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권지현 기자] "무엇보다 전문성이 중요하지 않은가. 전문성을 바탕으로 조직을 잘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겠다" (2013년 6월,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최종 후보자로 선정된 후)
"회장에 취임하면 조직혁신과 신기업문화 정립을 통해 우리금융그룹이 시장, 고객, 임직원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그룹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2023년 2월, 우리금융지주 회장 최종 후보자로 선정된 후)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이달 취임을 앞둔 가운데 10년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선임될 당시 모습이 재조명되고 있다. 2013년 당시 국무총리실장이던 임 내정자는 같은 해 6월부터 2015년 2월까지 농협금융 회장을 역임, 당시 54세로 국내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최연소 기록을 세운 바 있다.
'두 금융지주 회장 역임'이라는 또 하나의 기록을 세우게 될 그가 10년 전과 가장 달라진 점은 '인력'에 들이댄 칼날이다. 아직 취임 전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농협금융 회장 내정자 시절 취임 당일까지 신중한 모습으로 일관하던 모습과도 대조적이다. 농협 회장에서 물러나 금융위원장을 지낸 그가 이번에도 관료 출신이라는 부담을 떠안게 됐지만, 그간 쌓은 전문성과 경험을 토대로 정면 돌파해 실력으로 인정받겠다는 강한 의지가 투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임 내정자가 취임 전 가장 먼저 겨냥한 것은 '임원 수'다. 감축을 골자로 7일 인적 쇄신안을 발표했는데, 이 과정에서 팀 구성에서 나올 법한 '슬림화' '정예화' 단어를 사용했다.
그간 2명을 뒀던 지주 총괄사장과 수석부사장 자리를 없앴다. 이에 박화재 사업지원 총괄사장과 전상욱 미래성장 총괄사장은 거취가 불투명해졌다. 기존 11명이던 임원도 7명으로 줄이고 6명을 교체 임명했다. 은행 임원 수는 19명에서 18명으로 줄인 뒤, 이중 12명을 교체 배치했다. 특히 지주의 경우 추가로 전체 인력을 20% 감축했다. 2021년 말 기준 우리금융지주 직원 수는 149명으로, 신한금융이 161명, KB금융 149명, 하나금융 113명 등이다.
취임 전부터 '인수합병'(M&A)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친 것도 10년 전에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농협금융 회장이 될 당시엔 초대 회장과 2대 회장이 중도 하차하는 등 농협이 지주사로서 제자리를 찾지 못해 체제 안정이 시급했다. 하지만 우리금융의 경우 2019년 지주사 전환 이후 완전 민영화도 성공적으로 달성한 만큼 이제는 계열사 완성이 최우선 과제라는 판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임 내정자는 지난 7일 미래사업추진부문을 신설, 비은행 강화 전략을 추진 토록 했다. 지주에서 이번 개편을 통해 탄생한 유일한 '부문'이라는 점에서 임 내정자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증권사 인수를 정통으로 다루는 데다 그룹의 미래 먹거리 발굴, ESG 경영 등도 관장할 방침이어서 이 부서가 '임종룡 체제'의 핵심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증권사 부재'는 우리금의 약한 고리다.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조9198억원으로 '리딩뱅크'를 다투는 신한은행(3조450억원), 국민은행(2조9960억원)에 버금간다. 임 내정자로선 우리은행이 발군하는 가운데, 그룹을 한 차원 끌어올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증권사 인수합병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임 내정자는 농협 회장이던 2014년, 당시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농협금융에 배속시킨 장본인이기도 해 우리금융 포트폴리오 완성에 대한 '부채의식'도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새로운 조직혁신과 미래 경쟁력 확보라는 임종룡 신임 회장의 경영 전략 방향을 반영해 대대적인 조직·인사 혁신을 단행했다"면서 "비록 회장 취임 전이지만, 조기에 경영안정을 기하고 쇄신 분위기를 진작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