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 FETV DB]](http://www.fetv.co.kr/data/photos/20220623/art_1654948242053_cb011a.jpg)
[FETV=권지현 기자] 지금 어떤 사람들이 한국 금융시장을 끌고 가고 있을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취임으로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출신 금융권 인사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경제 정책을 좌우하는 금융당국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에 다수 포진돼 있다. 또 금융지주·은행·보험사·증권사 등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사외이사 등 회사 운영과 관련된 중요한 자리에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들이 대거 자리잡고 있다.
이를 두고 해당 기관·기업 ‘영향력 있는 인물은 모두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실제 당국, 한은, 금융사 고위직에는 현재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 약 60여 명이 포진돼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들이 국내 금융시장을 점령한 것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새 정부에서 지난 7일 지명된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자와 같은 날 취임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지난달 임명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모두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이다. 금융당국 인사 ‘톱3’가 모두 한 대학 직속 선후배 사이인 것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한은도 마찬가지다. 지난 4월 선임된 이창용 한은 총재와 이승헌 부총재, 박종석 부총재보 등 한은 톱3도 모두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특히 금융위, 금감원, 한은 수장을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들이 맡았던 경우는 1999년 금감원 출범이후 지금까지 한 차례 있었다. 그 시기는 금융위원장이 금감원장을 겸직하던 때로 이정재 금융위·금감원장(재직기간 2003.3-2004, 8월)과 박승 한은 총재(2002.4~2006.3)가 근무했던 기간이다. 따라서 금융위. 금감원, 한은을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들이 이끌게 된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이 중 여신금융협회장인 김 후보자가 1958년생으로 맏형이다. 이 총재가 그의 2년 후배다. 김 부위원장은 1967년생으로 김 후보자에겐 한참 후배지만 지난 7일 취임한 이 원장에게는 5년 선배다. 1972년생인 이 원장은 이번 취임으로 당국 수장 가운데 서울대 경제학과 라인 막내가 됐다. 이외 금융위 이명순 상임위원, 박광 국장 및 금감원 김기영 수석부원장, 김종민 부원장, 이경식·김영주 부원장보 그리고 한은 강승준 감사 등도 모두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특히 금감원 김종민 부원장과 김영주 부원장보는 한은 출신으로서 당국에 발을 들인 경우다. 김학수 금융결제원장도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들은 금융사 사외이사에도 대거 진출해있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 가운데 4곳이 이곳 출신 사외이사를 뒀다. ‘사외이사’는 회사의 경영진에 속하지는 않지만 주요 경영현안이 있을 경우 이사회에 참석해 의사를 개진한다.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만큼 사외이사는 통상 당국과 해당 기업의 가교역할을 주로 담당한다. 실제 국내 많은 대기업들은 당국 인사와 인맥 등 연결고리를 지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을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있다.
금융지주 중에서는 오규택(KB금융), 허윤(하나금융), 노성태(우리금융), 송인창·이순호(NH농협금융) 사외이사 외에 김우진(JB금융지주), 정영록(한국금융지주) 사외이사 등이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이 중 노성태 사외이사는 한은에 입행한 후 한화생명 경제연구원장을 지냈으며, 송인창 사외이사는 기획재정부 차관보를 역임했다.
![(왼쪽부터) 오규택 KB금융지주 사외이사, 송인창 NH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 정지원 손해보험협회장, 김기환 KB손해보험 사장. [사진 FETV DB]](http://www.fetv.co.kr/data/photos/20220623/art_16549484378968_19eb5d.jpg)
은행에서는 유용근(KB국민), 권재중(전북), 민성기(한국씨티), 장원창(NH농협) 사외이사가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공부했으며, 보험사의 경우 유일호(삼성생명), 김세직(한화생명), 박대동(삼성화재), 신제윤(롯데손해보험) 사외이사가 이들과 동문이다. 이외 김현옥(메리츠증권), 이장영(KB증권), 김동환(교보증권), 배선영·최남수(SK증권) 사외이사와 김명섭·유재환(우리카드), 연태훈(현대카드), 강준오(롯데캐피탈) 사외이사도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특히 유일호 사외이사는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냈으며, 강준오 사외이사는 한은 부총재보를 역임했다.
회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금융 협회의 경우에도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인사들이 수장을 꿰찼다. 김광수 은행연합회 회장, 정지원 손해보험협회 회장, 김주현 여신금융협회 회장 등이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이들과 대학 동문이다.
A협회 관계자는 “협회장 선임의 경우 출신 대학 등 정부, 당국, 금융권 핵심 인사와의 공통점을 가진 인물이 최우선순위로 물망에 오르는 것이 일종의 관례”라면서 “회원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해당 산업에 힘을 실을 수 있는 인물을 찾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사 CEO 중에도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들이 많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강석훈 KDB산업은행 신임 회장, 권우석 수출입은행장 직무 대행 등이다. 모두 국책은행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서호성 케이뱅크 행장도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보험사 중에는 김기환(KB손해보험), 강성수(한화손해보험), 유광열(SGI서울보증보험), 권태균(하나손해보험), 정영호(캐롯손해보험) 사장 등이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김미섭(미래에셋증권), 이석기(교보증권), 최승호(NH투자증권 IB2사업부대표), 김희송(신한자산운용), 진영재(유진자산운용), 곽대환(스틱인베스트먼트), 김민국(VIP자산운용), 김대환(삼성카드), 조좌진(롯데카드), 정길호(OK저축은행), 김대웅(웰컴저축은행) , 정운진(신한캐피탈), 박경훈(우리금융캐피탈), 강성빈(NH벤처투자) 대표 등도 서울대 경제학과 동문이다.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들이 금융권 주요 자리를 꿰차는 현상에 대해 '실력'을 중시한 당연한 결과라는 시선이 있다. 반면 ‘금융’이라는 테두리 안에 요직에 위치한 인물들이 특정 대학-학과 직속 선후배로 얽혀 있다는 점은 독식 우려를 낳고, 불필요하며 비효율적인 과정과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 인사들은 그간 금융권에서 두각을 드러내 왔지만 올해처럼 금융위, 금감원, 한은 고위직에 많이 진출한 사례는 처음 보는 것 같다”며 “학벌이 좋은 만큼 뛰어난 성과를 보여주면 바랄 게 없지만 특정 대학-학과 출신이 너무 많이 보인다는 점은 반갑지만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