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신한금융지주를 이끈 조용병(오른쪽) 회장이 23일 취임한 진옥동 신임 회장과 악수를 나누며 신한금융 깃발을 들고 있는 모습. 이날 조 회장은 40년 '신한맨'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사진 FETV DB] ](http://www.fetv.co.kr/data/photos/20230312/art_16795752544774_d5e728.jpg)
[FETV=권지현 기자] "조용병 회장님을 비롯한 많은 선배들이 남기신 열정과 헌신의 발자취를 기억합시다. 40여 년간 이어온 모두의 염원을 담아 일류신한, 백년신한의 꿈을 이어갑시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신임 회장, 23일 취임사에서)
2017년 3월부터 꼬박 6년간 신한금융을 이끌었던 조용병 회장이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퇴장했다. "가정으로 돌아가 평범한 남편, 아버지, 할아버지로 살아가겠다"던 그는 진옥동 신임 회장에게 신한금융 깃발을 넘겨주며 새 시대 개막을 알렸다.
신한금융 '엉클(Uncle) 조' 시대가 저물었다. 엉클 조는 조 회장의 별칭으로, 삼촌처럼 직원들과 격의 없이 어울려 지내면서 생긴 별명이다.
신한금융은 지난 23일 오전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신임 대표이사 회장으로 진옥동 회장을 선임했다. 임기를 마치는 최고경영자가 통상 그렇듯, 조 회장은 주주와 임직원들에게 그간의 소회와 당부 메시지를 전했으며 이후 진 신임 회장이 인사말을 통해 소감과 포부를 밝혔다.
![조용병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지난해 12월 경기 용인시 신한은행 연수원에서 열린 그룹 공동연수에 참석해 신입 직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 FETV DB]](http://www.fetv.co.kr/data/photos/20230312/art_16795810891056_6d35dd.jpg)
눈길을 끈 것은 조 회장을 떠나보내는 신한금융의 '자세'였다. 신한금융은 이날 주총 직후 신임 회장과 이사 선임, 재무제표 결산 승인 등을 밝히면서 조 회장의 '인사말'도 함께 전했다. 반면 신한금융 차기 회장으로 결정된 진 회장에 대해선 간단히 선임 소식만을 밝혔다.
조 회장이 마지막으로 주주와 임직원들에게 남긴 글은 A4 용지 총 5장 분량에 달했다. 새 회장을 맞이하는 금융회사가 전임 회장의 메시지를 온전히 알린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 6년간의 감사를 담아 조 회장이 임기 마지막 날까지 온전히 주목받을 수 있도록 예우를 다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회장은 이날 퇴임사에서 2022년을 "창립 이후 최고의 성과를 거두며 확고한 리딩 금융그룹으로 자리 잡았으며, 신한EZ손보 출범을 통해 금융의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종합 금융그룹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고 회상했다.
조 회장 취임 직전인 2016년 말 신한금융의 총자산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95.7조원, 2.8조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675.9조원, 4.6조원으로 6년 만에 크게 불었다. 또 그간 그룹의 약한 고리였던 손해보험 부문을 보완하며 그룹의 사업 지평을 넓혔다. '사업 보완'에 있어 특히 2017년 12월 손자회사 신한베트남은행과 ANZ Bank 베트남 통합, 2019년 2월 오렌지라이프생명보험 자회사 편입은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해 분기 배당의 일관된 실행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한 주주환원 정책에도 힘을 쏟았다"고도 언급했다. 신한금융은 2021년 8월 국내 금융지주 처음으로 분기 배당을 도입해 '재미없던' 은행주에 활기와 기대감을 불어넣었다. 또 자사주 매입을 넘어 연간 3000억원 규모로 소각, 주주환원 정책 범위를 확장했다.
새로 신한금융을 이끌게 될 진 회장을 두고 "역량과 리더십을 갖춘 든든한 후임자"라고 치켜세운 조 회장. 신한금융 직원들을 향한 마지막의 당부는 그가 세운 지향점이자 그룹의 미션인 '미래를 함께하는 따뜻한 금융'을 승화해 신한금융이 '선한 영향력 1위' 금융지주가 되는 것이었다.
"2023년 한 해, 'Breakthrough 2023! 변화와 도약'이라는 전략 슬로건을 바탕으로 힘차게 출발한 신한을 향해 많은 응원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아름다운 퇴장은 프랭크 시내트라가 부른 팝송 '마이 웨이(My Way)'의 가사 일부를 생각하게 한다.
"친구들,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내 방식대로 했어. 그래 그게 내 길이었어(My friends, I’ll say it clear, I did it my way. Yes, it was my way)"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경험한 '40년 신한맨'이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제일 중요한 건 내 방식대로 살아 젖혔다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