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3 (월)

  • 흐림동두천 23.5℃
  • 흐림강릉 30.0℃
  • 서울 24.7℃
  • 대전 24.5℃
  • 대구 28.9℃
  • 흐림울산 27.3℃
  • 광주 26.0℃
  • 부산 23.5℃
  • 흐림고창 25.6℃
  • 흐림제주 29.7℃
  • 흐림강화 22.9℃
  • 흐림보은 24.4℃
  • 흐림금산 25.4℃
  • 흐림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8.5℃
  • 흐림거제 24.1℃
기상청 제공



노인을 위한 은행 지방 점포는 없다

 

[FETV=권지현 기자] 국내 대형 시중은행들이 최근 3년간 전체 점포의 18% 이상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보다 대면 금융 환경이 열악하고 노령층 인구 비중이 높은 지방에서 은행 점포가 더 많이 사라진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6월 말 기준 4대 시중은행 지점이 없는 자치단체는 47곳에 달한다. 

 

은행들은 비용 등 경영 효율성과 영업방식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지만 지방 거주 주민, 특히 고령층의 은행 접근성이 떨어지면서 금융 서비스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대형 은행들이 소비자 편익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 속에서 금융당국은 현재 은행의 점포 감축을 억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지난달 30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복잡한 금융거래 특성상 여전히 소비자들의 대면거래 수요가 있고 점포 폐쇄가 지역사회나 고령층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점포 폐쇄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업계와 당국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3년간 4대 은행 점포 644개 사라져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점포(지점·출장소 합산) 수는 2883개로 2019년 12월 말 대비 644개(18.2%) 감소했다. 전체 점포 10개 중 2개가 3년 만에 문을 닫은 것이다.

 

은행 4곳 중 3곳이 18% 이상을 줄였다. 국민은행이 최근 3년간 점포 수를 1051개에서 856개로 195개(18.5%) 감축했으며, 우리은행이 874개에서 713개로 161개(18.4%) 줄였다. 하나은행은 725개에서 593개로 132개(18.2%), 신한은행은 877개에서 721개로 156개(17.7%) 점포가 사라졌다.  

 

4대 은행을 비롯한 국내 은행 지점 수는 2016년 이후부터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해 2020년부턴 매년 200개가 량이 사라지고 있다. 이는 디지털 금융 전환에 따른 은행권 영업전략 변화와 직결돼 있다. 지점 폐쇄 절차가 복잡하지 않은 점도 한몫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금융의 국제화와 개방화를 위해 은행 지점 신설·폐쇄가 전면 은행 권한으로 자유화됐다. 금융당국이 은행 점포 폐쇄 속도에 행정지도를 나서기도 했지만, 현재 자체 규약에 따른 사전영향평가 실시 이외에 정책·공시 자료가 없다.  

 

강다연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2월 발표한 '은행 영업점 축소 파급효과 분석과 은행권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조사 결과 4대 시중은행의 사전영향평가 항목은 각기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었으며 대체 지점과 수단 적정성 기준, 외부 자문위원의 평가 양식, 인접 지점 거리 측정 방식 등이 은행별로 달랐다"면서 "1km 미만 지점은 사전영향평가 없이 폐점이 진행되는 은행도 존재했다"고 밝혔다.  

 

 

◇ 노인 많은 지방서 더 줄여...47개 지자체 4대 은행 점포 '0'

 

대형 은행의 지점 축소는 고령자 비중이 높은 지방에서 더 두드러졌다. 작년 12월 말 기준 4대 은행의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점포 수는 1983개로 3년 전(2418개)보다 435개(17.9%) 줄었다. 같은 기간 지방의 은행 점포 수는 1109개에서 900개로 209개(18.8%) 감소했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이 371개에서 271개로 100개(26.9%) 줄어 감소 폭이 가장 컸으며, 신한은행이 263개에서 215개로 48개(18.2%) 감소해 뒤를 이었다. 우리은행이 230개에서 193개로 37개(16%), 하나은행이 245개에서 221개로 24개(9.7%) 점포 수를 감축했다. 

 

지방의 은행 점포 감소는 금융 접근성이 취약한 노령층을 중심으로 소비자 불편 가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8년 이후 비수도권 지역의 은행 지점 감소율 폭이 커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2022년 6월 기준 4대 시중은행 지점이 없는 자치단체는 47곳에 달했다. 특히 17개 시도별 인구 만명 당 은행 지점 수는 약 1.01곳에 불과했고, 서울, 부산, 대구, 광주를 제외한 지역은 1곳도 되지 않았다.  

 

강 연구위원은 "은행의 점포 축소화는 국내 창업 환경을 저해하며, 지역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서 "폐점 대상 지점 선정 시 적정성 제고 방안을 모색하고, 사전영향평가 외부자문위원 검증단계의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