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생물다양성 보전 등 자연회복을 위해 글로벌 기관들과 협력하고, 이해관계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글로벌 ESG 경영을 적극 실천하겠다" (지난 1월,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우리금융그룹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강화가 ESG를 중요시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마음을 잡을 수 있을지 이목이 모인다. 현재 우리금융의 해외 투자자 수는 '제로(0)'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 10일 전 세계 기업 처음으로 지속가능한 산림 보호와 토지 황폐화 개선을 위한 'Business for Land 이니셔티브'(B4L 이니셔티브) 출범에 공식 지지 선언을 했다. 이번 B4L 이니셔티브 출범은 앞서 대한민국 산림청이 '토지 황폐화 방지를 위해 기업이 참여하는 파트너십 구축'의 필요성을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사무국에 제안한 결과다. UNCCD는 기후변화협약, 생물다양성협약과 함께 유엔(UN)의 3대 환경협약 중 하나다.
우리금융은 B4L 이니셔티브 지지를 선언한 데 이어 구체적인 실천 행보도 밝혔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향후 UNCCD와 협력해 기후변화·산불피해 지역에 '생명의 숲' 조성, 탄소중립 실현 참여, 전세계 학생 대상 기후위기 대응·산림교육 실시 등을 진행할 방침이다.
우리금융의 '글로벌 환경'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 들어서만 총 다섯 번 무대에 섰다. 시작은 지난 1월 자연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NFD) 가입이었다. 국내 기업 최초 가입으로, 우리금융보다 덩치가 큰 KB·신한금융보다 3개월 가량 빨랐다. 'TNFD'는 기업들의 활동이 생물다양성 감소, 생태계 파괴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인식해 자연·생물다양성을 보호를 위해 활동하는 글로벌 협의체다. 우리금융은 뒤이어 한국세계자연기금(WWF), 세계산림총회(World Forestry Congress)에도 연달아 그룹의 이름을 올렸다.
이에 금융권의 시선은 독보적인 'E(환경) 행보'를 펼치는 우리금융이 글로벌 투자자, 그중에서도 블랙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에 모이고 있다. 현재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 가운데 블랙록의 선택을 받지 못한 곳은 우리금융이 유일하다. '블랙록'(BlackRock Fund Advisors)은 세계 최대 규모 자산운용사로 지난해 12월 기준 자산규모 300조원, 연매출 14조원에 달한다.
블랙록이 투자 결정 시 가장 깊숙이 들여다보는 부분은 'ESG'다. 앞서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은 2020년 1월 "ESG 경영 실적을 공개하지 않으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주주 서한을 보내 전 세계에 ESG 경영 열풍을 일으켰다. 이후 올해까지 3번 연속 주주 서한에 ESG를 강조했다. 강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올해는 "ESG는 이념적 의제나 정치적 프로파간다가 아니라 기업과 주주가 공동으로 번영하기 위한 자본주의의 수단"이라고 밝혔다. 블랙록의 투자를 받으려면 ESG 실적을 공개하는 데 더해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자발적으로 먼저 움직이라는 신호를 던진 것이다.
A금융그룹 관계자는 "최근 대형 금융지주 회장님들이 해외 IR을 위한 채비를 서두르고 있는데, 주요 타깃에는 블랙록이 있다"며 "주요 금융그룹이 전례 없는 ESG 경영에 나선 데는 가장 큰 돈을 굴리는 블랙록의 마음을 얻고자 하는 의도가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금융으로서는 하나금융이 '오랜만에' 블랙록의 투자를 받은 점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블랙록은 지난 3월 하나금융 지분 1.02%포인트를 인수, 총 6.10%를 보유하게 됐다. 국민연금공단(8.91%)에 이은 2대 주주다. 하나금융이 블랙록의 투자를 유치한 것은 지난 2013년 10월 이후 8년 5개월 만이다. 블랙록이 KB·신한·하나금융의 지분을 각각 5% 이상 보유, '5% 이상 주요 주주'에 이름을 올린 점도 거슬리는 부분이다. 현재 블랙록은 KB금융 6.02%, 신한지주 5.63%를 보유하고 있다. 블랙록은 이들 금융그룹의 2대 주주 자리에도 올랐다.
금융권은 우리금융이 ESG 행보와 호실적에 힘을 싣는 데 더해 정부(예금보험공사) 지분이 3.62%로 크게 줄어 글로벌 투자자의 부담이 감소한 만큼 블랙록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올 1분기(1~3월) 8842억원의 순익을 기록,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달성한 점도 힘을 보탠다. 다만 보험·증권사를 갖추지 못해 은행 비중이 매우 크고,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언제 완성될지 모른다는 점은 블랙록이 투자를 망설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B금융그룹 관계자는 "특히 TNFD의 경우 내부적으로 오랫동안 준비했는데, 우리금융이 먼저 가입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주요 금융그룹이 가입한 TNFD에는 블랙록도 비중 있게 참여하고 있어 이미 우리금융이 블랙록에게 '눈도장'을 찍었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