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권지현 기자]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진용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총 41명 가운데 31명이 이달 말 임기를 마치는 데다 앞서 당국이 금융사를 향해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강조한 터라 금융지주의 '선택'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사외이사 추천을 두고 어느 때보다 고심한 흔적도 엿보이지만 기존 틀에서 달라지지 않은 모습도 관측된다. 주목할 만한 모습 세 가지를 살펴봤다.
◆ 줄어든 '덩치'
5대 금융 중 12명으로 가장 많은 사외이사를 둔 신한금융은 오는 24일 주주총회에서 임기 만료를 앞둔 11명의 사외이사 중 8명에 대해 중임을 추천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작년 3월 새로 선임된 김조설 사외이사(일본 오사카상업대 경제학부 교수)를 포함, 사외이사진은 기존 12명에서 9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번에 중임 대상에서 제외된 3명은 6년의 임기를 모두 채운 박안순(일본 대성상사 회장), 퇴임을 결정한 허용학(퍼스트브릿지스트래티지 대표), 자진 사퇴한 변양호 사외이사(VIG파트너스 고문)다.
7명 중 4명의 임기가 이달 만료되는 우리금융도 사외이사 수를 줄인다. 앞서 노성태(삼성꿈나무장학재단 이사장), 박상용(연세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장동우(IMM인베스트먼트 대표) 사외이사는 사퇴 의사를 밝혔다. 4년 임기를 마친 정찬형(전 한국투자신탁운용 부회장) 사외이사는 1년 임기로 중임이 추천됐다. 우리금융은 윤수영 전 키움증권 부사장과 지성배 IMM인베스먼트 대표를 신규 추천, 이에 기존 7명이던 사외이사 수를 6명으로 줄였다. 이번 선임으로 우리금융은 IMM인베스먼트 대표 두 명을 연이어 사외이사로 두게 됐다.
농협금융은 사외이사 7명 가운데 2명이 임기를 종료한다. 앞서 사외이사 2명이 사임을 결정한 만큼 기존보다 사외이사 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 여성은 '아직'
KB금융은 지난달 사외이사 신임 후보로 여정성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조화준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상근감사, 김성용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추천했다. 선임이 확정되면 KB금융은 기존 권선주 사외이사(전 IBK기업은행장)를 포함, 총 7명 중 절반에 가까운 3명을 여성으로 채우게 된다. 국내 금융지주 최초 사례로, 앞서 작년 6월 유럽연합(EU)은 2026년 6월부터 상장사 이사회 구성원의 40%를 여성으로 채우는 방안을 의무화하는 데 합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금융지주에선 현재까지 여성 사외이사 수가 늘어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하나금융이 최근 원숙연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를 신규 추천했으나, 기존 이사회에서 유일한 여성이던 권숙교 사외이사(전 우리FIS 대표)가 이달 말 물러나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여성 사외이사는 1명이다.
지난 2020년 개정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은 자산 총액이 2조원 이상인 상장사의 이사회를 특정 성(性)이 독식하지 않도록 규정해 사실상 여성 이사 선임을 의무화했다. 규정에 처벌 조항은 따로 없지만 상장사에 대한 ESG(친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 개선) 경영 평가에선 감점 요인이 될 수 있다. 사외이사 신규 선임이 없는 신한금융은 현재 여성 사외이사 2명을 두고 있으며, 농협금융과 우리금융은 각각 2명, 1명이다.
◆ 교수 '일색'
현재까지 5대 금융의 신규 후보로 추천된 7명 가운데 4명이 현직 교수다. KB금융이 3명의 후보 중 2명을, 하나금융은 후보 2명 모두를 교수로 채웠다.
KB금융이 지난달 임기 1년의 중임을 추천한 3명의 사외이사 중 오규택 사외이사(중앙대 경영학부 교수)가 현직 교수이며, 김경호 사외이사는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를 지낸 이력이 있다.
하나금융의 경우 중임이 추천된 6명 가운데 양동훈(동국대 경영대학 회계학과 교수), 허윤(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2명의 사외이사가 현재 교수로 있다. 특히 기존 양동 사외이사에 더해 이번에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를 신규 추천, 하나금융은 동국대 경영계열 교수진에서만 2명의 사외이사를 뽑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