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9 (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재계


[클로즈업] 이재용 회장 “신뢰와 사랑받는 기업 만들겠다”

이재용, 부회장 10년…이병철‧이건희 이어 3대 회장
광복절 특사로 복권 이후 국내외 ‘현장경영’에 집중
“세상을 바꿀 인재 모셔야…세상에 없는 기술 투자”

 

[FETV=김수식 기자] “국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신뢰받고, 더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겠습니다. 많은 국민들의 응원 부탁드립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2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삼성물산 부당 합병·회계 부정 의혹 관련 공판을 마치고 나온 자리에서 취재진이 회장 취임 소감을 묻자 “제 어깨가 많이 무거워졌다”며 이렇게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이사회를 통해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의결했다. 지난 2012년 삼성전자 부회장에 취임하고 10년 만이다. 지난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후로는 31년 만이다. 더불어, 2020년 10월 25일 부친 고(故) 이건희 회장이 사망한지 만 2년 만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이병철, 이건희 선대 회장에 이어 3대 회장으로 삼성그룹을 이끌게 됐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글로벌 대외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책임 경영 강화,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절실하다고 판단해 이같이 의결했다”고 전했다. 이재용 회장 승진 안건은 사외이사인 김한조 이사회 의장이 발의했으며, 이사회 논의를 거쳐 의결했다.

 

이 회장의 승진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5대그룹의 세대교체도 완료됐다. 이 회장은 1968년생으로 올해 나이 55세이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나이와 회장 취임 시기는 늦은 편이라는 말도 나온다. 1970년생으로 올해 나이 53세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년 전인 2020년 회장 자리를 물려받았다. 1978년생으로 올해 나이 45세인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故 구본무 전 회장의 사망으로 2018년 회장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이 회장은 진즉부터 삼성전자를 진두지휘해 왔다.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쓰러져 장기 입원하면서 실질적 총수 역할을 맡았다.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삼성그룹 동일인(총수)으로 지정, 사실상 회장 역할을 해왔다.

 

이 회장의 승진은 지난 8월, 그가 광복절 특사로 복권 이후 지속적으로 나왔다. 당시 이 회장은 복권 이후 국내외를 다니며 임직원과 적극적으로 스킨십하며, ‘현장경영’에 나섰다. 같은 달 19일 경기 기흥 반도체 연구개발 단지 착공식 참석을 시작으로, 24일 삼성엔지니어링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 26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30일 삼성SDS 잠실캠퍼스 등을 찾았다.

 

지난 9월에도 바빴다. 1일 삼성인력개발원에 방문하고, 26일에는 40여명의 계열사 사장단을 경기 용인 인재개발원에 불러 모아 식사를 하고 경영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또 28일 삼성생명 MZ세대 지점장 간담회를 가졌다.

 

특히, 지난 10월 11일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캠퍼스 제4 공장 준공식에 참여해 바이오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2032년까지 향후 10년간 바이오 사업에 7조5000억원을 투자해 11만평 규모의 ‘제2 캠퍼스’를 조성하고, 이곳에 공장 4개를 추가로 건설해 바이오 분야에서의 ‘초격차’를 완성할 계획이다.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 사업으로 꾸리겠다는 복안으로 해석된다.

 

이 부회장의 ‘현장경영’은 해외로도 이어졌다. 지난 추석연휴 기간 파나마와 멕시코, 영국을 방문해 현지 공장을 찾았다. 그는 현지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각 나라 수장들을 만나 ‘2023년 부산세계박람회’ 지지요청도 잊지 않았다.

 

12일에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도 찾았다. 준법위는 당시 면담에서 “이 부회장에게 준법 위반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줄 것을 당부하고 사내 준법 문화 정착을 위해서도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에 이 회장은 “2020년 대국민발표 내용을 충실히 이행하고 위원회의 활동 방향인 공정하고 투명한 준법 경영,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적극 동참할 것이며, 노동인권을 보호하고 다양한 이해 관계자와의 소통도 강화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준법위가 독립성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별도의 취임 행사 없이 예정대로 일정을 소화했다. 취임사는 이건희 회장 2주기인 지난 25일 사장단 간담회에서 밝힌 소회와 각오를 사내게시판에 올리는 것으로 대신했다. 이 회장은 “창업 이래 가장 중시한 가치가 인재와 기술”이라며 “성별과 국적을 불문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오고, 양성해야 한다.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선대의 업적과 유산을 계승·발전시켜야 하는 게 제 소명”이라며 “안타깝게도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 못했고, 기존 시장에서는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최근 글로벌 시장과 국내·외 사업장들을 두루 살펴본 결과 절박했다”며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피력했다.

 

이 회장은 또 삼성은 사회와 함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고객과 주주, 협력회사,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해야 하고,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도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 회장은 “오늘의 삼성을 넘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과 세계인이 사랑하는 기업을 꼭 같이 만들자”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