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권지현 기자] 금융위원장,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등을 지낸 임종룡 전 위원장이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에 낙점됐다. 민-관을 넘나드는 화려한 스펙의 소유자인 만큼 금융권의 관심은 그의 '인맥 지도'에 쏠리고 있다. 인맥 '활용도'에 따라 우리금융의 '보폭'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임 내정자는 박병원 전 우리금융 회장 이후 16년 만에 탄생한 외부 출신 최고경영자(CEO)다. 우리금융이 관치 논란에도 외부 인사를 선임한 것은 그만큼 외부 수혈을 통한 내부 개혁이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금리·고물가 등 금융환경 불안정으로 인해 금융지주와 정부, 타 금융사와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에서 총자산 660조원의 우리금융을 이끌게 된 임 내정자의 인맥 지형도를 짚어봤다.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인 임 내정자는 1959년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서울 영동고(3회)와 연세대 경제학과(78학번)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 오리건대학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윤석열 정부 초대 국무총리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기도 했다는 점은 임 내정자의 실력과 입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3남2녀 중 맏이인 그가 2009년 11월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으로 근무할 당시 대통령 주재 회의에 임하느라 아버지의 임종을 놓친 일화는 유명하다.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해 옛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종합정책과장·경제정책국장,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1차관, 국무총리실장(현 국무조정실장) 등을 지냈다. 2013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선임됐다 2년 만인 2015년 금융위원장에 임명됐다. 이후 금융연구원에 잠시 몸담았다가 현재는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와 법무법인 율촌 공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임 내정자는 기재부 직원들이 뽑은 '닮고 싶은 상사'에 두 차례 이상 이름을 올렸다.
금융권에서 임 전 위원장과 가장 인연이 깊은 인물로는 김광수 은행연합회 회장이 꼽힌다. 금융권 최대 유관단체인 은행연합회를 이끌고 있는 김 회장은 임 전 위원장과 같은 전남 보성 출생이다. 1957년생으로 광주제일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3년 행정고시(27회)에 합격했으며, 재경부 금융정책과 과장,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 금융정보분석원장 등을 거쳤다. 협회장 직전에는 임 내정자와 마찬가지로 농협금융 회장(2018~2020년)을 맡았다.
이세훈 금융위 사무처장도 임 내정자와 학맥 등에서 겹친다. 이 사무처장은 1970년생으로 영동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행시 36회 출신으로 금융위 산업금융과장과 금융정책과장, 금융그룹감독혁신단장, 구조개선정책관, 금융정책국장 등을 지냈다. 재경부 시절 은행제도과, 외환제도과, 국제금융과 등을 두루 거쳐 국내외 금융 전반에 강점이 있다. 금융위 부위원장과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후보로도 꼽힌다. 그는 임 후보자와 금융당국과의 가교 역할이 예상된다.
금융 앱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를 이끌고 있는 이승건 대표도 임 내정자의 고교 인맥이다. 1982년생으로 영동고와 서울대 치의학과를 졸업한 그는 2021년 세계경제포럼 차세대 지도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토스는 현재 월 사용자가 1400만명에 달하는 국내 1위 모바일 금융 플랫폼으로, 토스뱅크, 토스페이먼츠, 토스증권, 토스인슈어런스, 토스씨엑스, 토스플레이스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2015년 2월 국내 최초 간편송금 앱을 내놓은지 7년 만에 지방금융지주급 규모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췄다는 평가다.
임 내정자의 대학(연세대) 학맥도 눈에 띈다. 특히 우리금융은 증권 계열사가 없는 만큼 관련 업계의 인맥이 주목받고 있다. 현재 국내 증권업계에서 활약 중인 연세대 출신 CEO는 김성현 KB증권 대표(경제),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경제), 고원종 DB금융투자 대표(경제), 서병기 IBK투자증권 대표(경제) 등이 있다. 조웅기 미래에셋증권 부회장도 연세대(경영)를 졸업했다.
이들 중 김성현 대표는 30년 넘게 기업금융에 몸담은 '정통 IB맨'이다. 전남 광양 출신으로 순천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8년 대신증권에 입사하며 증권업계에 첫발을 뗐다. 2019년부터 4년 동안 KB증권 IB(기업금융)를 이끌고 있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이외 삼성생명 전영묵 대표(경영)·박종문 사장(경영), 문동권 신한카드 대표(경영), 안선종 하나벤처스 대표(경영), 이주열 전 한국은행 총재(경영), 김한조 전 외환은행장(불어불문학), 권선주 전 기업은행장(영어영문) 등이 대표적인 연세대 출신 금융권 인사들이다.
임 내정자가 금융위원장을 지낸 만큼 금융당국과의 연결고리도 주목할 만하다. 금융감독원 이준수 은행·중소서민금융 부원장(연세대 경제), 박상원 기획·경영담당 부원장보(연세대 경제), 김정태 공시조사 부원장보(영동고), 김범준 소비자권익보호 부원장보(연세대 경영), 박기영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연세대 경제), 안창국 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 제도운영기획관 등이 임 내정자와 고교·대학으로 연결돼 있다.
임 내정자의 대학원 출신 대표 인맥으로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있다. 추 부총리는 대구 달성 출신으로 대구 계성고와 고려대 경영학과, 오리건대학교 대학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1년 행시 25회로 공직에 입문해 재정부 은행제도과장, 금융정책과장, 금융위 부위원장, 기재부 1차관,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정통 경제관료다. 임 내정자의 행시 한 기수 아래 후배다.
한편 임 후보는 대학 3학년 때 소년급제(행시 24회) 했다. 24회 동기회 이름은 청풍초(淸風草)다. 청렴한 공직생활로 사회에 맑은 바람을 일으키자는 뜻이다.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 강호인 전 국토교통부 장관, 김동수 전 공정거래위원장,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임채민 법무법인 광장 고문, 이현동 전 국세청장, 정선태 전 법제처장, 이원태 전 Sh수협은행장, 최규연 전 상호저축은행중앙회장, 구본진 법무법인 로플렉스 대표 변호사, 김영학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장영철 전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김화동 한국조폐공사 사장 등이 행시 24회 멤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