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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대 은행, 5년간 이자로만 10조 더 벌었다

작년 이자이익 38조 육박...한 곳 당 매년 3424억원씩 더 거둬
순익 두 배 껑충..."금리인상·규제완화에 '이자특수' 계속될 것"

 

[FETV=권지현 기자]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최근 5년간 막대한 돈이 시중에 풀리면서 빚어진 '유동성 파티'에 대출 이자장사로 10조원 이상 더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대출이 급증한 반면, 이자율이 낮은 예금에까지 돈이 몰리며 은행의 자금 조달비용은 낮아져 예대마진(대출-예금 금리 차이에 따른 이익)이 커졌기 때문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 등 국내 6대 은행의 지난해 이자이익은 총 37조893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들 은행이 38조원에 육박한 이자이익을 거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년 전(33조8505억원)보단 4042억원(11.9%) 증가했다.

 

기간을 넓혀 5년 전과 비교하면 이자이익의 규모 차이는 더 확연해진다. 2016년 6대 은행의 이자이익은 27조6207억원으로 5년 만에 10조2723억원 늘어났다. 연평균 2조5446억원씩 증가한 것으로, 은행 한 곳당 매년 3424억원 이자이익을 더 거둔 셈이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의 이자이익이 가장 크게 늘었다. 국민은행의 작년 이자이익은 7조7285억원으로 처음으로 7조원대를 기록했다. 2016년(4조8289억원)보다 2조8996억원 증가했다. 신한은행도 2조원 이상 불었다. 지난해 이자이익은 6조6118억원으로 5년 전(4조5041억원)보다 2조1077억원 늘어났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이 4조3287억원에서 6조1506억원으로 1조8219억원 증가했으며, 농협은행은 4조3821억원에서 5조8908억원으로 1조5087억원 늘었다. 기업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1조314억원, 903억원 이자이익이 증가했다.

 

 

주요 은행들이 5년간 이자로만 조(兆) 단위로 더 거둘 수 있었던 것은 풍부한 유동성 공급으로 인해 대출이 급증한 영향이다. 2017년 부동산 분양, 투자 열풍으로 조금씩 들썩였던 대출 시장은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급격히 확장, '영끌'이라는 단어를 만들어가며 은행들에게 역대급 이익을 가져다줬다. 작년 8월 정부의 규제로 연말 이후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됐으나 은행들은 그새 높아진 대출금리로 또 한 번 커다란 이자이익을 누렸다.   

 

A은행 관계자는 "유동성 확대는 중앙은행이 시중에 (단순하게) 돈을 푸는 것이 아니라 은행들이 대출을 늘리는 것을 말하는데, 정부의 코로나19 금융지원과 낮아진 금리, 개인의 부동산 투자 등이 맞물리며 대출이 급증해 지난 1~2년간 유동성이 그야말로 폭발했다"고 말했다.

 

실제 2021년 6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50.5조원으로 5년 전(532조원)보다 218.5조원(41.1%) 급증했다.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농협은행(47.7조원)이며, 국민은행(47조원), 신한은행(42조원) 등이 뒤를 이었다. 약 10조원 늘어난 기업은행을 제외하면 은행 한 곳 당 가계대출이 평균 41.6조원 증가했다. 매년 8조원 이상 불어난 셈이다.

 

기업대출도 마찬가지다. 2016년 591.6조원이던 6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2021년 848.3조원으로 850조원에 육박했다. 256.7조원(43.4%) 증가한 것으로, 역시 70조원 불어난 기업은행을 제외하면 은행 당 평균 37.4조원 기업대출이 증가했다. 한 곳 당 매년 7.5조원씩 늘렸단 얘기다. 

 

대출 급증에 이자이익이 늘자 은행 순익도 크게 뛰었다. 6대 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3조9997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1년 전(9조1198억원)보단 53.5%(4조8799억원) 급증했다. 5년 전과 비교하면 이들의 역대급 순익은 더 도드라진다. 2016년 6대 은행의 순익은 6조6808억원으로 7조원이 채 되지 않았다. 5년 만에 7조3189억원 급증한 것으로 증가율은 109.6%에 달한다. 5년 새 두 배 이상의 순익을 거둔 것이다.

 

금융권은 기준금리 인상과 가계대출 규제 완화가 예고된 만큼 은행들의 이자이익 상승세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에 대한 압도적인 재신임으로 인해 한국은행이 당장 이달 추가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새 정부가 부동산 가격 안정화와 공급 확대를 기치로 내건 만큼 가계대출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60.2조원으로, 한달 새 1.2조원 늘며 5개월 만에 증가했다..

 

B은행 관계자는 "이자이익 증가에 따른 외부의 시선이 부담스럽고 새 정부의 눈치도 보여 최근 은행들이 대출 금리는 낮추고 예금 금리는 올리고 있지만, 영업을 확대하는 만큼 또 대출 잔액과 이자이익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여기에 전세 만기도 오는 8월 도래할 것으로 보여 당분간 은행들의 이자이익 '특수'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