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수식 기자] 2023년 계묘년에도 유통업계는 보릿고개를 넘어야 할 판이다. 곳곳에서 국내 유통기업들의 새로운 한 해의 장사를 걱정하는 한숨소리가 넘쳐난다. 롯데그룹을 비롯해 신세계그룹, 현대백화점그룹 등 유통기업들도 이미 올 한해 유동적 위기를 직감하고, 대응에 나섰다. 이들은 역량 있는 젊은 인재들을 앞세워 위기를 극복한다는 복안이다.
국내 유통기업들은 지난해 엔데믹과 함께 기지개를 피는 듯 해다. 하지만 팔을 다 뻗기도 전에 다시 움츠러들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고, 국내외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도래했다. 결국,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3고’시대를 맞이하며 코로나19에 이어 또 한 번 어려운 시기를 보내야 했다.
◆대한상의 “올해 소매유통업 성장률 낮을 것으로 분석” = 문제는 올해도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한상공회의소도 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올해 소매시장이 대내외 불확실성 지속으로 인해 코로나 이전보다 성장세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대한상의가 발표한 ‘2023 유통산업 전망 조사’를 보면 백화점‧대형마트‧온라인 등 5개 소매유통업 300개사의 올해 성장률은 전년대비 1.8%에 그칠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심리 위축(51.8%), 금리 인상(47.0%), 고물가(40.4%), 글로벌 경기침체(26.5%), 소득 불안(18.7%) 등이 전망치를 낮게 보는 이유다. 업태별로는 온라인쇼핑(4.6%), 백화점(4.2%), 편의점(2.1%)은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대형마트(-0.8%), 슈퍼마켓(-0.1%)은 고전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코로나 기저효과와 엔데믹에 따른 경기회복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고물가‧고금리 등 소비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내년에도 경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 예상되면서 소매경기를 낙관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역점을 두고 추진할 전략으로는 비용절감을 가장 많이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31.3%다. 이어 온라인사업 강화(17.3%), 점포 리뉴얼(16.7%), 가격할인 등 프로모션 강화(11.3%) 등을 차례로 들었다.
장근무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유통산업이야말로 기술, 사회, 소비자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변화 대응 業’으로 새로운 도전에 적응하지 못하면 낙오하고 말 것”이라며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대응역량을 지속적으로 키워나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통家 세대교체…“2023년 위기, 젊은 인재 힘 빌린다” = 유통 대기업들은 올해 경영 위기를 타계할 특급 구원투수를 경쟁하듯 찾아 나섰다. 이들은 성별을 가리지 않고 역량 있는 젊은 인재들을 경영 전면에 내세우는 모양새다.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현대백화점그룹은 40~50대 젊은 대표이사 비중을 늘리면서 세대교체를 과감하게 단행했다.
최근 유통업계에 암암리 남아있던 고지식한 사고방식이 사라지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때 알게 모르게 사람들 인식 속에는 ‘나이가 어느 정도 있어야 다양한 경험도 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를 잘 운영할 수 있다든가, 혹은 여성보단 남성이 더 추진력이 있다’라는 틀에 박힌 사고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동안 유통업계에서는 나이는 물론, 성별, 학력 상관없이 능력만 있다면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고 키우는데 전혀 망설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롯데 CEO의 전체 연령이 크게 낮아졌다. 지난해 6월 롯데바이오로직스 첫 대표이사로 롯데지주 신성장2팀 이원직 상무가 전격 선임되면서 롯데의 40대 CEO시대가 열린 바 있다. 이어 2023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롯데지주 ESG경영혁신실 이훈기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50대 사장 반열에 올랐다.
롯데의 CEO 전체 평균 연령은 57세다. 지난 2021년 평균 58세대비 1세 가량 젊어졌다. 사장 직급의 경우 3세 가량 젊어졌다. 신임 임원 가운데 40대의 비중은 46%이며, 특히 78년생 이후 40대 초반 신임 임원의 승진은 롯데칠성 채혜영 상무보, 롯데하이마트 이용우 상무보, 롯데글로벌로지스 황호진 상무보, 롯데상사 박강민 상무보 등 총 4명이다.
현대백화점그룹도 임원들의 연령대가 한층 낮아졌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2023년 정기 임원인사에 대해 “전문성과 추진력을 두루 갖춘 젊은 인재를 대거 중용해, 차세대 리더를 각 계열사의 핵심 포지션에 전진 배치한 게 특징”이라며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새로운 리더십을 확보하고 핵심 경쟁력을 극대화해 그룹의 미래 혁신과 지속 성장을 준비하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유리천장’ 깨진 유통업계…여성 CEO 활약 기대 = 유통업계의 높은 유리천장도 깨지면서 올해는 여성 최고경영자(CEO)들의 활약상도 기대된다. CJ올리브영은 영업본부장을 맡았던 이선정 경영리더를 새 수장으로 맞이했다. 이선정 올리브영 대표는 1977년생으로 40대 여성이다. 그는 CJ그룹 내 최연소 최고경영자이자 올리브영 최초의 여성 최고경영자로 이름을 올렸다.
LG생활건강과 11번가에서도 첫 여성 CEO가 탄생했다. LG생활건강의 여성 CEO는 음료사업부장을 맡았던 이정애 사장이다. 이 사장은 LG생활건강 신입사원 공채 출신이다. 그는 1963년생으로 1986년에 입사해 다양한 제품군의 마케팅을 담당해 왔다.
11가는 안정은 대표이사가 계묘년을 이끈다. 안 대표이사는 야후코리아를 거쳐, 네이버 서비스기획팀장, 쿠팡 PO실장, LF e서비스기획본부장을 역임한 이커머스 서비스 기획 전문가다. 11번가에는 지난 2018년 신설법인 출범시기에 합류해 서비스 총괄 기획과 운영을 담당했다.
롯데의 ‘유리천장’도 한층 더 얇아졌다. 롯데멤버스의 첫 외부 여성 대표이사가 탄생했다. 김혜주 대표이사다. 김 대표이사는 신한은행 상무 출신이다. 롯데그룹 최초의 외인부대 출신 홍일점 최고경영자(CEO)라는 새로운 기록의 주인공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