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제성 기자] K-배터리의 글로벌 경쟁력에 적신호가 켜졌다. 최근 중국·독일 지역 배터리 전문기업들이 글로벌시장 공략 목표아래 공격적인 사업을 펼치면서 K-배터리의 시장점유율이 줄어드는 등 입지 축소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라이벌인 중국과 독일은 세계시장 점유율은 상승한 반면 한국은 소폭 감소하는 등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시장내 K-배터리의 입지가 좁아지는 가운데 K-배터리의 맞대응 행보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K-배터리 회사 경영진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지 않을 경우 자칫 글로벌 시장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위기감에 빠진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이 올들어 공격경영에 팔소매를 걷도 나선 대표적인 K-배터리 업체들이다.이들 K-배터리 대표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내 배터리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배터리 인프라 강화는 물론 신흥시장 진출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는 등 공격적 태세로 속속 전환하고 있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글로벌 전기차 및 리튬이온 2차전지(배터리) 산업의 변화를 이같이 분석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전기차용 배터리 산업이 연평균 2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중국과 독일의 배터리 시장점유율은 전년대비 각각 9.5%, 3.8% 상승했다. 반면 한국을 비롯, 벨기에, 미국은 같은 기간 각각 0.8%, 2.1%, 8.5% 하락했다.
◆中의 맹공세 K-배터리 나름 선전모드지만 4월 부진 빨간불 =지난해 중국 전기차 시장은 더욱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존 세계 1위 배터리 업체인 CATL과 3위 BYD도 중국의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해 중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세일즈서프라이즈(판매 대박)를 기록했다. 이유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글로벌 수출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상하이오토, 비야디 등 완성차 업체들의 유럽 수출이 전년대비 514% 급등했다. 또 테슬라 상하이공장도 유럽 수출의 힘을 보탰다. 특히 올해 4월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을 제치고 2위 자리를 탈환한 중국 BYD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유는 미국 테슬라 전기차 판매부진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 일부 모델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는 가운데 테슬라 판매 여파가 떠밀려온 셈이다.
다만 같은해 1~4월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은 18.3GW(기가와트) 사용량으로 2위 자리는 유지하고 있다. BYD는 18.3GW로 3위를 이었다. 다만 우려스러운 점은 BYD가 같은기간 대비 연평균 성장률은 LG엔솔 대비 10배가량 껑충뛰었다는 점이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은 연평균 19,1% 성장한 반면 BYD는 225% 급등했다.
이로 인해 LG에너지솔루션 글로벌 점유율은 15%, BYD는 12%를 차지해 비등한 수준에 이뤄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같은기간 SK온의 실적이 급등했다. 8.6GW로 5위(7%)를 차지했다. 특히 연평균 성장률은 141%를 기록했다. 삼성SDI는 4.9GW로 7위(4%), 연평균 성장률은 27%를 차지했다.
BYD는 지난해 4월 7.3%에서 올해 4월 16%로 두 배 가량 글로벌 점유율이 뛰었다. 이로 인해 K-배터리 업체는 꾸준히 북미와 유럽을 타깃으로 글로벌 배터리 영토 확장을 확대하곤 있지만 중국의 공세에 고전하는 모양새다.
EU는 미국과 더불어 세계 최대규모의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이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이어지는 동안 중국의 전기차 및 배터리 업체에 공세가 K-배터리에게 압박을 주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한국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다소 하락했지만 글로벌 수요 급증은 물론 전기차 수출 대수도 지속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또 미국과 캐나다를 아우르는 북미지역과 유럽 내에서 한국산 배터리의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은 배터리경영 지속가능성을 이어주고 있다.
분명한 건 K-배터리가 중국과의 글로벌 배터리 시장 패권을 놓고 경쟁 양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도 양국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을 대상으로 배터리 수주전에 총력전을 펼칠 셈이다. 중국뿐 아니라 독일도 견제해야 하는 상황이다.
독일의 경우 전기차용 배터리 연구개발(R&D) 사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아직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9%에 불과하지만 꾸준히 상승 추세라는 점은 독일도 경쟁권 범위 아울러 스마트폰과 노트북용 리튬이온 배터리 세계시장 점유율에서 중국과 독일 강세를 보이고 있다.
◆K-배터리 세계시장점율 지난해 하락세…中 미반영시 오름세 걸림돌 =국내 배터리 3사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을 포함한 세계시장 점유율은 2020년 34.7%에서 지난해 30.4%로 4.3%포인트 하향조정됐다. 반면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가장 큰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여전히 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수출보다 높다는 약점이 있다.
중국의 자국 보호무역 기조 성향을 앞세운 중국 시장을 제외할 경우 K-배터리 시장점유율은 지난 2020년 52.4%에서 지난해 57.0%로 4.6%포인트 상승했다. 한마디로 중국 수출이 전체 배터리 시장점유율의 5% 정도 영향을 미친 가운데 보호무역주의 여파가 고스란히 K-배터리에 전해지는 셈이다.
배터리 제작에 필요한 자원 규모로만 놓고 볼 때 중국의 강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중국은 풍부한 자원을 앞세워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배터리 시장에 노크를 두드린다. 이로인해 원천 자원이 부족한 K-배터리 입장에선 중국의 소재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선 다변화를 꾀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정부, 배터리 인프라 및 생태계 조성역할 강조…美 동맹강화 =산업계는 정부의 생태계 조성 역할도 강조하고 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부터 앞으로도 미국과 한·미 전기차·배터리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국내 관련 인프라 확충과 더불어 동남아 지역 등 신흥시장 공략을 위한 정책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향후 미국과의 공고한 파트너십도 중요하지만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성향에 따른 자국 보호가 자국 내 우선순위의 목적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미국은 올해 ‘더 나은 재건법’(빌드 백 배러 액트)을 통해 자국 내 친환경 산업 활성화를 꾀한다.
특히 이중 전기차 활성화 조항에는 미국산 이차전지 셀 사용 및 전체 조립생산부품의 50% 이상을 미국산으로 쓴 전기차에 500달러 추가 세액공제를 허용했다. 즉, 미국 현지 배터리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공장 증설 등의 분위기를 유도하는 셈이다. 이에 K-배터리도 적극적인 미국 내 배터리 공장 신설을 진행하고 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K-배터리가 미국 및 유럽과의 배터리 동맹강화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대표적으로 양사가 절반씩 지분을 투자해 합작법인(JV)을 세우고 있다”며 “JV의 장점은 투자비가 절반으로 줄이면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아울러 러·우 사태로 원자재값 폭등에 따른 공급선 다변화 모색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