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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텝·루나사태·관치...키워드로 돌아본 '2022 금융시장'

 

[FETV=권지현 기자]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올 한 해를 뜨겁게 달군 문구. 2022년 월드컵 응원구인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은 롤드컵 우승팀 'DRX'의 선수 '데프트' 김혁규의 인터뷰에서 유래한 말이다. 8강 대결을 앞두고 데프트가 한 인터뷰에서 "우리끼리만 무너지지 않으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을 해당 언론이 유튜브 채널에 인터뷰 영상을 올리며 제목을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요약해 올렸고 큰 화제가 됐다.

 

어떤 경우에도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를 뜻하는 '중꺾마'가 유행어로 자리 잡은 것은, 낮은 성장률과 높은 금리·물가 등으로 서민 경제를 포함해 올해 경기가 유독 쉽지 않았다는 방증아닐까. 

 

다사다난했던 2022년, 국내 금융시장을 10개의 키워드로 정리했다.

 

◇ 빅스텝

 

 

다른 나라에만 있는 줄로 알아 그간 큰 관심을 갖지 않았던 빅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5%포인트(p) 인상). 한국은행이 미국 금리인상 여파로 올 7월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국민 대다수가 아는 일상 용어가 됐다. 올 1월 기준금리를 1.0%에서 1.25%로 0.25%p 인상한 한은은 7월과 10월 두 번의 빅스텝을 밟았다. 지난달까지 금리를 잇따라 올리면서 사상 첫 6회 연속 인상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한 해 내내 금리가 상승한 것으로, 1월 1.25%이던 기준금리는 11월 3.25%로 10개월 만에 2.0%p 치솟았다. 금리 충격에 환율도 요동치며 1444.20원(10월 25일)까지 뛰었다.

 

◇ 인플레이션

 

빅스텝과 더불어 '올해 경제 용어'가 된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미국이 40년 만에 1년 전보다 9% 가까이 물가가 급등해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겪는 시기, 우리 경제에도 올 한 해 경제 영역 전반에 인플레이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다. 전 세계에 금리 충격을 안긴 것도 인플레이션이었다. 7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6.3% 뛰어 23년 8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식료품·에너지 등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1월 2.6%에서 지난달 4.3%까지 높아졌다.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 2.0%가 요원한 가운데, 한은은 이달 보고서를 통해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5% 내외의 상승률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 코스피 2000선 

 

국내 증시가 인플레발 금리 충격과 날뛰는 원·달러 환율로 인해 1년 내내 2000선을 유지하며 3000선을 뚫지 못했다. 올 초 3000선 턱밑에서 출발한 코스피는 한때 2100선을 위협받기도 했다. 지난 9월 30일(2134.77) 최저점을 찍은 뒤 현재 2300선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거래대금도 뚝 떨어졌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3분기 일평균 주식결제대금은 1년 전보다 29.6% 줄어든 1조35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 분기 대비로는 11.4% 감소한 규모다. 

 

◇ 단군이래

 

 

1년 내내 활기를 보이지 못한 국내 증시였지만 신기록은 있었다. '단군이래 최대어' 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1월 공모가 30만원으로 코스피 시장에 입성했다. 상장 당시 기관 수요예측에서 1경500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몰리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한때 60만원(11월 16일)까지 뛰었으나 최근 한 달 새 25%가량 하락하며 45만원선을 횡보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LG에너지솔루션 수요예측이 '뻥튀기 청약'의 결과라 판단하고 최근 허수성 청약 기관에 대해선 주관사가 배정물량 대폭 축소, 수요예측 참여 제한 등의 패널티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 코인의 배신

 

지난 5월 한국산 코인 루나·테라가 폭락하며 가상자산 시장이 무너졌다. 테라는 스테이블코인 3위, 루나는 시가총액 10위권까지 위상을 떨쳤으나 이들 가격이 폭락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지난 6월 루나·테라 가격은 불과 일주일 새 99% 급락, 시가총액 50조원이 공중에서 사라졌다. 업비트나 빗썸 등 국내외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도 상장 폐지되는 굴욕을 맞봤다. 루나·테라 사태에 피해를 입은 국내 투자자는 28만명, 피해금액은 77조원에 달한다.

 

◇ 예적금의 역습

 

 

예적금 오픈런. 낯설게 조합된 이 단어가 금리 인상 바람을 타고 올해 경제 유행어 반열에 올랐다. 최고 5%대 예금, 10%대 적금을 이젠 '은행'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금리 경쟁이 붙은 덕분에 저축은행 등까지 범위를 넓히면 더 높은 금리를 발견할 수 있다. 지난 10월엔 신협 '유니온 정기적금'에 가입하려는 이용자들의 접속 폭주로 서비스 이용이 잠시 지연됐다. 서울 도림신협에서 출시한 상품으로 금리가 연 7%에 달하는 데다 납입 한도 제한도 없어 온라인 판매 시작 10분 만에 완판됐다. 파킹통장도 '역습'이다. 토스·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들은 사실상 제로(0)금리였던 파킹통장 금리를 2%대 중반까지 끌어올렸다.

 

◇ 레고랜드

 

강원도 레고랜드가 때아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의 진앙지가 됐다. 9월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레고랜드 테마파크 기반조성 사업을 맡았던 강원도중도개발공사(GJC)에 대해 법원에 회생을 신청하겠다고 발표한 직후부터다. 안그래도 잇따른 긴축 정책과 부동산시장에 대한 우려로 얼어붙은 자금시장은 강원도의 발표를 채무불이행(디폴트)으로 받아들이면서 큰 혼란에 빠졌다. 정부가 '50조원+α' 규모로 유동성을 풀고, 여론의 뭇매를 맞은 김 지사가 급히 편성해 보증채무 2050억원을 상환했지만 파장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은은 이달 '금융시장안정보고서'를 통해 레고랜드발 자금시장 경색 여파로 연말 기업어음(CP) 차환 리스크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 세대교체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이 '젊어졌다'. 50대 CEO들이 은행·보험·카드·증권 등 전 부문에서 대거 중용되면서다. 올 초 선임된 이재근 KB국민은행장과 이달 신한은행 새 수장으로 낙점된 한용구 부행장이 1966년생이다. 이석용 NH농협은행장 내정자는 1965년생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증권사, 생명보험사 수장에 1964년생인 강성묵, 임영호 CEO를 각각 배치한다. 특히 신한카드 새 사장이 된 문동권 부사장은 1968년생으로, 이달 말 퇴임하는 임영진 사장보다 8년 밑이다. 한편 세대교체 속 '연임 바람'도 있다. KB금융지주는 증권·손해보험·캐피탈 등 계열사 CEO 대부분을, 삼성은 생보·손보·카드·증권 등 5개 금융계열사 CEO 모두가 유임됐다.

 

◇ 부회장

 

금융권에서 오랜만에 부회장 '전성시대'가 열렸다. 대형 금융지주인 하나금융이 이달 인사에서 기존 1명(이은형)이던 부회장직을 3명(박성호·강성묵 선임)으로 늘리면서다. KB금융에 이은 두 번째 '3인 부회장체제'다. 앞서 신한금융도 회장 인사 시기, 부회장 신설을 검토했던 것을 감안하면 부회장이 금융권 대세 인사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각 부회장에게 글로벌, 디지털, 영업 등 부문을 맡겨 선의의 경쟁이 벌어지도록 한 점도 눈길을 끈다. 여기에는 내부 인력을 키워 '강한 조직'으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의식도 깔려있다.

 

◇ 관치금융

 

 

올해는 관치(官治) 논란에 휩싸인 금융사가 유난히 많았다. 이달 NH농협금융지주 새 회장으로 선정된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사실상 인재 1호로 영입했던 인물이다. 윤 대통령은 그를 사석에서 "석준이 형"이라 부른다고 알려졌다. 지난 6월 취임한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은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경제공약을 만들 당시 상당 부분 힘을 보탰으며, 같은 시기 취임한 이복현 금감원장은 검찰 내에선 '윤 사단 막내'로 통한다. 이외 조만간 수장을 선임해야 하는 우리금융지주, BNK금융지주, IBK기업은행 등도 현재 관치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