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6 (화)

  • 흐림동두천 0.1℃
  • 흐림강릉 5.7℃
  • 흐림서울 2.1℃
  • 흐림대전 1.1℃
  • 맑음대구 -0.1℃
  • 맑음울산 2.2℃
  • 맑음광주 2.3℃
  • 맑음부산 5.5℃
  • 흐림고창 0.4℃
  • 구름많음제주 6.7℃
  • 구름조금강화 1.5℃
  • 구름조금보은 -2.0℃
  • 맑음금산 -0.9℃
  • 맑음강진군 -0.6℃
  • 맑음경주시 -2.2℃
  • 맑음거제 1.6℃
기상청 제공



신한금융과 조용병 회장의 앞날은?

'리딩금융' 도약 일등공신 조 회장, 30일 '채용비리' 대법원 선고
1·2심 유무죄 판단 엇갈려...대법원 판결에 3연임·그룹 명운 달려

 

[FETV=권지현 기자] "여러분의 헌신 앞에 위기는 성장의 기회가 됐으며, 현장의 굵은 땀방울은 어려움을 딛고 창립 이래 최대의 성과를 일궜습니다. 2022년 역시 복합적 불확실성이 우리의 안팎을 에워싸고 있습니다. '바르게, 빠르게, 다르게'를 행동의 기준으로 삼아 '일류(一流)'의 꿈을 이뤄갑시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올해 신년사에서)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금융권에서 '혁신맨'으로 통한다. 은행원으로 시작해 그룹 최고 자리에 오른 그의 이력이 이를 증명한다. 계획, 추진이 뒤따르는 혁신을 늘 쫓았다는 얘기다. '신한금융그룹은 조용병 회장 전과 후로 나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만큼 신한금융의 성장에 있어 조 회장의 역할은 결정적이었다.

 

조 회장이 그룹 최고경영자(CEO)직에 오른 지 만 5년이 지났다. 그의 리더십은 실적에서 드러난다. 지난해 신한금융의 당기순이익은 4조193억원으로 처음으로 4조원을 돌파했다. 2017년 순익이 2조9177억원으로 3조원을 밑돌았음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괄목상대'다. 올해는 1분기(1~3월)에만 1조4004억원을 거뒀다. 

 

 

꾸준한 순익 상승은 그룹이 양적, 질적으로 성장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실제 조 회장은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계기로 금융권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2017년 3월 취임한 조 회장이 이듬해 알짜 생명보험사인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를 인수한 것이다. 당시만 해도 금융그룹 회장이 취임 초 M&A를 통해 그룹의 덩치를 불린 사례가 거의 전무했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아시아신탁(2019년), 벤처캐피탈 네오플럭스(2020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2020년), BNPP카디프손해보험(2022년) 등 조 회장은 거의 매년 M&A를 단행했다. 그가 은행업에 치우친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개선, 수익 다각화를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M&A 후 계열사를 재편하기도 했다. 조 회장은 지난해 7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를 합병, 신한라이프를 통해 생명보험업계에 제대로 된 출사표를 던졌다. 

 

질적으로도 국내 금융그룹의 한계를 넘어섰다. 특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 회장은 지난해 11월 UNEP FI(유엔 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의 공식 파트너십 기구인 '리더십 위원회' 초대 회의에 참석, 유일한 아시안 멤버로서 자리를 빛냈다. 조 회장이 금융업 전반에 걸친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성에 대해 글로벌 리딩 금융그룹의 회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의견을 나눈 모습은 국내 금융권에 깊이 각인돼 있다.

 

앞서 조 회장은 같은 달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COP26(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의 공식 행사인 '마라케시 파트너십'에서 신한금융이 동아시아 금융 최초로 선언한 탄소중립 전략(Zero Carbon Drive)를 소개했다. 이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대표 등과 ‘금융부문의 저탄소 전환’을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는데, 아시아 민간 금융사 대표 가운데 이 토론에 참여한 것은 조 회장이 유일하다.  

 

신한금융 안팎의 성장을 견인한 조 회장이지만 그는 이달 '운명의 기로'에 서게 된다. '채용비리' 관련 조 회장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이달 30일 선고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2013년 상반기부터 2016년 하반기까지 외부 청탁을 받은 지원자와 신한은행 임원·부서장 자녀에게 특혜를 제공하고, 합격자 남녀 성비를 3대 1로 조작한 혐의로 당시 인사담당 직원 6명과 함께 2018년 10월 기소됐다.

 

2020년 1월 열린 1심은 조 회장이 신한은행장 재임 시기 특정 지원자 3명의 지원 사실과 인적 사항을 인사부에 알려 채용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일부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이로 인해 다른 지원자가 피해를 보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지난해 11월 2심은 조 회장의 개입으로 부정 합격했다고 본 3명 중 2명은 모두 정당한 합격자 사정 과정을 거쳐 합격한 지원자일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이유로, 1명은 서류전형 부정 합격자로 보이긴 하지만 부정 합격 과정에서 조 회장의 관여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각각 무죄 판단을 내렸다.

 

앞선 법원의 판결에서 각각 유죄, 무죄를 받은 만큼 대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 다수의 시각이다. 30일 대법원이 2심의 결정을 정당한 것으로 볼 경우 조 회장은 '안심하고' 새 임기를 열어갈 동력을 얻게 된다. 금융권은 조 회장의 능력을 고려할 때 3연임이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일류의 꿈을 이뤄가자"며 KB금융그룹과의 '리딩금융' 전쟁서 승리는 물론, 글로벌 금융사로서 입지를 다져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2심 파기환송을 결정한다면 3연임이 확정되더라도 조 회장이 안정적으로 3년의 임기를 마칠 수 있을지 불투명할 뿐만 아니라 현재 회장직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금융사 임원이 임기 내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을 경우 임원 자격이 박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내부 혼란에 따른 비용, 시간 등으로 사업 계획 수립과 전략 추진 등은 우선순위가 밀릴 가능성이 높다. 조 회장은 올해 특별히 디지털 플랫폼 혁신에 방점을 둔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금융 CEO에 대한 이번 대법원의 판단은 다른 금융그룹에서도 관심 있게 보는 사안인데, 상급 법원에서 무죄를 판단한 만큼 대법원이 1심의 편을 들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며 "만약 대법원이 2심 결정에 손을 들어준다면 신한금융은 CEO의 법률 리스크를 덜어낸 만큼 더욱 성장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대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며, 재판이 잘 마무리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