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매년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는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나눔 실천'에는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을 향한 정부와 금융당국의 '돈 잔치' '이자 장사'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실상 제로(0)에 가까운 금융사 CEO들의 기부 행태가 어떤 파장을 낳을지 주목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의 회장 가운데 취임 이후 현재까지 눈에 띌 말한 기부를 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BNK·DGB·JB 등 지방 금융지주와 IBK기업은행을 비롯한 6대 은행 CEO를 포함해도 마찬가지다.
실제 기부단체 평가 기관인 한국가이드스타가 지난달 2021년 한 해 동안의 기부액을 기준으로 발표한 '2022년 개인 고액 기부자 30인 명단' 중에 금융권 CEO의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기업인 중에선 송영숙 한미사언스 회장(2333억원·2위), 구본준 LX홀딩스 대표이사(2050억원·3위),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220억원·11위), 장성환 삼성브러쉬 회장(132억원·15위),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90억원·22위) 등이 이름을 올렸다. 기업 오너가 아닌 기부자도 있다. 김준희 '이화여대 영문과 졸'(52억원·27위), 김재홍 무교동 유정낙지 사장(51억원·28위) 등도 30인에 이름을 올렸다.
기부액을 대폭 낮춰도 5대 금융지주를 포함한 은행권 CEO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국내에선 대한적십자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열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세 곳이 각각 '아너스클럽' '아너소사이어티' '그린노블클럽'이란 이름으로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이외 역사가 짧은 굿네이버스와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 유니세프도 고액 기부자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6곳에서도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들의 이름은 없었다.
여기서 1억원 '기준'은 누적 혹은 5년간 약정, 일시적 후원을 통한 달성액이며, 기부 '형태'는 현금(재난성금·목적기부금·특별회비·정기후원), 유가증권(채권·주식), 현물, 부동산, 유산기부를 포함한다.
금융지주·은행 수장들이 '1억원 기부'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을 두고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는 이들이 개인적인 나눔에는 지나치게 무관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KB·신한·우리·하나 등 4대 금융 회장의 2021년 평균 보수는 15억2100만원에 달한다. 하나금융이 김정태 전 회장 24억600만원, 함영주 회장 10억7900만원(상반기)으로 가장 많았다. 윤종규 KB금융 회장(17억2600만원)이 뒤를 이었으며,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각각 11억1200만원, 8억3900만원이었다. 은행의 경우 KB국민은행이 허인 전 행장 15억6400만원, 이재근 행장 8억3900만원(상반기)으로 최고액이었다. 이외 우리은행장 9억4000만원(권광석 전 행장), 신한은행장 8억2500만원(진옥동 전 행장), 하나은행장 5억3400만원(박성호 전 행장) 순이었다.
기부에 인색한 금융지주, 은행 CEO들의 모습은 다른 금융사와 비교된다.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과 김대환 삼성카드 사장은 각각 그린노블클럽, 아너스클럽에 일찌감치 가입했으며, 삼성의 또 다른 금융사 삼성증권 장석훈 사장과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다. 이들 4명의 평균 연봉은 15억9700만원으로 4대 금융 회장과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앞서 김한 전 JB금융지주 회장, 윤병철 초대 하나은행장도 아너스클럽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금융지주, 은행 CEO들이 '받는 것'에 비해 기부엔 소극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A금융지주 관계자는 "CEO 개인의 기부 내역을 따로 관리, 공개하고 있지 않아 관련 사항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면서 "기업 총수 일가가 아닌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라고 생각한다면, 한 개인이 기부에 인색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B은행 관계자는 "은행 CEO의 경우 보수적인 업권 탓에 ESG 차원에서 회사의 사회적 책임이 아닌, CEO 개인이 드러나길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도 소극적인 기부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