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재계


대기업 '2023 임원 인사' 키워드는?...‘변화보단 안정‧경영승계’

주요 최고경영자 대부분 유임…유동성 위기에 대비
나이‧성별‧학벌 상관없는 인재수혈…여성 CEO 탄생
오너일가 경영보폭 확대, 후계자들 경영 전면 배치

 

[FETV=김수식 기자] 연말을 앞두고 주요 대기업 임원 승진 인사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올해는 유독 정기임원 인사에 주목되는 분위기다. 각 기업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 후유증에 국내외 인플레이션까지 덮치면서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한국경제의 시계가 멈춰 버렸다는 말까지 나온다.

 

재계는 연말 인사 시즌을 앞두고 신경영 활동에 활력을 불어 넣어줄 인재를 찾고 있다. 일단 LG그룹, SK그룹 등 국내 주요기업들은 변화보단 안정을 택하는 모습이다. 기업들의 주요 최고경영자(CEO) 대부분이 유임됐다. 나이와 성별, 학벌을 보지 않는 인재를 수혈하는 모습도 보인다. 무엇보다 여성 최고경영자가 탄생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오너 일가의 움직임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2023년 유동성 위기 적극 대비…‘안정’ 중심 인사 반영 = 2023년 임원 인사는 ‘안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움직였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018 취임 이후 큰 폭의 인사를 단행해 왔다. 하지만 올해 임원 인사는 예년과는 사뭇 달랐다. 조직의 안정화를 기틀로 미래를 설계하는 방향을 잡았다. 지주·배터리·화학·유통을 이끌던 4명의 부회장 중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만 용퇴하고,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과 권봉석 LG 최고운영책임자(COO)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자리를 지켰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다르지 않은 길을 선택했다. 대부분의 최고경영자와 경영진들이 자리를 지킨 가운데, 승진자는 사장 1명, 부사장 1명 등 2명이 전부다. 루크 동커볼케 그룹 CCO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고, 이규복 현대차 프로세스혁신사업부 전무이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사장급 3명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부회장 승진은 없었다.

 

지난 1일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위기속 안정을 택했다. 이번 인사에서 핵심 계열사 경영진을 기존대로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대식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4연임으로 그룹 컨트롤타워를 이끌게 됐다. 그룹 지주사의 수장 장동현 SK 부회장과 에너지‧화학‧배터리 계열사를 담당하는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ICT 계열사를 이끄는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각기 주력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CJ‧LG‧SK 계열사에서 첫 여성 최고경영자 탄생 = 능력 위주의 인재수혈도 눈에 띈다. 특히, 그룹 계열사들의 첫 여성 최고경영자가 연달아 탄생하며 단단했던 ‘유리천장’이 깨지는 분위기다. 포문은 CJ그룹이 열었다. CJ그룹의 계열사 CJ올리브영은 영업본부장을 맡았던 이선정 경영리더를 새 수장으로 맞이했다. 이선정 올리브영 대표는 1977년생으로 40대 여성이다. 그는 CJ그룹내 최연소 최고경영자이자 올리브영 최초의 여성 최고경영자로 이름을 올렸다.

 

LG그룹의 계열사 LG생활건강도 여성 최고경영자를 맞이했다. 주인공은 음료사업부장을 맡았던 이정애 사장이다. 이 사장은 신입사원 공채 출신이다. 1963년생으로 1986년에 입사해 생활용품 분야에서 다양한 제품군의 마케팅을 담당해 왔다. 2011년 생활용품사업부장 선임 이후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어려운 사업환경을 뚝심 있게 헤쳐왔다. 제품의 프리미엄화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는 등 생활용품시장 일등 지위를 확고히 강화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SK그룹 계열사 11번가서도 첫 여성 최고경영자가 탄생했다. 11가는 안정은 최고운영책임(COO)을 신임 대표이사에 내정했다. 안정은 내정자는 향후 이사회를 거쳐 하형일 사장과 함께 각자 대표로 공식 취임하게 된다. 안 내정자는 현재 11번가의 운영총괄을 맡고 있다. 야후코리아를 거쳐, 네이버 서비스기획팀장, 쿠팡 PO실장, LF e서비스기획본부장을 역임한 이커머스 서비스 기획 전문가다.

 

◆“젊어지는 기업”…오너 일가의 경영 승계 활발 = 오너일가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29일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김 부회장은 2020년 한화솔류션 사장에 오른 이후 2년 만에 부회장으로 올랐다. 김 부회장은 기존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에 더해 한화 전략부문·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도 함께 맡는다. 지난달엔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만나기 위해 한화 대표로 모습을 드러냈다. 김 회장의 3남 김동선씨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무로 승진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도 중책을 맡는다. CJ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이 식품전략기획1 담당 경영리더(임원)의 보직은 최고운영책임자(COO) 식품성장추진실장으로 변경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승진이다. 이 경영리더는 앞으로 미주, 유럽, 아태지역을 포괄하는 글로벌 식품사업 성장을 위한 전략기획과 신사업 투자 등을 담당한다. 사내벤처‧외부 스타트업 협업 등도 담당할 예정이다. 올해는 CJ제일제당 핵심 조직을 총괄하게 되면서 이 경영리더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BGF그룹도 2세 경영구도를 명확히 그려나가고 있다. 홍정국, 홍정혁 등 홍석조 BGF그룹 회장의 두 아들이 모두 사장 명함을 달았다. 장남 홍정국 BGF 대표이사 사장은 2019년 말 승진해 편의점 등 유통을 이끌고 있다. 차남 홍정혁 BGF BGF에코머티리얼즈 대표 사장은 올해 정기인사에서 승진했다. 그는 그룹의 신성장동력인 소재 사업을 육성한다. 홍 회장은 최근 두 아들에게 블록딜 방식으로 2005만 190주를 두 아들에게 각각 1002만 5095주씩 나눠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