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신진 기자] 최근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투자자 보호 및 건강한 투자 문화 조성을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테라·루나 코인 폭락 사태’ 와 정치권의 압박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과정에서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5대 거래소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됐다.
7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업계의 ‘큰형’ 두나무 업비트는 디지털 자산 백서 전문을 국문으로 번역한 ‘한글 백서’를 제공하고 있다. 백서란 디지털 자산을 발행한 주체가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 방향을 담은 것으로, 투자 지표 역할을 한다.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 자산 사업의 특성상 백서는 주로 영문으로 작성된다. 이에 업비트는 국내 투자자들에게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 2월부터 영문 백서의 국문 번역 작업을 진행해왔다. 현재까지 36종의 가상자산 백서가 번역됐으며 업비트는 내년까지 상장된 모든 가상자산의 백서를 제공할 예정이다.
업비트는 지난해 100억원을 투자해 투자자보호센터를 설립했다. 센터장은 금융감독원 출신인 이해붕 센터장이 맡고 있다. 업비트는 투자자보호센터 내 리서치팀을 둬 투자자 보호 관련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유튜브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또 업비트는 지난달 31일 보안성 강화를 위해 자체 로그인 시스템을 도입했다. 오는 21일부터는 카카오 계정, 애플 아이디를 이용한 로그인이 전면 중단되며 ‘업비트 로그인’을 통해서만 로그인 할 수 있다. 앞서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사태로 인해 카카오톡 먹통 사태가 발생하면서 이용자들이 업비트에 접속이 안되는 사태가 빚어진 바 있다.
업비트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는 투자자가 투자 전에 알아야 할 것들을 정확하게 이해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 일환으로 백서 번역, 디지털자산의 기본 정보 등을 제공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빗썸은 최근 불법거래 및 코인사기 근절을 위한 거래지원 시스템을 오픈했다. 기존의 이메일을 통한 거래지원 업무는 종료되고 별도의 시스템을 마련한 것이다. 거래지원 신청 및 문의, 거래소-프로젝트 담당자 간 채팅, 사기 거래 제보 등 거래지원과 관련한 통합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빗썸은 플랫폼 서비스의 보완 취약점을 개선하기 위해 업계 최초로 ‘버그바운티’를 도입했다. 버그바운티란 기업이 제공하는 상품 및 서비스의 보완 취약점을 발견한 화이트해커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대부분은 버그바운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코인원은 최근 사고발생 시 자체 위기 대응력 강화를 위해 사고대응 모의훈련을 실시했다. 해킹 등 외부 침투로 인한 가상자산 탈취 사고에 대비하는 ‘침해사고 대응훈련’과 가상자산 거래 입출금 서비스의 장애 발생 상황을 가정한 ‘재해복구 모의훈련’을 진행했다. 아울러 임직원의 보안 의식 강화를 위해 ‘생활보안 777’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사내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코빗은 루나 거래 수수료 수익을 주요 거래소 중 가장 먼저 환원했다. 코빗은 지난 9월 15일 투자자 보호 활동의 일환으로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루나 수수료 수익금 1800만원을 기부했다. 이후 ‘테라 스테이블코인 디페깅 보고서’를 발간하며 스테이블코인의 안전성 판단 요인을 분석했다.
고팍스는 5대 원화 거래소 중 처음으로 루나의 상장 폐지를 결정한 바 있다. 고팍스 관계자는 “자금세탁방지(AML) 부문도 선투자를 통해 고도화돼 있으며, 전담 인력만 20명이 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5대 거래소는 지난 6월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를 출범했다. DAXA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강화된 규율을 마련하고, 위기대응에 관한 계획수립, 투자자에게 충분한 정보제공 및 투자 위험성에 대한 인식 제공 등에 협력할 방침이다. DAXA는 지난달 27일 위메이드가 자체발행한 가상자산 ‘위믹스’를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하며 첫 공동대응에 나섰다.
한편, 이 같은 업계의 노력에도 아직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는 실정이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 8월 ‘디지털자산민관합동 태크스포스(TF)’를 꾸려 법안 논의를 시작했다. 관련 법안 제정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는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에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오를 예정이다. 이르면 내년부터 가상자산 시장도 주식시장과 비슷한 수준으로 감독이 가능해질 수 있을 전망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국감에서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을 통해 가상자산을 규제하고 있지만 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돼 있다"며 "불법행위 근절이나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입법 조치를 국회에서 논의해주면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