모(55)씨는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이나 매달 투자금을 붓고 있는 퇴직연금이나 어느 곳 하나 믿을 구석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퇴직연금의 경우 애초에 장기투자를 염두에 뒀지만, 대형은행 계좌도 두 자릿수 마이너스가 나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 돈 더 넣으라는데...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깨진 지난해 시장 상황은 차치하더라도 장기 수익률마저 겨우 1%대를 형성하다 보니 소비자들은 이벤트나 경품을 보고 퇴직연금 운용사를 선택하고 있다. 실제 올해 들어 은행들이 고객을 끌기 위해 벌인 IRP 이벤트는 총 7개로, 보름에 한 개꼴이다.

 

올해부터 IRP는 연금 계좌에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한도가 기존 연 700만원에서 900만원으로 확대된다. 연금저축과 합산해 900만원을 넣은 총급여 5500만원 이하 직장인이라면 연간 최대 148만원, 5500만원을 초과하면 118만원을 절세할 수 있다. 퇴직금을 연금으로 수령하면 퇴직소득세도 최대 40%까지 아낄 수 있다. 더 많은 돈을 넣도록 유도하는 만큼, 각 금융사도 수익률 관리에 더 신경 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가입자의 투자성향과 목표에 맞춰 포트폴리오 전략을 제공하고 있는데, 연금자산의 장기적 운용과 리밸런싱을 통해 수익률 제고에 지속적으로 힘쓰겠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퇴직연금 고객관리센터를 통해 전담 고객 관리 기능을 강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도 금융사들이 더 좋은 퇴직연금 상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사업자 간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김미영 금감원 부원장보는 "현재 퇴직연금 시장은 저조한 수익률 등의 문제가 있다"며 "수익률을 개선해 노후 보장 기능을 개선할 수 있도록 감독 업무를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