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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표님은 전략통'...금융사 CSO, 위상이 달라졌다

올해만 CSO 출신 CEO 4명 탄생...금융환경 급변 속 중장기 성장 전략 마련

 

[FETV=권지현 기자] 최근 금융권에서 '전략통'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올해만 4명 이상의 최고전략책임자(CSO)가 최고경영자(CEO)에 오르면서다. 전략 전문가가 요즘처럼 금융권에서 주목받는 시절이 없었단 얘기마저 들린다. 그 배경엔 금융환경의 '급변'이 있다. 코로나19와 이에 따른 디지털 전환은 차치하고서라도 '돈'을 둘러싼 국내외 환경과 소비자의 성향이 워낙 빠르게 변하면서 미래 전략 수립을 위해 전략통을 바라보는 무게가 달라졌다.

 

이에 금융사들은 CSO를 CEO로 기용, 전략 수립에 공을 들이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재무 분야에서 오랜 기간 몸담은 인사가 금융사 CEO 등으로 각광을 받았던 점을 감안하면 분명 새로운 변화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최근 KB금융지주에서 CSO를 지낸 이우열 부사장을 KB부코핀은행장으로 임명했다. 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법인 부코핀은행이 '수익구조 개선'이라는 시급한 과제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재무통이 아닌 전략통을 은행장에 앉힌 결정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부코핀은행은 2020년 8월 국민은행에 편입된 이래 적자구조를 면치 못하고 있다. 부코핀은행은 올 1분기(1~3월) 89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앞서 지난 3월 25일, KB금융 주주총회에서 윤종규 회장이 직접 "부코핀은행은 배드뱅크인 것을 알고 인수했고, 코로나19로 인해 구조조정과 지원의 폭이 늘면서 부담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라며 "정상화를 이뤄내 주주가치를 높이는 사례를 만들고 싶다"고 언급한 점은 부코핀은행장 인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윤 회장은 부코핀은행 '구원투수'로 CSO를 선택했다. 

 

우리금융그룹도 우리은행 새 행장에 CSO 출신을 앉혔다. 올 3월부터 우리은행을 이끈 이원덕 행장은 우리금융그룹의 대표적인 '전략통'이다. 그룹 내부에선 '전략=이원덕'이란 말이 있을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행장은 우리금융이 CSO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분리하기 시작한 2020년, 지주의 새 CSO로 발탁돼 커리어의 대부분을 전략 부문에서 쌓았다. 우리금융 부사장(CSO)으로서 우리은행의 숙원사업인 '민영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를 눈여겨 본 손태승 당시 신임 우리은행장(현 우리금융 회장)이 그를 CSO로 발탁한 일화는 유명하다. 손 회장은 올해 그에게 은행 CEO를 맡겼다.

 

같은 시기 신한금융지주는 자회사 제주은행의 새 수장으로 지주 CSO를 지낸 박우혁 부사장을 선택했다. 제주은행이 최근 당기순이익이 줄어 반등을 꾀할 동력이 필요했던 찰나에 지주에서 전략통을 내려보내 새 모멘텀을 마련토록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제주은행의 올 1분기 순익은 61억원으로, 1년 전(78억원)보다 21.8%(17억원) 감소했다.

 

카카오페이도 새 CEO에 CSO를 발탁했다. 지난 3월 카카오페이의 수장이 된 신원근 대표는 2018년 2월 카카오페이 부사장으로 합류, 중단기 사업 성장 전략을 구축했다. 금융권에서는 '전략'을 통해 사업의 많은 부분을 관장, 확장해온 그가 대표이사가 것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반응이다. 핀테크 기업 특성상 수장이 공동체에 강력한 성장 동력을 제시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CSO 출신이 CEO가 됐다는 것 자체가 CSO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방증이다.

 

신 대표가 CSO로서 주도한 사업 중에 큰 주목을 받았던 것은 투자·보험부문이다. 당시 신 대표는 바로투자증권과 KP보험서비스 등을 인수해 카카오페이 사업 확장을 이끌었으며,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과 운영 전략 역시 수립했다. 특히 디지털 손보사의 경우 신 대표 취임 후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사업에 속도가 붙어 전략통 출신 CEO 효과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페이손보는 지난 4월 디지털 손보사 본허가를 획득, 올 하반기 새로운 사명으로 정식 출범할 예정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그룹 자회사의 CEO를 선임할 때 전략 업무와 관련된 경험, 성과 등만을 따지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과 소비자, 국내외 환경에 대해 중장기적인 시야를 지닌 사람을 찾다 보니 '전략통'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경우가 많다"며 "재무, 인사 등은 전통적으로 인재들이 그룹 내에 이미 많이 모인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