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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Pick] "위기에 빠진 K-컴퍼니"…대기업 총수가 움직인다

복합적인 ‘경제위기’ 직면…‘사면초가’ 빠진 국내 기업
시름 깊어진 총수, 대응책 마련 위해 ‘긴급회의’ 돌입
삼성 ‘기술’‧SK ‘기업가치’‧LG ‘고객가치’‧롯데 ‘뉴롯데’

 

[FETV=김수식 기자] 한마디로 사면초가다. 삼성을 비롯해 SK, LG, 롯데 등 국내 주요 그룹들은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高’ 위기와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등 복합적 경제 위기속에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시간이 지나도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자 대기업 총수들이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기술’을 몇 번이고 강조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기업가치’를,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고객가치’ 강화를 주문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뉴롯데’ 건설을 위해 유럽 출장길에 올랐다. 재계 ‘큰형님’ 삼성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 부회장은 ‘기술’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인재’와 ‘조직문화’가 보폭을 맞춰야 한다고 피력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7일부터 18일까지 유럽 출장 일정을 소화했다. 그는 헝가리,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등을 방문해 현지 사업을 점검하고, 반도체 장비 업체 등 전략적 파트너들을 만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귀국 후 이 부회장은 “시장의 혼돈과 변화, 불확실성이 많은데 저희가 할 일은 좋은 사람을 데려오고 조직이 변화에 적응하도록 유연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에서 보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이 크다”며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예상보다 크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이 유럽 출장에서 돌아온 후 이틀 만인 지난 20일 삼성은 사장단회의를 개최했다.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은 이날 “국제 정세와 산업 환경, 글로벌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변화의 흐름을 읽고, 특히 새로운 먹거리를 잘 준비해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후 삼성은 지난 21일부터 4년 만에 부활한 상반기 글로벌전략회의에 돌입했다.

 

최 회장은 ‘기업가치’에 방점을 찍었다. SK는 지난 17일 ‘2022년 확대경영회의’를 진행했다. 최 회장을 비롯해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최창원 SK 디스커버리 부회장,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요 관계사 CEO(최고경영자)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최 회장은 이날 “현재 만들어 실행하고 있는 파이낸셜 스토리는 기업 가치와는 연계가 부족했다”고 지적하며, “앞으로는 기업 가치 분석 모델을 기반으로 파이낸셜 스토리를 재구성하고, 기업 가치 기반의 새로운 경영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구체적으로 “기업 가치는 재무 성과와 미래 성장성과 같은 경제적 가치 외에도 사회적 가치, 유무형의 자산, 고객가치 등 다양한 요소로 구성돼 있다”며 “이 중 어떤 요소를 끌어올리고, 어떤 요소에 집중해 기업 가치를 높일지 분석해, 이해 관계자의 더 큰 신뢰와 지지, 지속적인 혁신과 성장 방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파이낸셜 스토리를 다시 구성해 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 금리 인상 등 엄중한 국내외 경제 위기 상황에서 파이낸셜 스토리 등 경영 시스템 전반을 개선해야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고, 위기 극복은 물론 기업 가치 제고가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LG도 움직였다. 구 회장은 ‘기업가치’에 중심을 뒀다. LG그룹은 지난 23일 구광모 회장을 비롯해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계열사 사장단이 참석하는 사장단 회의를 개최했다. 사실 구 회장은 그동안 분기마다 계열사 사장단과 경영 현안을 논의해 왔다.

 

앞서 LG그룹은 지난달 30일부터 계열사별로 상반기 전략보고회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계열사 최고경영자가 사업 현황을 직접 구광모 회장에게 보고하는 과정을 거쳤다. LG그룹이 상반기에 전략보고회를 가진 건 3년 만이다.

 

이날 사장단 회의는 기존에 계획된 정기 회의로, 위기 대응 차원의 긴급 소집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은 각 계열사가 마련한 분야별 전략방안을 경영진들과 심도있게 논의하고, 중장기 투자가 계획한 대로 실행될 수 있도록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은 특히 ‘고객 가치 강화’를 현 상황을 타개할 해법으로 강조했다. 고객 가치 강화는 구 회장이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사항으로 어려운 시기 때마다 내세우는 키워드다.

 

신 회장은 ‘뉴롯데’ 건설을 위해 지난 15일 유럽 출장길에 올랐다. 지난 22일 신 회장은 헝가리 터터바녀 산업단지에 조성된 ‘롯데 클러스터’를 방문했다. 그는 7월 본격 양산을 앞두고 있는 롯데알미늄 공장을 찾아 첫 번째 시제품을 직접 확인하고 롯데가 유럽 전기차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1100억 원을 추가 투자해 양극박 생산 규모를 2배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롯데알미늄 헝가리 공장은 연간 1만8000톤 규모의 이차전지용 양극박을 생산할 수 있는 유럽 유일의 양극박 전용 공장이다. 더불어 신동빈 회장은 올해 초 추가로 매입한 부지에 1,2단계 투자 금액을 넘어서는 3단계 투자까지 검토했다.

 

롯데 클러스터에는 롯데케미칼과 롯데알미늄 공장뿐만 아니라 롯데정밀화학과 롯데알미늄이 3000억원을 투자한 솔루스첨단소재의 음극박 생산공장도 인접해 있다. 롯데건설은 국내 물류 전문업체와 공동 투자해 단일 물류창고 기준 헝가리 최대 규모 물류센터를 개발하고 있다.

 

앞서  신 회장은 올 상반기 롯데그룹 VCM에서 “역량 있는 회사, 미래 성장이 기대되는 회사를 만드는 데에는 중장기적인 기업가치 향상을 위한 노력이 핵심”이라며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고 혁신의 롯데를 만들어 달라”고 사장단에 당부했다. 하반기 VCM은 그룹 최초로 부산에서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