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연초 금융권 인사가 잇따르는 가운데 DGB금융그룹의 인사혁신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DGB금융이 금융감독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함께 지역의 우수한 디지털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처음으로 실시한 '대한민국 디지털 인재 양성 프로젝트'에서 김태오 DGB금융 회장(뒷줄 여섯 번째)이 본선 참가자들과 기념촬영하는 모습. [사진FETV DB]](http://www.fetv.co.kr/data/photos/20230101/art_16731691039665_5e27a9.jpg)
[FETV=권지현 기자] 최근 금융회사 새로운 수장들이 잇따라 선임된 가운데 DGB금융그룹의 경영승계가 주목받고 있다.
DGB금융이 '최고경영자(CEO) 육성 프로그램'을 거친 인사들을 핵심 계열사인 은행 수장으로 연이어 발탁하면서다. CEO 육성 프로그램은 김태오 회장이 금융권 처음으로 선보인 것으로, CEO 후보 발굴과 평가 체계 등 인사 시스템을 금융권에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에서 '주인의식', '존중', '전문성'을 핵심 가치로 한 자신의 인재상을 또 한 번 강조하면서 인재 육성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달 차기 DGB대구은행장으로 황병우 DGB금융 전무를 발탁했다. 외부에선 '깜짝 인사'라는 말도 있었지만 내부에서는 그룹의 깐깐한 훈련·평가 등을 거쳐 '될 사람이 됐다'는 평이 많았다. 황 행장은 임성훈 전 행장에 이어 그룹의 CEO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한 두 번째 행장이다.
2018년 취임한 김태오 회장은 이듬해 'CEO 육성·승계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금융권 첫 시도로, 보여주기식 인사를 차단하고 교육·경쟁·평가를 통해 유능한 인물이 기업을 이끌어야 한다는 철학에 따른 결정이었다. 여기에는 금융권이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높일수록 인재 육성을 통해 지속 가능한 금융사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김 회장의 의지도 담겼다.
DGB금융의 CEO 육성·승계 프로그램은 앞서 역시 국내 금융권 처음으로 선보인 '임원 육성·선발 프로그램'(HIPO 프로그램)에 이은 두 번째 인사혁신으로, 대형 금융그룹이 아닌 지방 금융그룹이 일으킨 그야말로 '유쾌한 반란'이었다. DGB금융은 CEO 육성·승계 프로그램을 지난해 상설화 했으며, 지주·은행에 국한하지 않고 하이투자증권, DGB생명, DGB캐피탈, DGB자산운용 등 전 계열사로 확대했다.
DGB금융 관계자는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 속 CEO의 역할이 막중한 데다 최고의 역량을 갖춘 인재를 은행장으로 추천하는 게 주주·구성원·지역사회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서 "과정에서 장애요인이 있더라도 조직을 위해 뚝심 있게 돌파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리더를 추천하겠다는 원칙으로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고 말했다.
DGB금융은 상설 CEO 육성·승계 프로그램을 통해 외부 전문기관과 연계한 16개가량의 교육을 진행한다. 구체적으로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역량 개발, CEO로서 잠재 역량과 리스크를 평가하는 AC(액셀러레이터)프로그램, 전문역량 보수 교육을 위한 임원 역량 증진 프로그램, 일대일 임원 코칭 프로그램, CEO 아카데미 등이다.
지주·은행의 경우 모든 임원, 주요 계열사는 희망하는 임원이 대상이다. 일단 임원으로 선임되면 1년, 이듬해 다시 1년간 보수 교육을 진행한다. 총 2년에 걸친 경영승계 프로그램으로, CEO 임기가 도래하는 해에 1차 후보군(롱리스트)을 선정해 육성 프로그램을 진행한 뒤 최종 후보군(숏리스트)을 대상으로 검증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임원들의 반응도 좋다. 대구은행 CEO 육성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임원은 "현업과 이 프로그램을 병행해야 하는 어려움과 과제의 부담감이 있었으나 은행의 경영 현안을 주제로 동료 임원들과 대화하고 고민하는 과정이 사고의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공정하고 체계적인 절차를 통해 CEO를 선임하는 게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 환경을 조성하는 가장 중요한 책무"라며 "다음 세대를 이끌 차세대 리더 육성에 힘쓰고 누구에게나 CEO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CEO 육성 프로그램을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