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성우창 기자] 서봉균 삼성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상장지수펀드(ETF) 1위 수성'이라는 삼성그룹의 기대감에 부응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운용은 국내 처음으로 ETF 상품을 선보인 후 지난해까지 ETF 시장점유율 1위를 수성하며 'ETF 명가'로 불린다. 한때 삼성운용의 ETF 브랜드 'KODEX'는 ETF의 대명사로 취급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몇년 간 미래에셋운용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삼성운용과의 차이가 크게 줄어들었고, 업계 일각에서는 올해 안에 'ETF 1위 운용사'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삼성운용은 지난 15일 기준 ETF 순자산총액(AUM) 31조3009억원으로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위 미래에셋운용(27조1396억원)과의 격차는 약 4조원이다. 지난해 삼성운용이 4조원 성장에 그친 반면 미래에셋운용은 테마형 상품 흥행에 힘입어 13조원이나 늘었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운용은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지수형 ETF 비중이 높지만, '동학개미운동' 이래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상품은 테마형 ETF"라며 "사내 ETF 관련 인력들이 계속해서 경쟁사로 유출되는 것도 부진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삼성은 대표이사 교체 카드를 뽑아 들었다. 작년 연말 삼성증권 세일즈앤트레이딩 부문장으로 있던 서 대표에게 삼성자산운용의 지휘봉을 맡긴 것이다. 서 대표는 1967년생으로 한양대 도시공학과 및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모건스탠리·씨티그룹·골드만삭스 등 유수의 글로벌 금융그룹을 거쳐 지난 2020년부터 삼성증권에 정착했다. 30년 경력 운용 전문가로서 풍부한 해외 경험과 운용 역량을 바탕으로 삼성운용의 ETF 주도권을 공고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외국계 증권사 출신의 서 대표의 선임에 당시 업계에서는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역대 삼성운용의 사령탑 자리는 삼성생명 출신이 차지해 왔으며, 전 대표였던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무려 21년간 재직했다. 이 때문에 급변하는 시장 흐름 속에서 변하기 위한 위기의식의 결과라는 의견이 나온다.
서 대표의 첫 행보는 ETF 보수 인하였다. 삼성운용은 지난 1월 국내 주식형 2종(KODEX 헬스케어, KODEX 200ESG), 미국 주식형 2종(KODEX 미국반도체MV, KODEX 미국스마트모빌리티), 미국리츠 1종(KODEX 다우존스미국리츠(H)), 국내외 채권형 2종(KODEX 10년국채선물, KODEX 미국채10년선물) 등 총 7종에 대한 보수율을 0.07~0.09%로 업계 최저 수준까지 인하했다.
이달에는 글로벌 ETF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미국 운용사 앰플리파이(Amplify)에 지분 20% 투자를 단행했다. 앰플리파이 상품을 아시아에서 출시할 권리를 독점적으로 가지고 상품 개발 역량 및 네트워크를 지원받게 된 것이다. 이미 글로벌X, 호라이즌스 ETFs 등 해외 운용사를 보유해 업계에서 가장 강력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미래에셋운용을 의식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서 대표는 “이번 지분 투자를 발판 삼아 향후 글로벌 선진 운용사로서의 성장을 위한 기반을 적극적으로 구축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신상품 출시에도 박차를 가했다. 1월 중국 상하이거래소 과창판(科創板)에 투자하는 ‘KODEX 차이나 과창판 STAR50(합성) ETF’를 상장했다. 또 이달 중 국내 처음으로 코퍼(KOFR·한국무위험지표금리) 관련 ETF 상품 출시를 포함해 상반기 중 여러가지 테마형 상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커지고 있는 ETF 시장 속에서 삼성운용의 파이 역시 꾸준히 늘고 있고 수익도 이상 없다"며 "외부 평가에 흔들리지 않고 올해 ETF 사업에 더욱 신경 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