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수식 기자] 국내외에서 'K-반도체' 위기론이 끊이질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위기가 길어질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는 것이다. 실제 반도체 거래가격이 하반기 들어 급속도로 떨어지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반기 실적이 뒷걸음 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도 두 회사는 반도체에 배팅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들의 승부수가 통할지 주목된다.
◆국내 반도체 산업 ‘혹한기’ 예고 = 산업계·학계 반도체 전문가 30명이 반도체 산업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를 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전문가중 76.7%가 현재 반도체 산업이 ‘위기’라고 판단했다. 전문가 10명중 7~8명이 불안감을 표시한 셈이다. 특히 ‘위기 초입’이라는 인식은 56.7%, ‘위기 한복판’이라는 응답도 20%에 달했다. 반면, ‘위기 직전’이라거나 ‘위기가 아니다’는 응답은 각각 20%, 3.3%에 그쳤다. 응답자중 58.6%가 이 같은 상황이 2024년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라며 다소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대외 리스크를 원인으로 꼽았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반도체 공급 과잉, 글로벌 수요 감소와 재고 증가에 따른 가격 하락, 중국의 빠른 기술 추격, 미·중 기술패권 경쟁 심화 같은 위험 요소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KDI는 9월 경제동향을 통해 서비스업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대외 수요가 둔화되며 경기 회복세가 약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7~8월 경기 회복세가 완만한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보다 어두워진 것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6월 중국 상하이의 코로나19 봉쇄 조치가 풀렸는데도 중국 경제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며 “최근 중국 청두와 선전에까지 봉쇄 조치가 내려져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청두와 선전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7%와 2.6%를 차지하는 경제도시다. 반도체 산업의 위기론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두 회사는 투자에 더 집중하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3라인 본격 가동 = 먼저, 삼성전자는 현존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생산시설인 평택캠퍼스 3라인을 본격 가동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0년 말부터 기초공사에 들어간 평택 3라인에 지난달부터 ‘낸드플래시’ 양산 시설을 구축하고, 웨이퍼 투입을 시작했다. 앞으로 시장 수요에 맞춰 평택 3라인에 EUV 공정 기반의 D램과 5나노 이하 파운드리 공정 등 다양한 첨단 생산시설을 확대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평택 3라인 가동뿐 아니라 미래 반도체 수요에 적기 대응하기 위해 4라인 착공을 위한 준비작업도 착수했다. 평택 4라인의 구체적인 착공시기와 적용 제품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삼성전자는 향후 반도체 시장의 수요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초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평택캠퍼스는 총 면적이 87만평에 이르는 대형 단지다. 이는 기흥캠퍼스(44만평)와 화성캠퍼스(48만평)의 면적을 합친 수준입니다. 현재 가동중인 3개 라인 외에 추가로 3개의 대형 반도체 생산시설이 들어 설 수 있다. 이같은 공장이 완성될 경우 평택캠퍼스는 K-반도체 핵심 전초기지인 동시에 글로벌 반도체 강국의 입지를 굳히는 메카로 자리잡게 된다.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DS부문장)은 “평택캠퍼스는 업계 최선단의 14나노 D램과 초고용량 V낸드, 5나노 이하의 첨단 시스템반도체가 모두 생산되는 첨단 반도체 복합 생산단지로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 청주에 M15X 신규 공장 건설 = SK하이닉스도 미래 성장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충북 청주에 신규 반도체 생산 공장인 M15X를 건설한다.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미 확보된 부지에 M15의 확장 팹인 M15X를 예정보다 앞당겨 착공하기로 결정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0월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내 6만㎡ 부지에 M15X 건설 공사를 시작해 2025년 초 완공을 목표하고 있다. 회사는 향후 5년에 걸쳐 M15X 공장 건설과 생산 설비 구축에 총 15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M15X는 복층 구조로, 기존 청주 M11, M12 두 개 공장을 합한 것과 비슷한 규모다.
SK하이닉스는 인근 M17 신규 공장에 대해 반도체 시황 등 경영환경을 고려해 착공 시점을 결정할 예정이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 10년을 돌이켜 보면, 위기 속에서도 미래를 내다본 과감한 투자가 있었기에 SK하이닉스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이제는 다가올 10년을 대비해야 하며, M15X 착공은 미래 성장기반을 확보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