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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고졸 신화’ 상고만 아니다

공업·원예고 출신, 은행·보험·증권서 '성공시대' 열어

 

[FETV=권지현 기자] 공업고등학교 등 실업계 고등학교 출신들이 잇따라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되면서 고졸 출신 인물들이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간 금융권 '고졸 신화'하면 상업고등학교 출신들을 떠올렸다. 현재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광주상고),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차기 회장(덕수상고),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강경상고) 등 국내 4대 금융그룹 수장 3명이 상고 출신이다. 또 다섯 번째 내부 출신 행장인 김성태 IBK기업은행장(대전상고)과 Sh수협은행 첫 여성 행장인 강신숙 행장(전주여상) 등이 있다.

 

공업고 출신 인사들도 자신의 영역을 묵묵히 개척해 나가면서 성공 이야기를 쓰고 있다. 뛰어난 업무 능력과 추진력, 근성 등을 무기 삼은 이들은 학력에 관계없이 능력만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내고 있다. 

 

지난달 지방 금융지주사 중 최대 규모인 BNK금융지주는 차기 회장에 빈대인 전 BNK부산은행장을 내정했다. 내달 정기주주총회의 의결을 거친 뒤 2026년 3월 정기주주총회 때까지 3년간 BNK금융을 이끌게 된다. 1960년생인 빈 내정자는 부산 동래원예고와 경성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부산은행에 입행했다. 동래원예고는 부산 유일의 농생명산업계 특성화고등학교다.

 

서른 가까이 늦은 나이에 은행원이 된 그는 부산상고, 동아대 출신이 주를 이루는 부산은행에서 실력으로 올라온 인물이다. 2013년 경영진으로 선임됐으며, 2017년 4월 성세환 전 BNK금융 회장 겸 부산은행장이 불미스러운 일로 물러나자 직무대행을 통해 조직을 이끌었다. 같은 해 9월 부산은행장으로 낙점돼 2021년 3월 임기를 마쳤다. 35년 'BNK맨' 끝에 지주 회장으로 선임됐다. 총자산 137조원인 금융지주를 이끌어갈 그의 앞에는 '순익 제고'라는 과제가 놓여있다. BNK금융은 지난해 810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1년 전보다 2.4% 증가했다. 

 

이달 한화손해보험 신임 대표로 선임된 나채범 한화생명 경영혁신부문장은 공고 출신이다. 1965년 경북 고령 출생으로, 경북기계공고와 영남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한화생명에서 보험영업, 전략기획,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지냈으며 2021년 12월부터 경영혁신부문을 이끌었다. 


손해보험사로 자리를 옮긴 나 대표가 강성수 전 대표를 뛰어넘는 리더십과 재무구조 혁신을 보여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앞서 한화손보를 3년간 이끈 강 전 대표가 구원투수로서의 역량을 보여줬기에 나 대표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강 전 대표는 장기보험 출혈경쟁을 줄이고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비용 효율화에 나선 결과 691억원 적자를 1년 만에 483억원 흑자로 돌려놨다. 한화그룹이 손보사에 CFO를 지낸 나 대표를 앉힌 것은 올해부터 적용되는 IFRS17 회계기준과 건전성 기준 등에 맞춰 자본과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달 선임된 배부열 NH투자증권 경영지원부문 총괄대표도 공고를 나왔다. 농협중앙회 입사 이후 영업, 재무, 경영기획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한 금융 전문가다. 1964년생으로 경북기계공고와 대구대 화학교육학과, 미국 스크랜튼 경영학석사(MBA)를 졸업한 뒤 1995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했다. 대구상호금융보험팀장, NH농협은행 재무기획팀장,성당지점장, 대구영업본부장 등을 지냈으며, 2021년부터 농협금융지주 재무·전략을 총괄하는 경영기획부문장으로 일했다. 2022년 말 부행장을 거치지 않고 NH농협금융지주 부사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1369억원, 당기순이익 69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부진했던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양호한 실적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올해도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이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만큼 배 대표의 경영 능력이 절실하다. 향후 증권사-지주 간 가교 역할을 맡을 것으로도 기대를 모은다. 

 

조웅기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은 1964년생으로 부산기계공고를 나왔다. 이후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옛 보람은행(1992년)과 하나은행(1998년) 등을 거쳐 1999년 미래에셋자산운용에 합류했다. 미래에셋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후 투자은행(IB) 본부장과 법인CM대표, 리테일(소매영업)사업부 사장을 지냈다. 미래에셋그룹이 대우증권을 인수한 뒤 미래에셋증권과 합병해 2017년 출범한 미래에셋대우의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고 2018년 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법인사업과 리테일사업을 두루 경험해 영업 전문가로 꼽히는 그는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과 함께 미래에셋그룹의 대표적인 장수 CEO다. 조 부회장은 해외투자를 책임지는 IB1총괄을 맡아 코로나19로 위축된 미래에셋증권의 해외사업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1964년생인 홍원학 삼성화재 사장은 용산공고, 고려대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한 뒤 1990년 삼성생명 공채로 입사했다. 이후 인사팀장, 전략영업본부장, FC영업1본부장 등을 지냈다. 2020년 삼성화재로 옮겨 자동차보험본부장 등을 거친 뒤 2021년 12월 사장에 올랐다. 지난해 삼성그룹 연말 CEO 인사에서 유임된 그는 내년 3월까지 삼성화재를 이끌게 된다.  

 

이들 외에도 김정록 우리은행 부행장(서울 북공고), 김춘안 NH농협손해보험 부사장(대구공고), 김강일 키움증권 감사(춘천기계공고) 등이 금융권에서 맹활약 중인 공고 출신 인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