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수식 기자] 나영호 롯데온 대표가 깊은 고심에 빠졌다. 롯데그룹 임원 인사가 사실상 초읽기에 돌입한 가운데 유통가 안팎에선 나 대표의 거취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팽배하다. 롯데쇼핑은 ‘유통 1번지’를 선언 후 예전의 모습을 되찾아가는 상황이다. 방황하던 롯데온도 갈 길을 찾는 모습도 뚜렷하다.
하지만 아직 눈에 띄는 성과가 없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쿠팡은 최근 놀라운 성적을 공개했다. 사상 최대 매출은 물론, 흑자를 기록한 것. 로켓배송 도입 후 8년 만에 첫 흑자다. 나 대표의 고심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롯데는 지난 2019년 4월 이커머스 ‘롯데온’을 야심차게 선보였다. 당시 업계에서는 ‘유통 공룡’ 롯데의 이커머스에 기대가 컸다. 하지만 롯데도 이커머스 시장이 만만치 않았다. 계속되는 부진에 결국 수장을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롯데온 구원투수로 선발된 인물이 나 대표다. 그는 당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발탁될 때까지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을 역임한 ‘기획통’ 유통 전문가다. 신 회장의 부름을 받고 지난해 4월 롯데온의 지휘봉을 잡은 주니어급 최고경영자(CEO)다. 나 대표는 당시 “우리 DNA는 디지털이어야 하고 우리의 일하는 방식과 문화는 디지털 방식에 걸맞게 변화하고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커머스 시장은 녹록치 않았다. 롯데온은 올 상반기 기준 매출액은 520억원, 영업손실 95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매출액은 7.4%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300억원 가량 증가했다.
3분기는 개선하는 모습을 보였다. 롯데온의 올해 3분기 매출은 251억원으로 전년대비 4.2%늘었다. 영업손실은 378억원으로 85억원 상당의 영업적자를 축소했다. 앞서 롯데온은 영업손실을 줄이기 위해 지난 4월 새벽배송 사업을 철수한 바 있다. 연간 평균 방문자를 20%가량 높였고, 구매자수도 15%가량 늘렸다.
하지만 여전히 미미하다. 롯데온의 올해 3분기까지 영업손실은 132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72억원) 보다 오히려 적자가 확대됐다. 3분기 영업손실 역시 전년대비 축소한건 사실이지만 전분기보다 25억원이나 늘어났다.
롯데온이 주춤하는 사이 경쟁사들의 행보는 거침없다. 쿠팡은 올해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27% 증가한 6조8383억원을 기록했다. 사상 최대 규모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1037억원, 당기순이익 1215억원을 기록, 지난 2014년 로켓배송 론칭 후 첫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3분기에는 영업손실 3653억원, 순손실 3756억원을 거뒀다.
SSG닷컴도 순매출이 14% 증가했고, 영업적자 금액은 할인과 프로모션 비용 감소로 전년대비 151억원 줄인 231억원을 찍었했다. 최근에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인수한 SSG랜더스가 창단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에 SSG닷컴은 비롯해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등 신세계그룹의 온·오프라인 계열사 19곳이 할인 행사 ‘쓱세일’을 진행한다. 집안의 경사가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올해 롯데그룹 정기임원인사에서 나 대표의 거취를 두고 우려의 시선도 나온다. 신동빈 회장이 ‘인재’를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인재라면 외부수혈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실제 롯데는 지난해부터 순혈주의를 버리고 파격적인 외부 인재를 영입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해 김상현 유통군 총괄대표를 포함해 안세진 호텔군 총괄대표, 정준호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 대표이사 등 각 분야 전문성을 갖춘 외부 인재를 적극 수혈했다. 나 대표도 외부 인재다.
외부 인재 영입에는 신 회장의 의지가 강했다. 그는 ‘초핵심 인재 확보’와 ‘인재 육성’을 여러 공식석상에서 강조했다. 신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융합된 환경 속에서 연공서열, 성별, 지연·학연과 관계없이 최적의 인재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철저한 성과주의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며 “다양성은 우리의 경쟁력이며 도전하는 에너지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