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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경영행보'에 담긴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의 함의

3000억원 규모 SI펀드 조성...하나금융 최초 투자
외부연계 수익창출 전략..."KB·신한에 밀리지 않겠다"

 

[FETV=권지현 기자] 지난 3월 취임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본격적인 경영행보를 시작했다.

 

혁신기술 기업들에 투자를 진행, 이들과의 연계로 수익성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여기에는 KB·신한금융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 없다는 위기의식과 함께 사업 성공에 대한 자신감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하나금융은 지난 2일 혁신기술 기업 육성을 위해 300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SI)펀드 '하나 비욘드 파이낸스 펀드'를 설립했다. 'SI펀드'는 유망 벤처·스타트업 발굴·지원과 사업 협업 강화, 투자에 따른 수익 등을 목적으로 한다. 금융사들은 금융업 법령상 금융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비금융사에 출자하는 것이 제한돼 있다. 하지만 SI펀드를 활용하면 비금융사에도 간접적으로 투자를 할 수 있어 이를 통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그룹의 은행·증권·카드·보험·캐피탈 계열사들이 펀드 출자자로 참여하며, 캐피탈·증권사 등이 운용을 맡는다.

 

이번 SI펀드는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의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나금융이 SI펀드를 조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함 회장은 3월 25일 취임 후 첫 출근 장소로 동해안 산불 피해지역을 선택한 이래 취임 한 달이 지나도록 자신의 '경영' 색깔을 구체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함 회장 체제에 들어선 뒤 하나금융이 진행한 청년 일자리 창출, 창업 지원, 소상공인 지원 등은 전임 회장 때부터 있던 프로그램을 활용한 것이었다. 금융권은 함 회장이 예상보다 빨리, 그리고 적지 않은 규모로 '통 큰 투자를 선택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사실 이번 SI펀드 조성은 함 회장이 미리 '예고'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함 회장은 취임 당시 그룹 내부와 외부의 역량을 하나로 연결하는 '개방형 디지털 혁신'을 그룹의 3대 전략 중 하나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혁신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외부 디지털 역량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여기에는 진정한 디지털 금융을 위해서는 플랫폼 강화라는 그룹 자체의 노력에 더해 혁신기술 기업들에 대한 지원, 이들과의 협업 등 그룹 테두리를 벗어나는 움직임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함 회장의 판단이 깔려있다.


경쟁 금융그룹들이 한 발 앞서 SI펀드를 조성하자 밀릴 수 없다는 위기의식도 이번 결정의 숨겨진 의미라는 분석이다. 실제 대형 금융그룹들은 모두 혁신기술을 가진 기업에 간접적으로 투자를 진행, 이들의 역량을 그룹의 조직·사업 등에 반영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투자에 따른 수익 추구는 물론, 벤처·스타트업과의 협력 강화로 기술·아이디어를 가져온다는 복안이다.

 

특히 하나금융이 '리딩금융'으로 도약하기 위해 넘어야 하는 KB·신한금융은 모두 하나금융보다 앞서 3000억원 규모로 SI펀드를 만들었다. 포문은 신한금융이 열었다. 작년 4월 '원신한 커넥트 신기술투자조합 제1호' 펀드를 조성, 현재까지 헬스케어·중고거래 플랫폼·메타버스·AI 기업 등 16개 기업에 총 2165억원을 투자했다. KB금융은 작년 12월 말 'KB 디지털 플랫폼 펀드'를 조성했으며, 우리금융은 SI펀드는 아니지만 2000억원 규모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펀드를 만들어 핀테크 지분투자, 합작법인(JV) 설립 등을 이어가고 있다. 하나금융을 제외하고 모두 펀드를 통해 유망 기업에 투자, 궁극적으로 그룹의 수익으로 가져온다는 전략을 펴고 있었던 것이다.

 

대형 금융그룹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 없다는 함 회장의 인식은 '펀드 규모'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하나금융은 KB·신한금융과 동일하게 3000억원 규모로 펀드를 결성했다.

 

하나금융보다 앞서 SI펀드를 조성한 한 금융그룹 관계자는 "SI펀드의 투자 예상 기업은 완전 초기기업이라기보다 일정 규모 이상의 벤처·스타트업"이라며 "이들의 경우 기업가치를 대략 1000억원 추산해 기업당 유의미한 지분율(10%)을 취하기 위해 100억원 가량으로 투자 규모를 판단, 약 20~30개 기업에 투자하고자 3000억원 수준으로 논의가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B금융그룹 관계자는 "공교롭게도 국내 금융지주 빅3가 모두 같은 금액으로 SI펀드를 조성하게 됐다"며 "KB·신한금융보다 자산 규모가 작은 하나금융이 이들과 같은 3000억원을 조성했다는 점은 함 회장으로선 경영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이번 펀드의 주요 투자 부문으로 메타버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프롭테크(IT+부동산 산업), 모빌리티, 인슈어테크(보험+기술), 헬스케어 등을 낙점, 이와 관련된 유망 기업에 우선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아직 투자 기업, 일정 등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지만 펀드 공동 운용사인 하나벤처스와 하나금융투자가 블라인드 형식으로 투자 기업을 선정하게 될 것"이라며 "다양한 영역에서 혁신기업과의 협업,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혁신사업 모델 추진과 기술 내재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