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3일(왼쪽), 1월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http://www.fetv.co.kr/data/photos/20230208/art_16771678432281_006e63.jpg)
[FETV=권지현 기자] “경기도 고려하지만, 한은이 생각하는 물가 경로대로 흐름이 이어진다면 더 금리를 올려 긴축적으로 가기보다 지금 수준에서 물가 경로가 그대로 가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두게 됐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23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한 지난 23일, 이창용 한은 총재는 녹색 넥타이를 매고 차분히 금리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 총재가 녹색 계열의 넥타이를 선택한 것은 지난달 금통위 이후 두 번째다.
이 총재의 넥타이 색깔이 화제다. 취임 후 총 7번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주재한 그는 넥타이 색을 통해 기준금리 인상 여부, 차주들을 향한 위로, 한은의 고민 등을 여과 없이 표현했다. 실제 그는 직접적인 의사소통, 자세한 설명으로 유명해 금융시장에서 ‘화끈한 교수님’으로 통한다.
통상 경제수장들의 패션은 그들의 공식·비공식 발언, 몸짓, 표정 등과 함께 ‘경제지표의 흐름’으로 읽혀 왔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에서 한은 총재가 매는 넥타이 색의 경우 붉은 계통은 금리 인상, 푸른 계통은 금리 동결로 해석되는 것이 한 예다. 이에 김중수 전 한은 총재는 “금리결정 회의 날에는 넥타이를 신경 써서 맨다”고 단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빅스텝'을 결정한 지난해 7월(오른쪽), 10월 금통위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http://www.fetv.co.kr/data/photos/20230208/art_16771670247491_5b578b.jpg)
이 총재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4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23일엔 녹색 넥타이를 맸으며, 한은 역사상 처음으로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밟은 작년 7월과 두 번째 빅스텝을 단행한 10월엔 주황색 넥타이를 선택했다.
그렇다고 매번 꼭 맞는 것은 아니었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도 붉은 계통이 아닌, 녹색 넥타이를 맸다. ‘넥타이 화법’이 깨진 셈이다. 여전히 높은 물가 상승률과 한·미 금리 차 등을 고려하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고금리로 인한 소상공인과 차주들의 이자 부담 등을 생각하면 쉽게 금리 인상을 결정할 수 없었다는, ‘깊은 고심의 결과’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총재는 지난해 11월 금통위 회의에서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이 적힌 넥타이를 매고 등장, “금리 부담으로 고통받는 차주들을 위한 위로”라며 마음을 직접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넥타이에는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시구가 선명히 적혀 있었다.
![지난해 8월(오른쪽), 11월 금통위 본회의에서 이 총재가 의사봉을 두드리는 모습. [사진 한국은행]](http://www.fetv.co.kr/data/photos/20230208/art_16771669501467_b919ff.jpg)
특히 작년 8월 금통위 회의에 참석하며 이 총재가 선택한 인물 무늬가 가득한 ‘화려한 파란색’ 넥타이는 그가 얼마가 ‘개성’이 강한 사람인지 잘 보여준다. 실제 이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발표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행은 정부로부터는 독립적이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로부터는 독립적이지 않다”고 언급, 이전 총재들과 비견되며 ‘속 시원한’ 화법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달 기준금리 동결을 선택하며 녹색 넥타이를 맨 이 총재지만, “이번 결정을 ‘금리 인상 기조가 끝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해 그와 한은의 고민이 또다시 시작될 것임을 강조했다.
“차를 운전하는데 안개가 가득해 어느 방향으로 갈지 모르면 차를 세우고 안개가 사라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이 총재. 그의 넥타이 색을 또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