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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이 쓴 책, 나도 한번 읽어볼까"

이석준·임종룡 금융지주 회장 저서 주목...경제현안에 해법 담아
진옥동, '日사상가 주목' 번역 출간...윤용로 'IBK' 명칭 비화 밝혀

 

[FETV=권지현 기자]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은 봉사활동이 아니다. 기업이 존재하기 위한 사명 중 하나이며, 할지 말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기업의 의무이고, 더 정확히 말하면 기업의 본성이다" (도서 '정의로운 시장의 조건' 중에서)

 

"2007년 12월 11일 오후 2시 15분경에 걸려온 한 통의 전화는 내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었다. 중소기업은행의 강권석 행장께서 별세하신 후 곧바로 후임자 물색에 나선 정부가 나에게 기업은행장 직에 응모해보라는 제안을 해왔던 것이다" (도서 '리더의 자리' 중에서)

 

불투명한 경제 전망에 대한 해법을 찾으려는 이들을 중심으로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이 쓴 '책'이 주목받고 있다. 금융 시장 현안과 경제에 대한 도서가 대부분이지만 에세이, 자기계발서, 자서전 등도 눈에 띈다. 단독 혹은 공동 집필 외에 번역 출간까지 형식도 다양하다.

 

이달 신한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하는 진옥동 전 신한은행장은 2020년 9월 모리타 켄지가 쓴 일본 도서 '정의로운 시장의 조건'을 번역해 국내에 소개했다. 1990년대 말부터 20여 년간 신한은행 오사카지점, SBJ은행 법인장 등을 맡아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직장생활을 한 덕분에 일본어에 능통한 그다.

 

필명은 딸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가져온 '한원'. 출간 당시 행장이었던 그는 옮긴이 소개란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채, 번역 목적에 대해 '18세기 일본의 상인 철학 창시자, 이시다 바이간에 주목해 한국 경제에 필요한 새로운 가치를 고민해 보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진 전 행장이 주목한 이시다 바이간은 사상가이자 윤리학자로, 특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공동체에 집중했다. 책은 피터 드러커, 애덤 스미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 본성을 살피고 자기경영, 가족주의에서 공동체와 시민성까지 범위를 넓혀 시장을 고찰한다.

 

2021년 4월 출간된 '경제정책 어젠다 2022'도 재조명되고 있다. 이 책 저자는 모두 5명인데 이중 2명이 최근 인사에서 금융지주 회장에 올라 화제가 됐다.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은 올해 1월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했으며,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은 이달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경제정책의 문제가 무엇이고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다뤘다. 사회 안전망 확보를 위한 부(負)의 소득세제 도입, 기준국가제를 통한 규제 개혁, 비지배주주와 이해관계자 권익을 보호하는 기업 지배구조 혁신 등 3대 과제를 제시하며 차기 대통령에게 제언하는 논조를 띠고있다.

 

이 책은 표지부터 자유, 평등, 공정을 강조하는데,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하는 핵심 가치와도 맞닿아 있다. 실제 이 회장은 윤 대통령이 정치에 막 입문했던 시기부터 윤 대통령을 도와 자문을 맡았으며,  임 차기 회장은 내각을 꾸릴 당시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물망에 올랐다.

 

윤용로 코람코자산신탁 회장이 지은 '리더의 자리'도 주목할 만하다. 출간한 지 만 7년이 지났지만 금융권 '회장님'들이 쓴 책 가운데 고전으로 꼽힌다. 이를 증명하듯 저자의 이력이 화려하다. 1977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당시 재무부,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에서 30여 년 공직자의 길을 걸은 그는 이후 IBK기업은행장,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외환은행장 등을 지냈다.

 

책에서 윤 회장은 '2007년이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된 해'라고 콕 찍어 말한다. 이해 12월 기업은행장에 오른 그는 '예기치 못한 인사였다'며, 기업은행의 대주주가 정부이므로 공무원 생활의 연장이라 생각하고 업무에 임했다고 밝혔다.

 

IBK기업은행 명칭에 관한 비화도 실려있다. 1987년 당시 유돈우 행장이 기업은행의 영문 명칭을 공식적으로 'Industrial Bank of Korea(IBK)'로 바꾼 뒤 직원들 모두 자부심을 가졌는데, '아이비케이'라는 주식회사가 IBK 명칭 사용에 소송을 걸어 곤욕을 치렀다는 것이다. 아이비케이는 기업은행의 거래기업이기도 해서 설득하려 했으나, 종국에는 윤 회장이 행장으로 있던 2009년 9월이 돼서야 강제조정을 거쳐 소송을 마무리했다는 일화다.

 

이외 '경제학원론' '경제학들어가기'(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프라이드(PRIDE) 현대카드가 일하는 방식 50'(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품어야 산다'(김병효 전 우리프라이빗에퀴티 사장), '이제야 보이는 것들'(이종휘 전 우리은행장), '송해를 품다'(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CEO레터'(이화언 전 대구은행장) 등도 금융권 인사들이 지은 책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